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 "욕심나" 정우성, 영화인생 30년만 각인 될 '1000만 배우'
조연경 기자 2023. 12. 18. 15:49
믿기 어렵지만 '첫 1000만' 딱지다. 충무로 대표 배우 정우성이 데뷔 30년 만 '1000만 배우' 수식어를 얻게 될 전망이다.
겨울 극장가에 찬란한 흥행의 봄을 불러 일으킨 영화 '서울의 봄(김성수 감독)'이 누적관객수 1000만 명까지 약 100만 명을 남겨두고 있다. 18일 누적관객수 9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서울의 봄'은 빠르면 크리스마스 시즌, 늦어도 연말을 기점으로 '범죄도시3'를 잇는 올해 두 번째 1000만 돌파가 확실시 되고 있다.
개봉 후 작품 본연의 힘으로 이례적인 밈 현상과 함께 관객 몰이에 나선 '서울의 봄'은 개봉 4주 차 관객 수 역대 1위에 오르는 등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며 2023년 영화계 유종의 미를 넘어 한국 영화 역사에 기록 될 작품으로 칭송 받고 있다. 파생 된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목소리는 흥행작의 숙명이다.
관객들이 희망하는 1000만 영화로 1000만 카운트다운에 돌입하면서 특히 주목 받고 있는 지점은 바로 주연 배우 정우성의 생애 첫 1000만 흥행 달성. '실미도'(2003)를 최초로 그간 21편의 1000만 한국 영화가 탄생했지만 그 중 아쉽게도 정우성의 작품은 없었다. 없었다는 것이 오히려 놀랍다는 반응이다.
이번 최초의 기록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영화의 신' 김성수 감독과 함께 만든 역사적 한 페이지이기 때문. '비트'(1997)로 평생 회자 될 '청춘 스타 정우성'을 탄생 시킨 김성수 감독은 '태양은 없다' '무사' '아수라'를 거쳐 '서울의 봄'으로 '1000만 배우 정우성'까지 완성하게 됐다.
정우성 역시 김성수 감독에 대해 "제 마음속 1번 감독님"이라 표현할 만큼 두 사람은 감독과 배우의 영역을 넘어 영화 인생 동반자로 따로 또 같은 길을 걸었다. 재조명 된 '아수라' 팀의 힘이 '서울의 봄' 메가 히트로 이어졌다는 점도 남다르다.
인생작·인생캐는 덤이다. 이번 영화에서 정우성은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역을 맡아 극 안에서는 외롭게 싸우지만, 스크린 밖에서는 관객의 비호를 받는 인물로 묵직함을 선사했다. 배우 정우성이자 인간 정우성으로 쌓은 경험과 깊이 있는 내공이 이태신으로 폭발했다는 평도 쏟아졌다.
영화와 극장, 관객에 대한 애정을 매 작품과 스스로의 삶으로 보여 주는 정우성이기에 그의 첫 1000만 대기록에 응원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정우성은 전국 투어와 맞먹는 '서울의 봄' 4주 무대 인사를 전 회 차 참석하면서 217회라는 역대급 기록을 세웠고, 숱한 미담과 어록, 에피소드는 추억의 힘이 됐다.
홍보 차 출연한 예능에서도 작품의 홍보가 아닌, 영화라는 콘텐트를 이야기하며 때론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 영화인의 자세로 일찍이 완성 된 진정한 1000만 배우의 미덕을 확인 시켰다. 흥행이 전부는 아니지만, 정우성이 영화로 가지지 못할 타이틀은 없어야 하는 것도 맞지 않을까.
신동엽의 '짠한형'에서는 "영화 이야기 안 해도 된다. 해봐야 볼 사람은 보고 안 볼 사람은 안 본다. 영화나 드라마 등 제공되는 콘텐트가 너무 많다. 예전에는 소유했는데, 요즘은 소비하는 성향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어떤 작품이건 좋으면 무조건 찾아온다는 것이다"고 냉철하게 분석했다.
성시경의 '먹을텐데'에서는 "한국 영화 어렵습니다. 극장 어렵습니다. 극장 찾아주세요' 그 구호가 나는 사실 되게 무색하고 염치 없다. 저는 일을 할 때도 '오전에 시간이 잠깐 빈다, 오후 촬영이다' 그러면 요새 개봉하는 한국 영화들을 다 극장에 가서 본다. 집 앞 극장에서 어느 순간부터 현매(현장예매)가 너무 쉬워지더라. 관객들 대기하라고 극장 로비에 소파들을 놓아 뒀었는데 얼마 전 '소년들'을 보러 갔더니 그 소파가 다 없어졌더라. 극장들이 지금 어려운 것이다. 인력을 감축하기 위해서. 그 소파가 있으면 사람들 앉고 청소를 해야 하니까 인력이 필요하다. 나는 그 소파가 없어진 걸 보고 바로 알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근데 그건 내가 모든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배우니까 아는 것이지 '이걸 느끼는 배우들이 몇 명이나 있지?' 배우들에게 한 소리 하고 싶은 것이다. '너의 극장 개봉 영화만 '와주세요' 하지, 너희가 한국 영화 개봉하면 극장 가서 봐?' 이렇게 쓴소리를 하고 싶다. 다른 배우, 다른 한국 영화들, 작은 영화든 저예산 영화든 다 가서 무조건 봐야지. 내가 한 명의 관객으로서 행동을 해야 한다"고 역설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삼엄한 팬데믹 시기에도 정우성은 크고 작은 영화들로 한국 영화계를 지켰다. 결과를 떠나 늘 새로운 도전을 강행했고, 올해만 무려 세 작품 특별 출연에 감독 데뷔의 성과까지 일궈냈다. 30년을 이어 온 꾸준한 성정이 '서울의 봄'이라는 완벽 그 이상의 완벽한 작품으로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빛의 결실을 맺게 됐다. 부여 받을 최초의 타이틀이 아직 남아 있어 다행인 모양새다.
지난 17일 김성수 감독과 함께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정우성은 "관객 분들이 영화를 아껴주고, 사랑해주고, 관심 가져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최고의 경험을 하고 있다"며 1000만 예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면 매일 배우 정우성의 관객 기록이 깨지고 있다. 그것 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감사하다. 물론 1000만이 되면 더 감사할 것이다. 요즘에는 '약간 욕심 부려도 되겠다' 생각하고 있다"고 솔직한 마음을 표했다.
'욕심 부려도 되겠다'는 말조차 이제는 겸손이 됐다. 정우성과 함께 다 회 차 무대인사에 앞장서며 특히 '서울의 봄'과 정우성 1000만 프로젝트 홍보대사가 된 이성민은 "우리 정우성 배우가 아직 1000만 타이틀이 없다. 이제는 달아야 하지 않겠냐. '서울의 봄' 배우들 1000만 타이틀 달게 도와주세요!"라며 호쾌한 인사를 퍼뜨리고 있는 바, 이성민의 바람이 곧 관객의 희망이다. 어떤 작품, 어떤 배우보다 가장 뜨거운 축하를 받게 될 '1000만 배우' 정우성이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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