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사람들 착각이 아니라 진짜 현실을 못 보는 것 아닐까요
뉴스페퍼민트 NewsPeppermint
미국 언론의 사명 가운데 "기계적인 정치적 중립"은 없습니다. 이번에 공화당을 비판하는 기사를 썼으니, 다음에는 민주당을 비판하는 기사를 써야 한다는 원칙 같은 건 없다는 말입니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팩트체크를 거쳐 진실을 보도하는 걸 원칙으로 삼고, 그러다 보면 어떤 사안이든 일관되고 공정한 잣대로 취재하고 분석해 보도할 수 있게 될 뿐입니다. 신문들은 아예 선거 전에 어느 후보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하죠. 오피니언란에 올라오는 칼럼에서는 그 언론사의 논조가 아무래도 더 분명히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란에는 최근의 거시경제를 설명해 주는 글이 자주 올라옵니다. 이런 칼럼들은 대개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성적표가 생각만큼 나쁘지 않다"는 결론으로 글을 맺곤 합니다. 구구절절 드는 이유를 읽다 보면 논리적으로 이해가 가다가도 한편으론 주변 사람들 사는 모습은 여전히 팍팍해 보이던데 경제가 정말 잘 돌아가고 있는 게 맞나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무언가를 자세히 설명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사람들이 어떤 일의 원인을 잘못 알고 있으니, 그걸 바로잡아 보려고 한 것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주류 언론 대부분이 그렇지만, 뉴욕타임스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뉴욕타임스 칼럼 필진도 마찬가지죠. 그렇다고 이들이 바이든 행정부를 무조건 옹호하는 글을 쓰지는 않지만,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가 과도한 비판을 받는다고 여기는 부분에 관해선 정부를 변호하는 논조의 글을 자주 씁니다. 경제에 관해선 폴 크루그먼이 대표적입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성적표가 나쁘지 않다며 짐짓 독자들을 꾸짖는 듯한 톤의 글이 올라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일 겁니다.
[ https://www.nytimes.com/column/paul-krugman ]
그래도 여전히 개운치 않을 때가 많습니다. 경제학자들의 친절한 설명은 일반 사람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체감 경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칼럼을 읽다 보면 종종 어딘가 허전할 때도 있고, 심지어 불편해지기도 합니다. 트리시 맥밀란 커텀이 쓴 이번 칼럼을 읽고 여기에 관한 궁금증이 상당 부분 해소됐습니다.
[ https://premium.sbs.co.kr/article/zB30l-eZ7gA ]
[ https://premium.sbs.co.kr/article/UmFVaeLtfJp ]
우선 이 글을 "오컴의 면도날" 원칙에 따라 이해하는 건 잘못입니다. 각종 지표와 숫자, 데이터를 동원해 지금의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 게 문제일 수 있는 건 그 설명이 복잡해서가 아닙니다. 트리시 맥밀란 커텀은 단순한 설명이 가장 좋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거시적인 지표에 갇혀서 복잡하고 어려운 계산을 바탕으로 한 분석과 예측을 내놓는 데 신경 쓰느라 정작 누구나 매일 같이 생활세계에서 겪는 어려움과 부침을 못 보다 보니, '반쪽짜리 설명'이 나온 건 아닌지 돌아보자는 게 칼럼의 주장입니다.
'필수 노동'을 포착하지 못하는 지표
[ https://premium.sbs.co.kr/article/RDBLmPXluqu ]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성적표를 변호하는 칼럼들의 문제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경제학자와 전문가, 칼럼니스트들은 일제히 다양한 거시경제 지표를 근거로 들며 경제가 잘 굴러가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이 지표들은 필수 노동의 어려움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하지만 지표를 구하는 토대가 되는 노동과 생산, 소비 못지않게 중요한 필수 노동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체감상 불경기'가 계속되는 현상을 사람들의 비합리적인 판단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 https://m.yes24.com/Goods/Detail/90990068 ]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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