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오인사살' 뒤 네타냐후 압박 최고조…이스라엘 전략 바뀌나

김예슬 기자 2023. 12. 1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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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요구하는 국내외 목소리 커져…美 압박 커질 듯
네타냐후, 애도 표하면서도 "끝까지 계속할 것" 강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텔아비브 키리야 군사기지에서 장관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23.10.28/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자국 인질 3명을 오인 사격으로 사살한 이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향한 국내외적 압박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일주일간 휴전 뒤 인질 구출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군사작전을 밀어붙인 네타냐후 총리는 어떤 수를 둘까.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전쟁이 해결되지 않고 계속되고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이스라엘의 주요 서방 동맹국들은 네타냐후 총리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며 "네타냐후 총리의 권력 장악력은 그 어느 때보다 흔들리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측에서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척결하기 위해 군사 작전을 끝까지 이어가겠다는 입장인데, 이 과정에서 자국 인질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만큼 이스라엘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셰파임에서 군의 오인 사격으로 가자 지구서 숨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끌려갔던 인질인 알론 샴리즈의 장례식서 동생이 오열을 하고 있다. 2023.12.18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휴전 요구하는 국내외 목소리 커져…美 압박 커질 듯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지난 15일 자국인 인질 3명을 사살했다. 이들은 비무장 상태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옷을 벗고, 백기를 흔들며 구조를 요청했는데도 IDF가 총을 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는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NYT는 "폭격과 시가전을 포함한 격렬한 군사 작전은 아직 포로로 잡혀 있는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이는 이스라엘의 평판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방의 휴전 압박 요구도 커지고 있다. CNN에 따르면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방문해 "우리는 지속 가능한 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너무 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과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은 16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의 일요판 선데이타임스에 실린 공동 기고문을 통해 휴전을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는 지속 가능한 평화로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휴전으로 가는 길을 닦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스라엘을 찾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이스라엘 측에 압박을 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CNN에 "가자지구에서 다음 단계로 전환하기 위해 어떤 기준을 보고 있는지 등 이스라엘 관리들에게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현재처럼 대규모 공습이 아닌 표적화된 작전으로의 전환 등 3주 내 지상전 규모를 축소할 것을 요구할 전망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4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스라엘이 약 3주 내로 전술을 축소 전환해 하마스 소탕에 나서길 원한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희망사항을 전달한 바 있다.

14일 (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 군의 포격을 받은 가자 지구 라파에서 쑥대밭이 된 주택 주변에 주민들이 모여 있다. 2023.12.15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휴전 재개 가능성 커졌지만…네타냐후 "끝까지 계속할 것" 강조

인질 오인 사살을 계기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이집트 보안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휴전과 인질 석방을 재개할 의사가 있다"면서도 "그 실행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 차이가 있다"고 보도했다.

CNN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데이비드 바르네아 국장이 카타르 총리와 만나 인질 석방을 위한 간접 협상을 재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 회담은 IDF가 인질 3명을 실수로 살해하기 전 계획됐지만, 인질 오인 사살 사건으로 회담에 긴급성이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군사 전문가인 야길 레비 이스라엘 오픈대학교 교수는 "(인질 오인 사살은) 인질 교환 움직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며 "네타냐후 총리와 다른 장관들이 인질 교환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고려하게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인질들의 죽음은 내 마음을 아프게 하고, 온 나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며 "이스라엘 국민과 함께 깊은 슬픔에 머리를 숙이고, 세 아들의 죽음을 애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하마스를 해체하고 인질을 모두 돌려받을 때까지 끝까지 계속할 것"이라며 "가자지구가 다시는 테러의 중심지가 되지 않도록 하는 등 우리의 모든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여론도 부정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텔아비브 시위에 참석한 요나탄 하다리는 NYT에 "군은 일을 잘하고 있지만, 리더십(네타냐후)이 형편없어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책임을 지지 않는 총리, 인질 가족이나 유가족을 찾지 않는 총리"라고 지적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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