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할 수 없는 ‘눈’ 탐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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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은 오랫동안 몸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러나 눈은 아무도 만들지 못했죠."
조각가 김세일(65·서울과기대 조형예술학과 교수)의 30년 예술 인생을 회고할 수 있는 개인전 '김세일: 또 하나의 몸'이 내달 14일까지 진행된다.
"눈은 알 수 없는 방식으로 함께 살아가는 또 하나의 몸일지 모릅니다. 그러니 '또 하나의 몸'은 조각을 이어가려는 예술적 설정일 뿐, 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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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조각, 철사 그물, 석고 등
30년간 창작한 주요 작품 전시
조각가 김세일(65·서울과기대 조형예술학과 교수)의 30년 예술 인생을 회고할 수 있는 개인전 ‘김세일: 또 하나의 몸’이 내달 14일까지 진행된다.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이 전시는 김세일의 초기 작품부터 신작까지 드로잉 1점, 조각 33점, 부조 5점을 선보인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나무 조각 ‘수인(囚人)’이다. 김수일의 초기 나무 조각 중 ‘나무꾼과 선녀’와 함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입에 닿은 타인의 손과, 그 손목을 잡은 또 다른 손의 형상은 ‘갇힌 사람’이라는 의미의 작품명과 함께 복합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김세일은 자신의 작품 세계를 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학창 시절 투명한 구로 눈을 만들려 애쓰다가 눈이 되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눈은 마음에 두고 그 배경이라도 만들자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어왔다”고 밝혔다. 눈을 직접 표현할 수 없으니 눈을 드러나게 하는 몸의 다른 부분들을 구현하려 했다는 것이다.
전시는 철사로 엮은 입체 그물 ‘불가촉’ 시리즈도 선보인다. 그물은 공간을 점유하지만 사이사이 빈공간이 있어 존재하는 듯 존재하지 않는다. 그물 한 가운데 위치한 숟가락, 인형 등의 오브제는 투명하게 존재하는 그물에 최소한의 실존성을 부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몸의 다른 부분들로 눈을 표현하려 했던 김세일이 아예 인간의 몸에서 벗어나 작업한 결과들이다.
2020년 열린 개인전 ‘X-mass’에서 소개한 석고 작품들도 전시됐다. 초기의 나무 조각들처럼 사람의 형상을 구현했지만 제작 방식이 달라졌다. 끌과 망치로 바깥에서부터 깎아내린 초기작들과 달리 거푸집으로 대략적인 형태를 만들고 그 안에 석고를 붓는 반조각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제작 방식을 바꾸면서 작품의 모습이 추상적으로 변했지만 의미는 깊어졌다. ‘촉’ 시리즈는 사람들이 다양한 자세로 서로 맞닿아있는 모습을 형상화한다. 그들은 상대방과 밀접히 붙어있지만 맞닿아 있지 않은 신체의 일부는 사라진 상태다. 타인과 함께 할 때 마치 우리가 자아의 일부를 포기하게 되는 것처럼.
전시를 통해 돌아볼 수 있는 것은 김세일이 인간의 몸, 특히 눈을 구현하기 위해 걸어간 여정이다. 30년 예술 인생을 회고하며 김세일은 말했다. “눈은 알 수 없는 방식으로 함께 살아가는 또 하나의 몸일지 모릅니다. 그러니 ‘또 하나의 몸’은 조각을 이어가려는 예술적 설정일 뿐, 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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