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조절 안 되는 ‘당뇨병’과 ‘당원병’, 차이점은?
우리 몸은 음식을 먹고 나면 이를 소화시키는 과정에서 혈당이 오르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한다. 이러한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혈당이 치솟으면 당뇨병이라고 하고, 반대로 지나치게 혈당이 떨어지면 당원병이라고 한다. 당뇨병과 당원병의 차이에 대해 알아본다.
혈당 높아지는 당뇨병 vs 혈당 낮아지는 당원병
우리 몸은 음식을 섭취하면 혈당이 높아진다. 혈당은 정상의 경우 식전 100mg/dL 미만을 유지하다가 식후에는 20~60mg/dL 정도 상승해 140mg/dL 미만을 유지한다.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은 세포 내로 포도당을 유입시키고,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변화시켜 간에 저장한다. 음식을 먹고 시간이 지나면 혈당이 낮아지고, 췌장에서는 글루카곤이 분비된다. 글루카곤은 간에 있던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효소들을 활성화시킨다. 이를 통해 글리코겐이 포도당으로 분해돼 혈액으로 유입되고, 혈당이 다시 일정 수준으로 높아지게 된다.
그런데 혈당에 영향을 미치는 인슐린과 효소에 문제가 생기면 질병이 발생한다. 인슐린이 결핍돼 있거나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면 당뇨병이 나타나고, 혈당을 정상적으로 올리는 효소가 결핍되면 당원병이 발병한다.
혈당이 낮아지면서 저혈당 쇼크의 위험성이 커지는 당원병은 간에 쌓여 있는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효소가 결핍된 질병으로, 희귀난치질환이다. 췌장에서 분비된 호르몬인 글루카곤은 소화 효소를 활성화시켜 포도당으로 사용하는데, 이 효소 자체가 없어서 발생한다. 이로 인해 떨어진 혈당이 다시 올라가지 못하면서 저혈당이 찾아온다. 결핍된 효소나 기능의 결함에 따라 1~9형까지 분류되는데, 국내에서는 포도당-6-포스파타아제(Glucose-6-phosphatase) 효소가 부족한 1형이 가장 흔하다.
반면 당뇨병은 높아진 혈당이 떨어지지 못하면서 고혈당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당뇨병은 발병 원인에 따라 제1형 당뇨병과 제2형 당뇨병으로 구분된다. 제1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을 생성하는 베타세포가 파괴돼 인슐린이 결핍되는 질병이다. 반면 제2형 당뇨병은 주로 과체중, 운동 부족, 고열량 식단 등으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면서 발병한다.
혈당에 문제가 생겨 발병하는 두 질환 중 특히 제1형 당뇨병과 당원병은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발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제1형 당뇨병은 유전적인 소인을 가진 사람에게 감염이나 스트레스 등 외부 환경적 요인이 가해지는 경우 발병한다. 유전자의 발현이 소아청소년기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소아당뇨병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당원병은 1형 당뇨보다 발병 나이가 어린 편인데, 그 이유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태아기, 영유아기 성장 과정에서 소화 효소가 아예 생성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당원병은 전 세계적으로 인구 10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국내에는 약 400명 정도의 환자가 있으며 1년 평균 2~5명 정도 발병한다.
당뇨병 환자는 식이섬유 식단, 당원병 환자는 옥수수 전분 식단 먹어야
당원병과 당뇨병은 혈당 관리를 평생 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증상에서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당뇨병이 발병하게 되면 혈당이 높아지면서 물을 많이 마시게 되고, 이에 따라 화장실을 많이 가는 다뇨 증상을 보이게 된다. 또 많은 양을 먹는데도 불구하고 체중이 줄어드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반면 당원병은 비대해진 간과 신장으로 인한 볼록한 복부, 혈소판 장애로 인한 출혈, 작은 키 등이 있다.
아울러 합병증에도 유의해야 한다. 당뇨병은 동맥경화증, 심근병증, 뇌혈관 질환, 신장병증, 신경병증 등의 합병증을 유발한다. 또 복합적 합병증으로 감염, 피부 병변, 당뇨발 등에 걸릴 위험이 있다. 당원병 환자는 간비대와 젖산혈증, 고요산혈증, 고지혈증, 저혈당성 경련 등을 합병증으로 앓게 된다. 이밖에도 저신장, 사춘기 지연, 신부전, 통풍, 골다공증, 간종양, 다낭성 난소증후군 등의 합병증을 앓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는 두 질병이지만, 그래도 관리를 통해 호전될 수 있다. 특히 식이요법을 통한 혈당 관리가 큰 도움이 된다. 당뇨병은 고혈당에 유의해야 하고, 당원병은 저혈당 예방에 초점을 두고 관리하는 것이 좋다. 먼저, 당원병 관리를 위해서 옥수수 전분을 활용한 식단을 통해 저혈당을 예방해야 한다. 영유아기부터 이유식 대신 옥수수 전분을 물이나 두유 등 음료에 개어 하루 4번에서 최대 12번까지 먹어야 한다. 전분은 포도당으로 흡수되는 속도가 느려 혈당이 적정 수준으로 장시간 유지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혈당을 높이지 않도록 섭취하는 영양 성분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이닥 영양상담 길주현 영양사는 “당뇨병 환자의 식단은 식이섬유가 많은 잡곡밥, 호밀, 신선한 채소류, 두부 콩류, 계란, 붉은 살코기, 껍질을 제거한 닭고기, 견과류 등으로 식사를 구성하는 것이 좋다”며 “정제 밀가루를 이용한 빵, 흰쌀밥, 정제당이 함유된 식품, 과일류 등 GI 지수가 높은 식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당뇨병과 당원병 환자 모두 혈당을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원병 환자의 경우, 저혈당 기준인 70mg/dL 미만으로 혈당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루에 수 차례 확인해야 한다. 또 혈당이 떨어지면 상승하게 되는 혈중 케톤 농도, 요산, 젖산 농도를 함께 측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당뇨병 환자는 식전 혈당 80~13mg/dL, 식사 2시간 후 혈당 180mg/dL 미만, 당화혈색소 6.5% 미만을 목표로 지속적인 관리를 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 = 하이닥 영양상담 길주현 (영양사)
안세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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