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외국인 근로자 채용, 업종별 심사 허가제 필요한가

허원순 2023. 12. 1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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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중증 인구 감소국이다. 특히 경제 활동 인구 감소는 경계할 일이다. 이 외에도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라는 난제가 있다. 즉 일부 산업현장에는 일손이 모자라지만, 청년 실업자가 걱정스러운 정도로 많은 현상(구직난)이 동시에 빚어진다. 생산성의 한계 때문에 높은 임금을 주기 어려운 일자리가 여전히 많지만, 전반적 경제 수준 향상으로 실업자 가운데서도 기대 임금이 높아 비롯되는 불일치다. 이런 사정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거 국내로 온다. 산업현장의 인력이 부족하면 경제에 타격이 크기 때문에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 입국 비자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다만 국내 일자리를 넘겨주는 측면이 있어 고용허가제로 간다. 이 바람에 산업현장에선 희비가 엇갈린다. 외국인 근로자의 전면 허용이 아닌 업종별 심사 허가제는 필요한가.

[찬성] 무분별한 인력 수입이 청년 일자리 잠식…3D·저임금 산업부터 단계적으로 허용해야

한국의 고용시장은 겉으로는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청년 고용이 좋지 않다. 대학 졸업 후에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20대 불완전 취업자가 74만 명에 달한다(2023년 11월 기준). 전체 시간제 근로자 5명 중 1명이 20대 청년이다. 15시간 미만 근로자는 주휴수당이나 퇴직금도 없다. 이렇게 초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청년들을 내버려둘 수는 없다. 취업 활동도 않고 그냥 노는 청년은 실업자로 분류되지도 않는다. 그냥 쉬는 청년이 2023년 내내 40만~50만 명이었다. 특정 달에는 50만 명을 훌쩍 넘기도 했다. 15~29세 청년들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50% 안팎으로 상당히 부진하다.

이들을 생각하면 외국인 근로자를 마구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계와 농업 부문을 비롯해 산업현장의 인력 공급은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일자리를 가급적 한국 청년과 실업자들에게 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줄 수 있는 급여와 구직자·실업자의 기대 임금 격차에 따른 일자리 미스매치 때문이라면 정책 자금을 동원해서 그 간격을 메꿔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미 고용 창출에 정부 예산을 투입해온 판에 정부 보조금으로 낮은 임금을 보전해주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경제 활성화 효과를 유도할 것이다.

산업별로 봐도 기피 업종 위주로 문을 여는 게 바람직하다. 3D(dirty, difficult, dangerous) 업종이나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산업에만 문을 열어도 한국으로 오려는 저개발국 인력이 많다. 농업, 어업, 임업, 광업이 대표적이다. 허용 여부로 한때 논란이 됐던 호텔, 콘도 같은 분야는 한국어 구사 역량이 중요한 요건인 만큼 한국 청년층을 위해 취업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게 옳다. 외국인을 받아들이더라도 청년 취업난 추이를 봐가며 단계적·신축적으로 허용해나가야 한다.

[반대] 외국인 없이 가동 어려운 산업현장 많아…부족인력 즉각 보충해 '메기 효과' 노려야

국내 고용시장의 구인-구직 미스매치는 해묵은 과제다. 3D 산업의 저임금은 낮은 생산성이라는 구조적 요인 탓이다. 그래서 많은 산업이 중국, 베트남 등지로 넘어갔다. 과거 우리가 조선 같은 산업을 일본 등지로부터 넘겨받은 것과 같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들어온 지 오래된 농업만 해도 높은 임금을 줄 만큼 생산성이 높지 않은 것이 근본 문제다. 청년 구직자와 실업자 상당수는 저임금, 육체적 고충, 위험한 작업 환경 같은 요인 때문에 이런 일자리를 기피한다. 그런 일을 강요할 수도 없다.

국내 근로(희망)자들이 기피하는 산업을 퇴출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농업과 어업이 그렇다. 어렵다고 하지만 경제는 고도화되면서 기대 임금도 높아지면서 기피 산업이 급격히 늘어난다. 선진국에서는 일반적 현상이다. 산업 분야를 가릴 것 없이 필요한 곳에 외국인 근로자를 최대한 받아들여야 한다. 구인난 때문에 기업이 문을 닫을 수도 없고, 조선 같은 전통 산업을 중국에 넘겨줄 수도 없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국내 일자리를 잠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손 부족 때문에 산업 자체를 저개발국으로 넘겨주는 것보다는 훨씬 이득이다.

근로 의지가 확실한 성실하고 유능한 저개발국 출신 인력은 국내에서 ‘메기 효과’를 낼 것이다. 지방 건설 현장의 근로자는 이미 절반이 외국인이다. “이삿짐 업계는 몽골인, 농어촌은 베트남인, 경공업은 태국인, 조선소는 우즈베키스탄인이 없으면 안 돌아간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외국인 근로자를 억지로 막으면 불법체류자만 양산할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를 막아 일자리를 지키는 것은 축소 경제다. 우수한 근로자를 얼마나 들어오게 할 것이냐가 관건인 만큼 이 고민을 더 해야 한다. 그러자면 동남·서남아시아에 편중된 인력 수입국을 다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산업현장은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정상적으로 가동이 안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 생각하기 - 불법체류자 줄이고 공존 모색할 때…최저임금 차등도 필요

우리가 문호를 개방한다고 우수한 외국 근로자가 미국이나 일본 대신 한국을 선택한다는 보장도 없다. 외국인 근로자와 상생이 시급하다. 정부는 비전문 취업비자(E-9) 발급을 2021년 5.2만 명, 2022년 6.9만 명, 2023년 12만 명, 2024년 16.5만 명으로 늘려가고 있다. 한때 ‘음식점은 허용, 호텔과 콘도는 금지’로 방침을 정했다가 업계의 반발로 숙박업에도 허용키로 번복하기도 했다. 이제는 외국인 근로자 없이 우리 경제의 ‘아랫부분’이 돌아가지 않는 만큼 ‘상생·공존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불법체류자를 줄이고 합법적 한국 정착, 나아가 한국 국민으로 수용을 고민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를 잘 활용하면 사우디아라비아 등과의 협력처럼 대외관계에도 도움이 된다. 중소기업이 요구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차등 임금도 최저임금 차별화 등으로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외국인 근로자 수용은 좋은 저출산 대책이기도 하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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