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종시 ‘맹지’에 뜬금없는 진출입도로?…100억대 땅으로 탈바꿈

주민설명회 때 없었던 진출입도로 갑자기 개설... “외압 특혜 의혹”
30년동안 관련 국세 1원도 내지 않고도 올해 8월 제2종 근린생활시설 허가

[아이뉴스24 지승곤 기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세종시의 한 맹지에 폭 6m의 진출입도로를 개설해줘 해당 맹지 땅이 100억원대의 금싸라기 땅으로 만들어줬다는 특혜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행복청은 이곳 맹지에 진출입도로를 개설하기 위해 옆의 땅을 강제 수용해 땅 주인의 반발을 사고 있다. 맹지는 다른 사람의 토지에 둘러 싸여 도로에 직접 연결되지 않는 땅을 일컫는다.

아이뉴스24 취재를 종합하면, 행복청은 세종시 봉암리 B씨 소유의 맹지 약 1400여 평과 램프구간을 연결시켜주는 폭 6m 진출입 도로를 개설하기 위해 주변 A씨와 B씨의 땅 270평을 10억원을 들여 강제 수용했다. 램프구간은 입체교차로에서 높낮이 차이가 나는 두 개의 도로를 연결하는 길을 뜻한다.

강제 수용된 270평 중 227평은 비탈면, 갓길, 배수로 등 기타 시설을 위해 쓰였으며, 나머지 43평은 A씨와 B씨 땅의 진출입 도로로 조성됐다.

세종시 봉암리 입체교차로의 램프구간에 난 폭 6m 진출입도로(빨간색 부분)에 수용된 맹지인 B씨 땅은 3평(파란색)이다.[그림=지승곤 기자]

그런데 43평의 진출입도로의 경우, 맹지소유의 B씨 땅은 수용면적의 7%인 3평에 불과하며, 진출입도로가 필요치 않은 A씨 땅은 무려 93%인 40평으로 구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진출입도로 개설로 인해, B씨의 맹지 약 1400여 평은 일부 제2종 근린생활시설 개발행위 허가를 내 100억원대의 금싸라기 땅이 됐다. 더욱이 맹지 소유자인 B씨는 30년 동안 봉암교 바로 옆의 1번국도변을 허가없이 진출입로로 무단점용해 왔으며, 국세인 도로점용료를 단 1원도 납부한 적이 없었음에도 갑작스런 진출입도로 개설로 인해 막대한 이득을 보게 된 셈이다.

반면 진출입도로가 필요 없으면서도 강제로 땅을 수용당한 A씨는 “행복청이 B씨에게 진출입로를 개설해줄 의무가 없는데도 ‘왜 토지를 강제 수용하면서까지 혜택을 주려하는가”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A씨는 “나는 진출입도로가 필요없는데 땅을 강제수용 당했다. 더욱이 개설될 진출입도로(43평)의 93%가 내땅이고, 맹지를 갖고 있는 B씨는 7%(3평)의 땅만을 수용 당했는데도 기존 맹지 땅값이 100억원대에 이르게 됐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A씨는 특히 “2018년 4월에 발표된 (관련) 주민설명회에서는 ’폭6m 진출입도로‘가 없었다. 같은 해 8월 실시설계도면상에 처음으로 당초보다 2배 가량 길어진 램프구간의 중간지점에 (진출입도로가) 생겼다”며 갑작스런 진출입도로(폭6m, 너비20m) 개설에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세종시 봉암리 입체교차로의 램프구간에 폭6m 진출입도로가 사전 협의나 동의 없이 2018년 8월 설계반영됐다.[그림=지승곤 기자]

이와 관련 행복청 한 관계자는 “거기가 도로를 낼 수 있는 데가 아니다. 원래. A씨와 주변 땅(B씨 소유의 맹지)들을 다 살려주기 위해서 도로를 낸 거다”고 말해 진출입도로가 특혜임을 간접 시인하기도 했다.

B씨는 과거 특정 정당에서 중책을 맡은바 있으며, 전 세종시장 선거캠프에서도 몸담았던 적이 있었다. 그는 30년 동안 1번 국도를 무단점용하고 도로점용료와 변상금을 납부한 적이 없는데도 진출입도로 개설 특혜를 받은 셈이다. 행복청의 진출입도로 개설에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2018년 당시 램프구간에 폭6m 진출입 도로(행정재산)를 내는 도로구역 결정고시를 한 이유에 대해 도로사업시행자인 행복청 관계자는 “추정키로는 본선(1번국도)에서 진출입을 하게 되면 위험하니까...(입체교차로의) 램프구간에서 진출입하게 논산국토와 협의해서 지금의 위치로 정했다”고 말했다.

허가청인 논산국토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그곳이 입체교차로가 생기고, 행복청은 별도로 (램프구간에) 진출입로를 내게 됐으니(좋은거 아니냐)" 면서 "(A씨도, B씨도)램프구간내의 진출입로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해명했다.

반면 관련 전문가들은 "램프구간은 진출입로 등 개설 금지구간"이라며 "이는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지승곤 기자(argos42@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