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지 못한 사람들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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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에 새겨질 만큼 깊은 상처는 인간을 두 가지 방향으로 이끈다.
하나는 고통을 준 세상에 대한 저항, 다른 하나는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다.
김이듬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버림을 받았던 적이 있고, 그 기억이 평생 내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그것이 억압 받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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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준 사람들 많더라”
시집 ‘투명한···’ 펴낸 김이듬
타인에 대한 연민 담아내
‘히스테리아’(문학과지성사), ‘표류하는 흑발’(민음사) 등 이전 시집에서 전자에 방점을 둔 작품들을 선보였던 김이듬 시인은 신작 시집 ‘투명한 것과 없는 것’(문학동네)에서 타인과 세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드러낸다.
‘어린 나를 더 어린 내게 던져두고/사라진 엄마를 미워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법원에서’), ‘생의 한복판을 피해 생존 근처를 서성인다’(‘오늘의 근처’) 같은 문장에서 엿보이는 것은 지워지지 않는 상흔을 가진 인간이다.
시집이 취하는 주된 방식은 비슷한 처지를 가진 사람들에게로의 손 내밂이다. ‘어쩌면 삶에 의미가 있을지도 몰라/의미 없어도 생생하지/사는 걸 꽤 좋아하면 좋겠어’(‘후배에게’) 등의 표현과 ‘눈물이 났다/나만 이상하게 살아가는 건 아니다’(‘시인의 말’)는 독백은 고통 받는 타인에 대한 연대를 품고 있다. 이전 시집들이 ‘나는 사채 이자에 묶인 육체파 창녀하고 다를 바 없다’(‘시골 창녀’),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널 물어뜯어 죽일 수 있다면’(‘히스테리아’)처럼 위악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김이듬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버림을 받았던 적이 있고, 그 기억이 평생 내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그것이 억압 받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김이듬의 시가 따듯해진 것은 사랑에 대한 시선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묵은 상처에 새살이 돋으며 시인의 세계가 더욱 옹골차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김이듬은 “최근 몇년간 아버지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운영하던 책방이 문을 닫으면서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며 “사랑받지 못하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저를 사랑해준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시집에는 부모와의 관계를 다루는 작품들이 다수 수록됐다. ‘당신이 누리지 못했던/모든 것을 내게 주려는 듯이/그게 얼마나 큰 부담인 줄 모르죠’(‘당신의 문’), ‘색깔 있는 옷 좀 입으면 안되겠니?/내가 죽은 지 얼마인데’(‘야외용 식탁’)처럼 특유의 반항적인 어투로 부모와의 기억을 서술한다.
마음이 무너졌던 인간도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시집에는 ‘확인해보고 싶지도 않다 그것을 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은 영원히 그것을 할 수 없다는 단정을’(‘저녁의 모방’)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것’은 사랑으로 읽힌다. 독자는 시집을 관통하는 따뜻한 연민을 통해 그 답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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