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장관, R&D 예산 논란에 “책임질 일 있으면 지겠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내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지겠다”고 말했다. 대규모 예산 삭감을 적절히 방어하지 못한 데 대해 과학기술계 일각에서 불거진 장관 책임론에 대한 입장을 처음 밝힌 것이다.
이 장관은 18일 세종시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책임을 절대 피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나 역시 과학기술계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한국 과학기술이 경쟁력을 갖추고 제대로 발전하도록 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내년 R&D 예산 삭감의 취지는)앞으로 제대로 체계를 잡고 낭비적인 요소를 걷어내겠다는 것”이라며 “(R&D 예산)구조조정뿐만 아니라 제도 개선을 통해 해결법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정부는 내년 R&D 예산을 올해보다 16.6%(5조2000억원) 줄어든 25조9000억원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 R&D 예산이 삭감된 것은 1991년 이후 처음이다.
R&D 예산이 대규모로 감축된 사실이 알려지자 과학 분야 학술단체와 노동조합 등 일선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즉각 강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성명 발표 등 과학계에서는 이례적인 집단행동에 나섰다.
일선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이 장관이 과학기술계 현장의 의견을 제대로 듣고 적절히 대응했는지에 대한 불만이 불거졌다. 대통령실의 예산 감축 지시를 이행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었다. 그 사이 여당에서는 과학기술계를 독점적인 이권을 추구하는 ‘카르텔’로 몰아붙이기까지 했다.
R&D 예산 삭감에 대한 일선 연구 현장의 불만과 관련해 이 장관은 “대학원생들의 인건비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며 “국회와 함께 과기정통부도 이 부분을 살펴보고 있어 향후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계의 불만에 따른 책임론과 별개로 이 장관은 지난달부터 대통령실 안팎에서 꾸준히 개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이날 간담회에서 이 장관은 우주항공청 개청 시점을 최대한 당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안에 (우주항공청 설치를 위한)법이 꼭 통과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항공청 설치에 관한 국회 논의는 지난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여야 간 이견을 좁힌 끝에 우주항공청을 과기정통부 소속기관으로 하고 민간인 신분의 국가우주위원회 부위원장이 우주항공청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갖도록 했다. 현재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을 우주항공청 소관 연구기관으로 두기 위한 여야 간 협의가 진행 중이다.
한편, 이 장관은 오는 19일 할당 신청을 마감할 예정인 5세대(5G) 이동통신 28㎓(기가헤르츠) 주파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장관은 “현 시점에서는 몇 개 기업이 들어왔다고 말하기는 적절하지 않다”며 “향후 접수가 끝나면 내용을 정리해 조속히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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