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조장’ 中企조합법 개정 안 된다[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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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경쟁 당국은 카르텔(담합)을 '시장경제의 제1의 적(敵)'으로 규정한다.
유럽연합(EU) 또한 가격·수량·지역제한 등에 대해선 경쟁법 적용 배제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지난 11월 30일 공동사업을 수행하는 조합·사업조합·연합회(조합 등)를 통한 경성담합에 대해서도 공정거래법 적용을 배제해 이를 합법화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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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경쟁 당국은 카르텔(담합)을 ‘시장경제의 제1의 적(敵)’으로 규정한다. 특히 가격담합, 출고조절, 입찰담합, 시장·고객 분할 등 이른바 ‘경성담합(hard-core cartel)’은 어느 나라도 허용하지 않는다. 경성담합에 대해 미국은 경쟁 제한성에 대한 심사도 없이 당연위법(per se illegal)으로 처리한다. 유럽연합(EU) 또한 가격·수량·지역제한 등에 대해선 경쟁법 적용 배제를 인정하지 않는다. 독일도 가격·생산량 할당 합의에 대해 같은 입장이다.
법원에서는 경성답합의 경우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가리지 않고(대법원 2008.11.13. 선고 2006두13145), (구체적 실행이 없었더라도) 합의만으로 위법(대법원 2001.5.8. 선고 2000두10212)으로 처리해 왔다. 다만, 공동으로 하는 생산·연구개발·마케팅·구매 등과 같은 연성담합(soft cartel)은 경쟁제한 효과와 효율성 증대 효과를 종합적으로 심사해 허용한다.
그런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지난 11월 30일 공동사업을 수행하는 조합·사업조합·연합회(조합 등)를 통한 경성담합에 대해서도 공정거래법 적용을 배제해 이를 합법화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조합 등을 통한 대기업 또는 중기(中企)에 납품하는 물품 단가나 출고 조절 등에 대한 합의가 허용되고, 그 경우 공정위 과징금 처분이나 검찰 고발을 면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참여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100분의 50 이상인 경우로서 △공동행위가 최종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는 예외다. 즉, 시장점유율 합계가 50% 미만이면 최종소비자의 이익과 무관하게 경성담합을 허용한다는 게 요점이다. 그러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50%를 넘는 경우 사업 쪼개기로 대응하면 그만이고, 담합의 형태가 다양하므로 최종소비자의 이익침해를 증명하기도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예외 사항은 일종의 눈가림일 뿐이다. ‘모든 소비자’가 아니라 ‘최종소비자’도 함정이다. 명분은 협상력이 약한 개별 중소기업의 교섭력 강화라지만, 이 개정안은 위법을 영구 합법화하겠다는 것으로 무소불위 국회의 횡포일 뿐이다.
중소기업에 도움이 된다면 이쯤은 허용해도 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이는 끝내 중소기업들에 해가 된다. 가격과 물량 담합으로 치열한 연구·개발(R&D)을 통한 혁신과 경쟁이 필요 없게 되고, 중소기업은 영원히 좀비기업에 머물게 된다. 제품의 최종가가 올라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어려워지므로 기업은 해외 납품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다. 결국, 국가 경쟁력이 추락한다.
이미 현행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제11조의 2(다른 법률의 적용 배제)에 조치가 마련돼 있기도 하다. 즉,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협동조합과 사업조합, 연합회 등의 가격 인상 등 공동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돼 있다. 이 정도에서 멈춰야 한다.
이 법안을 지지하는 정치인들의 속셈은 뻔하다. 표(票)를 달라는 것이다. 물불 가리지 않는 그들의 포퓰리즘에 혀를 찬 적이 한두 번 아니지만,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가의 미래를 망칠 폭거로 남을 것이다. 여야가 합심해 이렇게 어깃장 놓는데 대통령이 ‘자유’와 ‘시장경제’를 목이 터져라 외치면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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