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화성-18형 ‘안정성’ 확보… 내년 다탄두·핵탄두 실험할 듯

■ 또 ‘고체연료 ICBM’ 도발
평양서 쏴 일본 EEZ 바깥 낙하
정점고도 6000㎞·73분 비행
지난 7월 도발 때와 특성 비슷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갖추면
미국 본토 전역에 대한 실질 위협

그래픽 = 송재우 기자

북한이 18일 오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북한식 명칭 화성포-18형)을 동해상 고각발사에 성공함으로써 사실상 고체연료 ICBM 전력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합동참모본부와 일본 방위성의 분석을 종합하면 북한 ICBM은 오전 8시 24분 평양에서 발사돼 오전 9시 37분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 동해상인 홋카이도 오쿠시리섬 서쪽 약 250㎞ 지점에 떨어졌다. 비행시간 약 73분, 정점고도는 6000㎞를 넘은 것으로 관측됐다. 비행 특성상 군사전문가들은 이번 ICBM이 올해 4월 13일과 7월 12일 2차례에 걸쳐 발사한 화성-18형으로 판단했다. 화성-18형 2차 발사 때의 비행거리 1001.2㎞, 정점고도 6648㎞ 등과 특성이 비슷하다. 북한의 ICBM 발사는 올해 들어서만 화성-15형(2월 18일), 화성-17형(3월 16일)에 이어 5번째다. 북한은 전날 오후 10시 38분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1발을 발사한 뒤 약 10시간 만에 추가 도발에 나섰다.

이와 관련,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지난 7월 12일 화성-18형 2번째 시험발사 때 비행시간이 74분 51초로, 액체연료 기반인 화성-17형의 비행시간이 70분 미만인 것에 비춰 화성-18형이 맞다”고 분석했다. 올해 2월 18일 발사한 액체연료 ICBM 화성-15형 비행시간은 66분 55초, 3월 16일 발사한 화성-17형은 69분 11초로 모두 70분 이하 시간을 비행했다. 북한이 ‘화성포-18형’이라 부르는 3단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은 길이 25m, 지름 2.1m, 중량 55∼60t, 사거리 1만3000∼1만5000㎞, 탄두중량 1.25~1.5t으로 추정된다. 올해 2월 8일 열병식에서 공개했으며, 발사대를 떠나 공중에서 점화하는 콜드론치(Cold Launch) 방식으로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된다. 러시아 토폴-M과 미국 미니트맨 Ⅲ과 유사한 형상이다.

이날 북한은 화성-18형 3차 발사에 성공하면서 사실상 전력화 단계로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까지 갖출 경우 워싱턴DC를 비롯한 미국 본토 전역에 대한 실질적 위협이 된다. 권 전 교수는 “이번 화성-18형 3차 발사는 군사적 효과 측면에서 고체연료 엔진 추진체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실험으로 비행 안정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에는 다탄두·핵탄두 실험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이번 ICBM 발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12주기였던 17일 즈음, 대내외에 핵미사일 보유국임을 과시하면서 최근 불안한 체제를 안정시키려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노동신문은 17일 김정일이 “사탕알 없이는 살 수 있어도 총알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철의 의지”를 지녔으며 그의 집권 기간 “핵 보유의 민족사적 대업이 성취됐다”며 김정일의 국방력 강화 업적을 띄운 바 있다.

한편, 북한은 9·19 남북군사합의 사실상 파기 이후 대북 대비태세를 강조하는 남측을 “겁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비아냥댔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논평에서 ‘북한의 도발에 응징해야 한다’는 한국군 수뇌부의 발언을 “뒤가 켕겨 부리는 허세성 객기”로 치부하며 “계속 시끄럽게 짖어대다가는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을 맞을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대외 매체인 중앙통신이 내보낸 이날 논평은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6면에도 실렸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