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회 최고시청률 경신, 보면 볼수록 마음 푸근해지는 '웰컴투 삼달리'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12. 1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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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선과 지창욱이 주는 공감과 위로, ‘웰컴투 삼달리’ 심상찮네
‘웰컴투 삼달리’, 저 마다의 삼달리를 만나는 시간

[엔터미디어=정덕현] "진짜 열심히 뻔뻔하게 버텼는데 여전히 여기서 마음 둘 곳 하나 없잖아. 나랑 13년을 같이 일한 에디터는 내 기사 뜨자마자 연락이 두절되더라. 나 아니면 화보 안 찍겠다고 막 그러던 연예인들도 마찬가지고 10년을 넘게 같이 일했는데 누구 하나 나한테 진짜냐고 아니지 않냐고 괜찮냐고 물어봐 주는 사람이 하나 없어. 잘 나가는 사진작가 조은혜가 아니면 필요없는 거지 뭐. 내가 죽어라 달려왔던 이 길이 빈껍데기 같아."

JTBC 금토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에서 조삼달(신혜선)은 조용필(지창욱)에게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는다. 자신의 어시였던 방은주(조윤서)가 자신의 갑질 때문에 자살 시도까지 했다는 이야기에 모든 걸 잃어버린 조삼달은 제주 고향까지 도망쳐 온 후에도 혹여나 자신이 진짜 그랬던 건 아닐까 의심하고 고민한다. 하지만 방은주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훔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조삼달은 궁금해진다. 자신이 혹여나 했을 지도 모를 갑질 때문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가진 걸 뺏고 싶어서 방은주가 그런 짓을 벌인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결국 서울까지 한 달음에 올라와 자신이 진짜 죽고 싶게 갑질을 했었냐고 묻자, 허탈하게도 돌아오는 말은 아니라는 답변이다. 그게 아니기만을 그토록 바랐지만 확인하는 순간 조삼달은 허탈함에 무너진다. 그가 애써 달려왔던 그 길이 '빈껍데기'처럼 느껴진다. 그러니 그 빈껍데기에 집착이 생길 리 없다. 조삼달은 다시 방은주를 찾아가 자기 거를 다 훔쳐가라며 이렇게 말한다. "네 덕분에 다 잃었어 나. 그래서 나 진짜 힘들거든? 근데 힘들다고, 내 마음처럼 안된다고, 하면 안되는 짓까진 하지 않아."

힘들어도 꿈을 이루기 위해 버텨내는 것. 어쩌면 우리 모두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화나도 참고 누르고 괜찮은 척, 당당한 척" 버텨낸다. 그런데 그렇게 버텨내 드디어 꿈을 이루었을 때 그 모습은 과거의 나와 달라지기도 한다. 조삼달이 겁을 냈던 건 바로 그것이다. 자기도 모르게 변한 자신이 방은주에게 그런 짓을 했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도대체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힘겨운 일들을 버텨내야 하기에 자기 자신이 변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될까. 우리가 사는 모양이 딱 그렇다.

<웰컴투 삼달리>는 이처럼 저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꿈이라고 포장된 욕망을 이루기 위해 달려가는 우리에게 그게 과연 '진짜'인가를 묻는다. 혹 가짜인데 진짜인 줄 알고 사는 건 아니냐고 묻고, 가짜에 집착하다가 진짜 자신마저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니냐고 묻는다. 다행스럽게도 뭍에서 조은혜라는 이름의 유명 사진작가로 불렸지만 한 순간에 그것이 빈껍데기에 불과했다는 걸 알게 된 조삼달에게는 늘 그를 생각하고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조용필을 비롯한 삼달리 독수리 오형제가 그들이다.

그래서 빈껍데기라고 말하는 조삼달에게 조용필은 제안한다. "야 삼달아. 찾자 찾으면 되잖아. 사진작가 조은혜 말고 조삼달. 아니 그렇잖아. 꿈이 사라진 거지 진짜 너가 사라진 건 아니잖아. 그러니까 찾자고. 사진작가 조은혜 말고 진짜 조삼달." 조용필의 이 말은 치열하게 꿈이라 생각하고 달려오다 그것이 좌절되자 마치 자신의 존재가 지워져버린 것 같아 좌절하는 이들에게는 커다란 위로로 다가온다. 꿈이 사라진 거지 내가 사라진 건 아니라는 것.

조삼달이 도시의 삶에 지쳐있는 우리의 초상 같다면, 조용필은 그 삶을 토닥여주는 작가의 목소리 같다. 그래서 <웰컴투 삼달리>는 보면 볼수록 마음이 푸근해지고 편해진다. 5.1%(닐슨코리아)로 시작한 시청률이 매회 상승 기록을 새로 쓰며 어느새 10%를 바라보고 있는 것도 이런 푸근함에 기반을 두고 있다. 드라마 초반에 나왔던 해녀들의 이야기처럼 '평온해 보이지만 위험천만한 바다' 같은 현실에서 '당신의 숨만큼만 버티라'고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힘들면 올라와 다시 숨을 고르라고.

그러면서 조용필의 목소리를 빌어 이야기한다. "어쩌면 꿈은 이루는 것이 아니라 지켜내는 걸 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내 꿈도 그 빛을 다 잃어버린 건 아닐 지도 모른다." 왕경태(이재원)가 울면서 말했듯 '친구들의 자랑'이 될 정도 힘겨운 걸 버텨내고 무언가를 이루는 것도 꿈이 될 수 있지만, 이제는 그런 치열한 삶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고 지켜내는 것도 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웰컴투 삼달리>라는 제목은 중의적인 의미로 읽힌다. 삼달리로 돌아온 조삼달을 반긴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저마다의 진짜였던 '삼달리'를 찾아가는 걸 반긴다는 뜻으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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