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조기 등판’, 용산은 원하지 않았다?

박성의 기자 2023. 12. 18. 15: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두고 당내 찬반 논쟁 가열
與일각 “한 장관 조기 등판 尹레임덕 앞당길 수도“ 우려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한동훈 비대위'는 확정 단계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당내 비윤석열(비윤)계뿐 아니라 친윤석열(친윤)계 내부에서도 총선 사령탑으로서 한동훈 장관의 자질과 확장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면서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 역시 자신의 '최측근 참모'인 한 장관의 조기 비대위행(行)을 바라지 않고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한 장관의 거취를 두고 여당 내 분란이 계속될 경우 다른 구원투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올리는 '플랜B'가 작동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한동훈 침묵 속 여당 내 의견은 '분분'

18일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친윤계 일부 의원들이 지난 주말 간 동료 의원들과 각 지역 당협위원장들에게 전화를 돌려 '한동훈 비대위'를 지지해달라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타 장관'으로서 대중성과 인지도를 갖췄으며 ▲검사 출신으로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공략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젊은 사령탑으로 여성 및 2030세대와 소통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한동훈 추대론'에 힘을 실어줄 것을 당부했다는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당과 대통령실의 사정을 잘 아는 분들이 (한동훈 비대위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전달한 수준"이라며 "외압은 있지도, 있을 수도 없다. 한 장관에 대한 의원들과 당협위원장 개인의 판단은 다 다를 것"이라고 전했다.

비대위원장 선임을 두고 주말 간 '전화 여론전'이 펼쳐진 배경에는 이날 오후에 예정된 원내·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가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연석회의에서 의견을 모아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비대위를 띄운다는 입장이다. 이 자리에는 현역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20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진다. 한 장관을 둘러싼 당내 찬반 여론이 분산되자, 일부 친윤계 의원들이 유리한 여론 지형을 만들어두기 위해 설득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한 장관의 차출을 바라는 친윤계가 '초조함'을 드러냈다는 시각도 있다. 한 장관 등판에 이견이 없을 거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비윤계뿐 아니라 TK(대구‧경북) 등 친윤계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제기되면서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한 장관 역시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자들이 바라지 않는다면 비대위원장을 맡을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도 이어졌다. 지난 주말까지 이어진 '한동훈 비대위원장설'이 난관에 봉착한 셈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화제성만으로는 여권 내 한 장관만 한 사람은 없다. 문제는 정치적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실과의 관계'와 '외연 확장성' 등이 한 장관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여권 일각에선 '윤심' 역시 '한동훈 비대위'에 있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통령실 사정에 능통한 여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한 장관을 '크게 쓰일 인물'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등판 시점까지 윤 대통령이 규정하지는 않았으나 총선보다는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 '강서 보궐선거 참패' 이후 여당의 위기가 가중된 탓에 '한동훈 등판론'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이른바 '윤심'에 떠밀려 한 장관이 비대위로 향할 이유는 없다는 게 여권 내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한 핵심관계자는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행을 윤 대통령이 말릴 이유도 없지만, 되레 (비대위원장행을) 부추길 이유도 없는 것"이라며 "여기서 대통령이 말을 더 꺼내면 당무개입이다. 결정은 한 장관과 의원, 당원들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동훈 조기 등판, 尹대통령에겐 '마이너스'?

일각에는 한 장관이 여당의 총선 사령탑으로 나서는 게, 그를 아끼는 윤 대통령에겐 '딜레마'라는 시각도 있다. 한 장관이 비대위를 이끌고 총선에서 참패한다면 '한동훈 비대위'를 추진한 친윤계 세력이 급격히 약화할 수밖에 없고, 여소야대 상황 속 윤 대통령의 운신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한 장관이 총선을 승리로 이끈다면 여권과 대중의 관심이 '정치인 한동훈'에게 급격히 쏠리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12일 방송된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 출연해 "윤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을 한동훈에 대한 기대감으로 옮겨 놓고, 정권 재창출에 대한 희망을 만들어 보수층을 결집시키겠다는 게 여당 지도부의 판단"이라며 "이렇게 되면 여권 내 권력 이동이 벌어질 것이다. 사실 대통령으로서도 반가운 일은 아니다. 레임덕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한동훈 비대위'의 '플랜B'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의 이름도 거론되는 모습이다. 이들은 한 장관과 비교해 참신함은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각각 정치적 경험과 중도 성향이라는 강점을 앞세워 유력한 차기 비대위원장 및 공천관리위원장 후보로 언급된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