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 찍고 예금금리 다시 3% 시대… 대출금리도 더 내려간다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 연 4.02%
금융당국 자제령 및 은행채 금리 하락 탓
예금금리 하락은 대출금리 하락으로도 이어져
은행권 예금금리가 정점을 찍고 다시 연 3%대로 내려섰다.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하락하자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예금금리를 올렸던 저축은행도 금리를 연 4%대 초반으로 내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예금금리의 준거 금리가 되는 은행채 금리가 하락한 탓이다. 예금금리와 은행채 금리 하락으로 대출금리도 떨어지면서 차주(돈 빌리는 사람)의 부담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요 정기예금(12개월) 상품 금리는 연 3.75~3.90%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연 3.95~4.05% 수준이던 금리 하단이 0.20%포인트, 상단이 0.15%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NH농협은행 ‘NH올원e예금’은 3.90%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은 3.85%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은 3.75%를 나타냈다.
저축은행 예금금리도 내려가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4.02%로 지난달 초 연 4.12%에서 0.10%포인트 떨어졌다. 저축은행에서 취급하는 예금상품 중 34개가 연 3%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통상 저축은행은 수신유치를 위해 정기예금 금리를 시중은행보다 약 1%포인트 정도 높게 설정한다. 은행채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은 예금만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이다. 최근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떨어지며 저축은행의 자금 조달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그간 은행권은 지난해 말 유치한 고금리 상품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재예치를 위해 예금금리를 높이는 등 수신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최근 금융 당국은 은행의 수신 경쟁이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자제를 당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고금리예금 재유치, 외형확대 등을 위한 금융권의 수신경쟁 심화가 대출금리 추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상공인·자영업자 이자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당부하며 과도한 수신 경쟁을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최근 은행채 금리가 하락하자 은행권의 자금 조달에 여유가 생긴 점도 예금금리 하락을 부추겼다. 예금금리의 준거 금리가 되는 은행채 1년물 금리는 하락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은행채 1년물 금리는 3.69%로, 이는 지난달 초 4.10%에서 0.41%포인트 떨어졌다. 은행채 금리가 떨어진 데는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된 영향이 크다.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3회 연속 동결하고 내년 세 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내 시장금리에 선반영되고 있다.
예금금리와 함께 대출금리도 떨어지고 있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연 3.39~5.52%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1월 8일 고정형 주담대 금리가 연 4.21~6.47%인 것과 비교하면 하단이 0.82%포인트, 상단이 0.95%포인트 내린 것이다. 변동금리도 내리고 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55~6.26%에서 연 4.52~6.23%로 내렸다.
시장금리 하락으로 대출금리는 더 떨어질 전망이다. 고정형 대출금리의 준거 금리가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 역시 미국 연준의 영향으로 하락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은행채 5년물 금리는 3.64%로, 지난달 초 4.51%에서 0.87%포인트 하락했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6월 4%대로 올라선 이후 지난달 말 6개월 만에 3%대로 떨어졌다.
최근 예금금리가 하락하는 점도 대출금리 하락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예금금리는 변동형 대출금리의 준거 금리인 코픽스 하락으로 이어진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에 따라 이를 반영해 오르거나 내린다. 다만 코픽스는 지난달 취급분을 기준으로 하기에 한두 달가량 시차를 두고 뒤늦게 반영된다. 최근 예금금리 하락에도 11월 코픽스는 전달 대비 0.03%포인트 오른 4%를 기록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며 내년 중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이러한 기조가 금융채 시장에도 미리 선반영해 국내 대출금리 및 예금금리가 크게 하락하고 있다”며 “최근 코픽스 금리가 소폭 오르긴 했지만, 코픽스의 경우 1~2개월가량 시차를 두고 시장금리를 반영하는만큼 내년도는 금리가 점차 하향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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