'경복궁 낙서 테러' 용의자 자수...처벌은 어떻게 될까?

강명연 2023. 12. 1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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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손상 판단시 처벌 수위 높아져
현상변경 법조 적용 여부 등 검토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경복궁 담장의 낙서를 제거하고 있다. (공동취재)2023.12.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경복궁 담벼락이 주말 새 두차례의 '낙서 테러'를 당해 경찰이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의 수사가 이어지자 용의자 중 1명은 경찰에 자수하기도 했다.

경찰은 피의자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다. 문화재를 훼손하는 경우 적용 법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해질 수 있어 중범죄다.

경복궁에 생긴 '상처'
1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7일에 경복궁 영추문(서쪽 대문) 일대 담장을 스프레이로 훼손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를 받는 20대 A씨가 이날 11시 45분께 서울 종로경찰서로 자진출석했다.

A씨는 지난 17일 오후 10시 20분께 영추문 좌측 담장에 길이 3m, 높이 1.8m의 규모로 붉은색 스프레이를 이용해 특정 가수와 앨범 이름을 쓴 혐의를 받는다. 지난 16일 있었던 첫번째 '낙서 테러' 모방 범행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범행 경위와 공범 유무 등을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첫번째 '낙서 테러'의 경우 지난 16일 오전 1시 40분부터 2시까지 용의자 2명이 영추문과 영추문 일대 담장에 스프레이를 이용해 낙서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붉은색, 푸른색 스프레이로 ‘영화 공짜’ 문구와 더불어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뜻하는 '○○○TV', '△△' 등의 문구가 반복적으로 새겨졌다. 경찰은 지능팀과 형사팀이 합동으로 수사하는 중이다. 용의자들이 주도면밀하게 수많은 폐쇄회로(CC)TV를 피해서 도주한 탓에 추적에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찰은 엄정 처벌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날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용의자 신원을 거의 특정해 가는 과정"이라며 "신속히 검거해 엄정히 사법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재발하는 경우에는 중대 범죄인 만큼 엄정히 처벌하겠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며 "시민들도 관심을 갖고 적극 신고해달라"고 덧붙였다.

경복궁 담벼락 또 낙서 테러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서울 경복궁 담벼락이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된 지 하루 만에 또다시 낙서 테러를 당한 가운데 18일 새 낙서가 발견된 서울 경복궁 영추문 담벼락 인근에서 경찰이 순찰을 돌고 있다. 새로운 낙서가 발견된 곳은 영추문 낙서 제거 작업 현장 바로 옆으로 낙서는 영문으로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3.12.18 mon@yna.co.kr (끝)
문화재 '낙서 테러' 처벌은?
낙서 등 문화재를 훼손할 경우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문화재보호법 제92조는 손상 또는 은닉의 죄를 규정하고 있다. 1항에 따르면 국가지정문화재를 손상, 절취, 은닉 등을 통해 효용을 해한 경우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다만 문화재 손상이 아니라 현상 변경이라고 볼 경우 처벌 수위는 낮아질 수 있다.

92조 3항에 따르면 문화재청 허가 없이 국가지정문화재의 현상을 변경하거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한 경우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상,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같은 법 99조 역시 같은 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징역 3년 이상에 해당하는 손상(92조)과 5년 이하가 적용되는 현상변경(99조) 모두 검토 대상에 포함시켜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문화재 낙서 대부분 처벌 약해
엄정한 처벌을 예고한 상황이지만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화재에 낙서를 한 사람이 3년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

지난 2021년 12월 말에는 경기도 지정문화재 영월루에서 낙서가 발견된 바 있다. 당시 용의자는 촉법소년(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인 10대 청소년 두 명으로, 지난해 1월 수원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됐다. 이어 지난 2007년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 위치한 삼전도비(사적) 훼손 사건 피의자는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언양읍성 스프레이' 사건이 비교적 강한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7년 7월 울산 울주군 언양읍성(사적)에 낙서를 한 40대 남성에 대해 1심인 울산지법은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 남성은 성벽 약 70m 구간에 붉은 스프레이로 의미를 알 수 없는 글귀와 미국을 비하하는 내용과 욕설 등을 낙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020년 법 개정으로 문화재에 낙서를 한 사람에게 복구 비용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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