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 호소 응급실 찾은 70대, 7시간 대기하다 숨져

병원, 세 차례 호명 응답 없어 귀가 판단
경찰, 병원 대처 적절했나 과실 여부 조사

게티이미지뱅크

강원 춘천시의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70대가 치료를 위해 대기하다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은 병원의 과실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춘천에 거주하는 A(74)씨는 13일 오후 8시 36분쯤 119에 전화를 걸어 어지럼증과 두통을 호소했다. A씨는 구급차를 타고 같은 날 오후 8시 52분쯤 강원대병원으로 옮겨졌고, 응급실 대기실에서 홀로 치료순서를 기다렸다. A씨는 앞서 2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이 병원 흉부외과에서 입원치료를 마치고 퇴원한 상태였다. 병원은 A씨 의식이 명료하고 직접 걸어 이동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경증으로 분류해 그를 대기실에서 기다리도록 했다.

그런데 A씨는 병원을 찾은 지 7시간 만인 14일 오전 4시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의료진이 별다른 움직임 없이 대기실에 앉아 있는 그에게 심폐소생술을 진행했으나 끝내 사망했다.

병원 측은 13일 오후 11시부터 이튿날 오전 2시 사이 A씨를 세 차례 불렀으나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수 차례 답변이 없어 대기하던 환자가 병원을 벗어난 것으로 파악했다”며 “애초에 위중한 증상이었다면 답변이 없을 때 추가로 연락을 했을 텐데, 당시 응급환자가 19명인 상황에서 경증 환자까지 연락하기엔 인력 등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A씨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하고 병원의 대처가 적절했는지 등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