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돈 12억’ 붙던 북아현재개발, 5억대 급매 쏟아져

김영주 기자 2023. 12. 1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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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3구역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재개발 완료 시 30평대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재개발 물건이 2년 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7억9000만 원에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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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비 폭등… 재개발 직격탄
수억 추가 분담금 위기에 급락
“시세보다 수억 비싸게 사는셈”
은평 대조 입주권도 1억대 하락
노원 상계 주공은 계약 백지화
서울 신축 가뭄 가속화 가능성
1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3구역 내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앞에 재개발 물건 소개 전단이 여러 장 붙어 있다. 최근 공사비 폭등에 따라 조합원들이 내야 할 추가분담금 수준이 높아지면서 재개발 물건에 붙은 웃돈이 급락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3구역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재개발 완료 시 30평대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재개발 물건이 2년 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7억9000만 원에 나와 있었다. 감정가가 2억3000만 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웃돈(프리미엄)은 불과 5억6000만 원인 셈이다. 지난 추석 직후 6억 원 중반대의 웃돈이 형성돼 있었는데, 최근엔 1억 원가량 추가 하락한 급매가 여러 건 있었다.

북아현3구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2년 전까지만 해도 프리미엄이 11억~12억 원에 달했는데 최근 조합원들 간 갈등이 심해서 싸게 나온 것”이라며 “복잡한 갈등 같지만 결국은 공사비, 추가분담금을 갑자기 많이 내라고 하니 반발이 불거진 결과”라고 말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곳곳의 재정비 현장에서 공사비 등 사업비 폭등으로 멈춰 서는 사업장이 속출하고 있다. 알짜 사업으로 관심이 쏠렸던 사업장임에도 폭등한 공사비가 실제 사업비에 속속 반영되자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연말로 가면서 건설 업계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현실화하자 충격은 더 커지고 있다. 북아현3구역은 조합과 조합원 간 고소·고발전으로 이어졌다.

이곳은 지난 2008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음에도 10년 넘게 지지부진했다가 최근 사업의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지난 7월 서울시로부터 건축 심의를 받았고 2028년 4700가구의 대단지 입주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공사비 폭등으로 조합원마다 수억 원의 추가분담금을 내야 할 위기에 처하자 갈등이 불거졌다.

한 재개발 전문가는 “지금 시장에 나와 있는 급매를 매수했을 때 공사비 등 추가분담금을 공사비가 오르기 전 기준인 5억5000만 원으로 설정한다면 총 투자 금액이 인근 아파트 시세와 비슷해지고, 인상된 사업비를 반영한다면 시세보다 수억 원 비싼 아파트를 매수하는 셈일 수 있다”며 “사업이 수년간 지연될 수 있는 데다 추가분담금이 향후 더 오를 수 있는 불확실성 때문에 프리미엄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주요 재개발 사업장도 비슷한 분위기다.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입주권의 프리미엄은 올해 들어 5억~6억 원대였으나 4억 원대로 급락했다. 대조1구역은 현대건설과 조합 사이의 공사비 갈등으로 공사 중단 위기에 처했다. 재건축 사업장인 노원구 상계 주공5단지는 가구당 6억~7억 원대(전용 84㎡)의 분담금 폭탄에 지난달 말 GS건설과의 시공 계약을 백지화했다. 정비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상계 주공5단지의 실거래가(전용 31㎡)는 지난 9월 5억700만 원에서 11월 4억5000만 원으로 급락했다. 관리처분인가를 앞둔 노원구 상계2구역은 2년 전 프리미엄이 4억 원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5000만 원 이하 급매까지 나오고 있다. 급매 중에는 프리미엄이 붙지 않은 물건까지 있다는 뒷말이 들린다. 사업이 중단되는 정비 사업지가 연이어 나오자 수년간 서울 신축 아파트 공급 가뭄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면서 이미 입주한 신축 아파트와 입주 10년 이내의 준신축 아파트 가치가 상대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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