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체험 후 유료전환 불공정약관 시정

[최상현 기자]

"일단 구독이 시작되면 본 계약에 달리 명시되지 않는 한 일부 또는 전체 환불이나 크레딧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귀하는 무료체험에 가입할 경우 첫 결제일 이전에 구독을 취소하지 않는 한 무료 체험 종료시 자동으로 유료 구독 상품으로 전환된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에 동의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스토리텔, 밀리의서재, 윌라, 교보문고, 오디언소리 등 5개 오디오북 구독서비스 사업자의 이같은 불공정 약관 11개 유형을 시정했다. 이용내역이 없는데도 환불해주지 않는 조항, 무료 체험 후 유료 구독상품으로 자동전환되는 조항, 환불 대신 개인계정에 예치금으로 적립하는 조항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오디오북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밀리의서재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국내 오디오북 시장은 2023년 300억원 규모에서 2024년 1080억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오디오북 소비자들은 글자로 된 책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서비스의 편리성 등은 인정하지만, 구매 취소와 환불, 가격 수준 등 거래에 대한 만족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먼저 무료체험에 가입하고 첫 결제일 이전에 구독을 취소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유료 상품을 구독하게 만드는 조항을 시정했다. 이같은 조항이 온라인 다크패턴 중 '숨은 갱신' 유형에 해당하는 것으로 봤다. 구독을 취소하지 않으면 결제에 동의한다는 의사표시로 간주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이에 사업자는 고객이 동의했다고 간주하는 부분을 삭제하고, 무료체험에 가입할 때 고객에게 △무료체험 기간△무료체험 이후 유료로 전환된다는 사실 △결제금액 등을 상세히 고지하고 고객에게 별도의 사전동의를 받도록 시정했다.또 공정위는 컨텐츠를 전혀 이용하지 않았어도 환불을 제한하는 조항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OTT, 음악스트리밍과 같은 구독 서비스는 고객이 가입 초기에 콘텐츠를 몰아서 이용한 후 해제하는 등 악용 소지가 있지만, 다운로드 또는 이용내역이 전혀 없는 경우라면 7일 이내에는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청약 철회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디오북 사업자들은 구독서비스 이용이력이 없는 경우 결제일로부터 7일 이내 취소하면 전액 환불, 7일이 경과했면 이용일수에 해당하는 금액과 잔여기간 이용금액의 10%를 결제금액에서 공제한 후 환불이 가능하도록 약관을 시정했다. 아울러 환불할 때 결제한 수단과 동일한 수단으로 환급하지 않고 예치금으로 환급한다는 조항이 있었고, 이 또한 불공정한 약관이라고 판단했다. 이같은 번거로움이 회원이이 환불의사를 포기하도록 할 우려가 있고, 예치금을 다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원칙적으로 회원이 결제한 것과 같은 수단으로 환급하고, 부득이하게 예치금으로 환급할 경우에는 사전에 고지하도록 했다.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 과정에서 오디오북 구독서비스 사업자들은 모두 불공정 약관조항을 스스로 시정했다"며 "앞으로도 구독서비스 분야 등 새로운 시장에서의 불공정 약관을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시정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최상현기자 hyun@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