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비 많이 오는데”…이 보고서 봤더니 소름돋네

연 총강수량 1미터 증가 시
지역 내 총생산 성장 2.54%↓
건설업 가장 많이 영향 받아
잠재성장률 약 0.05%포인트 하락 요인

경제성장과 기후변화가 이제 동전의 앞뒷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면서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이 기후변화에 따른 국내 실물경제에 대한 물리적 리스크 영향을 실증분석을 통해 정량적으로 평가해 눈길을 끈다. 기후변화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국내에서 이번에 처음이다.

한은이 18일 ‘국내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의 실물경제 영향 분석’을 주제로 발간한 ‘BOK 경제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연 총강수량이 1미터(1000mm) 증가하면 지역 내 총생산(1인당 기준) 성장을 2.54% 하락시키는 영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라고 가정하면 성장률을 약 0.05%포인트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산업별로 연 총강수량 증가에 따른 영향을 보면 실외에 노출된 생산활동이 많고 노동생산성에 영향을 상당히 받는 건설업(-9.84%)과 비금속광물·금속제품 제조업(-6.78%), 그리고 금융·보험업(-3.62%) 등에서 실질 부가가치의 성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앞서 연평균 강수량은 전국에 기상관측망이 설치된 1979년 당시 1039mm였으나 2020년에는 1630mm로 591mm증가한 바 있다.

연 평균기온 상승에 따른 1인당 지역 내 총생산 성장에 대한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으나, 산업별로는 일부 산업에서 유의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보면 연 평균기온 상승은 주로 서비스업의 실질 부가가치 성장에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줬는데, 평균기온 1도 상승 시 도매·소매업(-1.85%), 부동산업(-1.73%) 등에 피해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만성 기후리스크의 산업별 실질 부가가치 영향 예측.[자료 제공 = 한국은행]

연 평균기온과 연 총강수량이 실질 부가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현재까지의 관측치를 기준으로 1985년부터 2021년까지 나타난 만성 기후변화의 중간값 수준의 변화가 5년 연속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해 산업별로 보면 건설업(-4.90%), 부동산업(-4.37%), 섬유 의복·가죽제품(-2.53%)과 비금속광물·금속제품(-1.76%), 금융·보험업(-1.13%)에서 피해 영향이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별로는 위도상 남쪽에 위치하거나 도시화와 산업화 비중이 높은 지역인 제주(-3.35%), 경남(-2.39%), 대전(-1.54%), 부산(-1.31%), 대구(-1.03%), 인천(-0.93%), 울산(-0.88%), 서울(-0.75%) 등에서 피해 영향이 있을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지원 한은 금융안정국 지속가능성장연구팀 과장은 “이번 연구의 추정치는 홍수, 가뭄, 산불 등 급성 리스크로 인한 직접적 피해 영향에 대한 예측은 포함하고 있지 않아 이를 고려할 경우의 피해 수준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과장은 “기후변화 물리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근본적으로는 탄소 중립에 대한 노력이 필수적”이라며 “기후위기 적응은 온실가스 감축과 더불어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한 축임에 대한 인식의 제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