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도 경기의 일부? 'NO' 무책임한 말일 뿐...PL 주심, '권위'가 아니라 '권력 남용'이다

노찬혁 기자 2023. 12. 1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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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마이클 올리버 주심./게티이미지코리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마이클 올리버 주심./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 = 노찬혁 기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심판들의 권위를 세우기 위한 규정이 권력을 남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 FC는 18일(이하 한국시각) 잉글랜드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양 팀은 사이 좋게 승점 1점씩을 나눠가졌다. 

이날 경기에서 축구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사건이 일어났다. 후반전 추가시간 오른쪽 측면에서 맨유 풀백 디오고 달로와 리버풀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가 경합을 펼쳤다. 달로는 살라의 스피드에서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완벽하게 수비를 성공했다. 

볼은 터치라인 바깥으로 나갔고, 달로는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했다. 그러나 노스웨스트 더비 주심을 봤던 마이클 올리버는 리버풀의 볼을 선언했고, 살라는 곧바로 스로인을 준비했다. 그러자 달로는 흥분하며 올리버 주심을 향해 항의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였다. 올리버 주심은 달로에게 경고를 줬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달로는 올리버 주심이 경고를 꺼내자 한 번 더 팔을 휘두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행동을 취했다. 이를 본 올리버 주심은 단 3초도 안돼서 다시 옐로카드를 꺼내들었고, 두 번째 경고를 받은 달로에게 퇴장을 선언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마이클 올리버 주심./게티이미지코리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마이클 올리버 주심./게티이미지코리아

결국 남은 시간 동안 맨유는 10명으로 리버풀의 파상공세를 막아내야 했다. 달로가 빠진 자리를 후반전에 교체 투입된 공격수 파쿤도 펠레스트리가 메웠다. 다행히 맨유는 리버풀에 실점을 내주지 않은 채 경기를 마무리했고, 승점 1점을 따냈다. 

경기가 끝난 뒤 올리버 주심의 판정은 당연히 논란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달로는 잘못된 스로인 판정에 대해 리액션을 보여준 뒤 단 몇 초 만에 두 장의 옐로카드를 받았다. 마이클 올리버 주심의 판정이 매우 가혹했다는 게 일반적인 공감대였다"고 밝혔다. 

심지어 리버풀 레전드 출신 제이미 캐러거 조차 "달로의 퇴장 판정은 너무 가혹했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맨유 에릭 텐 하흐 감독은 "달로의 퇴장은 노코멘트하겠다. 팬 여러분들에게 판단을 맡기겠다"고 전했다. 

우선 일관성이 없었다는 게 첫 번째 문제점이다. 전반 21분 리버풀 공격수 다르윈 누네즈는 조니 에번스에게 파울을 범한 뒤 부심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고, 올리버 주심은 곧바로 경고 조치했다. 누네즈는 경고를 받은 뒤 부심에게 엄지를 내밀며 '잘하는 짓이다'라는 의미로 조롱했는데, 올리버 주심은 이를 넘어갔다. 

후반전 추가시간 달로에게는 단 3초 만에 경고 두 장을 꺼내는 등 권력을 남용했다. 심지어 살라의 발을 맞고 나갔기 때문에 올리버 주심의 판정은 오심이었다. 물론 달로가 첫 번째 행동에서 경고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두 번째 제스처에서 달로는 주심이 아니라 땅바닥을 향해 손을 휘저었고, 올리버 주심은 자신에게 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올리버 주심은 유럽에서 판정 논란이 많은 심판 중 한 명이다. 지난 2017-2018시즌 레알 마드리드와 유벤투스 FC의 8강 2차전 경기에서 합계 스코어 3-3으로 경기가 진행되는 와중에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당시 유벤투스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이 과도한 항의를 했다는 판정으로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마이클 올리버 주심./게티이미지코리아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올 시즌 시작 전 심판들을 향한 과도한 항의를 막기 위해 주장 외에 다른 선수가 강하게 불만을 드러낼 경우 가차 없이 경고를 꺼내들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이전까지 판정에 불복한 선수들이 주심의 앞길을 막거나 둘러싸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 따라서 새로운 규정을 도입하며 심판의 권위를 바로잡았다. 

심판의 귄위도 중요하지만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판정은 권위를 넘어서 권력 남용이 돼가고 있다. 심판들의 판정은 굉장히 중요하다. 필자 역시 2017년부터 2023년 2월까지 한국 유소년 축구 심판을 경험했기 때문에 휘슬 하나하나가 경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프리미어리그 심판들은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경고를 남발하고 있다. 

귄위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지휘하거나 통솔하여 따르게 하는 힘, 일정한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신이다. 즉, 심판의 권위가 높아지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올바른 판정, 경기의 흐름을 읽는 판정을 해야 한다. 자신이 주심이라는 이유로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선수를 경기장에서 내쫓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심판도 사람이다. 심판도 실수할 수 있다'는 말은 핑계다. 한국 유소년 축구에서는 심판 판정이 대학 입학을 결정짓고, 유럽 축구에서는 판정 하나가 시즌 말미의 우승과 강등, 유럽 대항전 진출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야구는 로봇 심판, 배구와 농구는 사소한 판정 하나도 비디오 판독을 신청한다. 축구 심판만 퇴화하고 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마이클 올리버 주심./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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