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16%' 日기시다, 임기 만료 내년 9월까지 버틸 수 있을까
내년 4월 보궐선거도 '정권심판론' 불거질듯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가 집권 자민당의 비자금 의혹을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섰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지지율도 16%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사퇴론이 불거진 가운데,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임기가 끝나기 전에 사임하라는 압박도 커지는 상황이다.
18일 마이니치신문이 발표한 지난 16~1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16%로, 전월 21%보다 약 5%포인트(p) 떨어졌다. 일본 내각 지지율이 20%를 밑돈 것은 간 나오토 정권 시절이던 2011년 8월(15%) 이후 처음이다.
지지통신 여론조사에서는 자민당 지지율도 18.3%로 곤두박질치며, 지난 2012년 12월 집권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아사히신문이 이달 16~17일 양일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가 총리직을 사퇴하길 희망하는 유권자는 58%에 달한 반면 총리직을 유지하길 희망하는 유권자는 28%에 그쳤다.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마이넘버 카드(한국의 주민등록증에 해당) 관련 행정 오류가 반복된 영향으로 지난 6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후, 9월 개각을 실시했고, 11월에는 감세와 저소득 가구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을 담은 종합경제대책을 각의 결정했지만 지지율은 반등하지 못했다.
여기에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세이와정책연구회)를 비롯한 주요 파벌에서 불법 정치 비자금 의혹이 터지면서 정권 유지는 한층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베파 등은 정치자금 모금회에서 각 의원에게 약 18만원인 '파티권'을 수십~수백 장씩 할당량 이상 판매한 의원들에게 초과분 금액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뒷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다. 이같은 방식으로 기존에 알려진 5억 엔(약 46억원)이 아닌 최대 10억 엔(약 92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아베파 소속 의원들을 불러 비자금 사용처를 조사하고 있다. 아베파로 분류되는 각료 4명이 최근 사직서를 제출, 아베파 간부들도 잇따라 퇴진했지만, 기시다 총리를 향한 여론은 곱지 않다. 모든 책임을 아베파에게로 돌려 정권을 연명하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
기타가와 가즈오 공명당 부대표는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지 말고 자민당이 자체적으로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다만 자민당은 당분간 모금행사를 열지 않기로 하는 등 다소 우유부단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 내부적으로도 스캔들 규모를 전면적으로 밝히려는 가시적인 시도는 보이지 않는다. 한 정부 소식통은 재팬타임스에 "당이 자체 조사를 철저히 한다면 상당수의 의원이 사퇴해야 할 것"이라며 "자민당은 스캔들을 해결하기 위해 조처를 취하는 것을 꺼린다"고 설명했다.
이 탓에 기시다 총리는 우선 검찰 조사가 본격화한 앞으로의 한 달간 고비를 잘 넘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자금 의혹으로 적발되는 인사들이 많을 경우, 그 여파는 아베파에만 그치지 않고 기시다 내각을 직접 겨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내년 4월 치러지는 보궐선거가 정권 심판의 성격을 띨 수 있다는 점도 기시다 총리에게는 또 하나의 리스크다.
내년 4월28일에는 호소다 히로유키 전 중의원 의장의 사망으로 시마네현 제1중의원 선거구 보궐선거가 예정돼 있다. 이번 비자금 의혹으로 의원이 사직하면, 해당 지역 보궐선거도 같은 날 치러지게 된다. 의원들이 대거 사직해 대형 보궐선거가 치러진다면 기시다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정부 소식통은 지지통신에 "기시다 총리 밑에서 자민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민당 의원들의 우려가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고, 한 자민당 간부는 "총리는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이것이 우리 당을 구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기시다 총리가 내년 9월 전 사퇴한다면, 후임으로는 고노 다로 일본 디지털상,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등이 거론된다.
고노 디지털상은 과거 외무상 시절 한국과의 관계에서 잦은 막말로 물의를 일으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90%가 남성인 자민당 의원 중에서 가미카와 외무상은 눈에 띄는 여성 정치인이다. 일본 내각에서 여성이 외무상을 맡은 건 2002년 이후 20년 만이다.
당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이시바 전 간사장은 아베파에 대항해 '이시바파'를 결성하기도 했다. 파벌 정치가 문제를 부른 상황에서 새 얼굴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으로, 지난 9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방류의 안전을 강조하기 위해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서핑을 하며 주목받은 인물이다.
다만 이들 모두 기시다 총리의 후임으로 자리매김할 만큼의 당내 세력을 이끌지는 못하고 있다는 게 주된 평가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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