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녀마저 참전한 경영권 분쟁…성년후견 심판 결과 염두?

허인회 기자 2023. 12. 1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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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경 이사장, 2차 형제의 난에 동생들 편에
주가는 다시 상한가 치며 급등…분위기 환기
성년후견 받아들여지면 조 회장 지분 무효돼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도 뛰어들어서다. 조 이사장은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를 지지하며 2020년 1차 형제의 난 당시 형성됐던 '조현범 VS 조희경·조현식·조희원' 전선이 다시 만들어졌다.

조 이사장은 이번 결정을 "한국앤컴퍼니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내달 있을 조 명예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까지 고려한 선택이라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심판 결과에 따라 조 명예회장이 조현범 회장에게 넘긴 지분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계열사 부당지원 및 횡령·배임 의혹을 받는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 3월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만에 밝힌 입장 "경영권 분쟁 최초 원인 제공자는 조현범"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에 동참했다. 조 이사장은 지난 17일 입장문을 내고 "한국앤컴퍼니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동생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과 조희원의 입장을 지지하게 됐다"고 알렸다. 지난 5일 MBK의 공개매수 공고 이후 12일 만에 나온 공식 입장이다.

조 이사장은 그러면서 "이러한 분쟁을 가져온 최초 원인 제공자는 조현범(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라고 생각한다"며 "최근 아버지(조 명예회장)의 행보도 본인 스스로의 판단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강하지 않은 아버지를 이용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는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이사장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은 0.81%다. 조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식 고문(18.93%)과 차녀 조희원씨(10.61%)의 지분에 조 이사장까지 합세하면서 이들 삼남매의 지분은 30.35%가 됐다. 조 이사장의 지분은 미미하다. 하지만 조 명예회장의 지분 취득으로 경영권 분쟁이 조 회장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국면에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는 평가다.

장녀의 참전과 MBK의 공개매수가 상향으로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급등하고 있다.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18일 개장 직후 상한가(2만600원)로 직행했다가 상한가가 풀리며 2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뒤늦게 경영권 분쟁에 참여했지만 3년 전 형제의 난을 촉발시켰던 건 조 이사장이었다. 2020년 6월 조 명예회장은 돌연 자신이 보유한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23.59%)을 조현범 회장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매각했다. 하지만 조 이사장과 조현식 고문 등 다른 자식들은 반발했다. 너무 급작스런 아버지의 결정이란 이유에서였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2021년 4월21일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성년후견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영권 분쟁 마지막 불씨 '성년후견' 변수로 작용?

이에 조 이사장은 조 고문과 함께 같은 해 7월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하기에 이른다. 당시 조 이사장은 "그동안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신념이나 생각과 너무 다른 결정이 갑작스럽게 이뤄졌다"며 "이러한 결정들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내린 결정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청구 사유를 밝혔다. 성년후견은 고령이나 장애, 질병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에 대해 후견인을 선임해 돕는 제도다.

이에 조 명예회장은 "조현범 회장(당시 사장)은 회사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이전부터 최대주주로 점찍어뒀다"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조 이사장과 뜻을 함께 한 조현식 고문은 이듬해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과 표 대결을 펼쳤지만 자신이 추천한 감사위원 선출에 그치며 경영권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현재 성년후견 심판은 진행 중이다. 2022년 4월 1심에서 기각됐지만 조 이사장이 "정신감정 없는 결정은 객관적인 판단이 아니다"며 항고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번 경영권 분쟁 참여를 알리며 "최근 아버지의 행보도 본인 스스로의 판단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조 이사장이 언급한 것도 조 명예회장의 정신건강이 온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재계의 해석이다. 앞서 조 명예회장은 지난 7일부터 6차례에 걸쳐 장내 매수 방식으로 한국앤컴퍼니 지분 2.72%(258만3718주)를 취득했다. 차남인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준 셈이다.

조 이사장의 주장에 따라 조 명예회장의 정신감정은 보라매병원에서 이뤄졌고, 병원은 지난달 27일 재판부에 결과를 송부했다. 조 명예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 심문기일은 내달 11일 진행된다.

관심은 심판 결과다. 재판부가 조 명예회장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을 내려 조 이사장의 성년후견을 받아들일 경우, 조 명예회장이 조 회장에게 블록딜로 넘긴 지분이 무효가 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조 회장의 지분율은 18.44%로 대폭 줄어들게 든다. 경영권의 향방도 한치 앞을 알 수 없게 된다. 결국 이런 상황까지 고려해 뒤늦게 조 이사장이 경영권 분쟁에 참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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