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특위와 저고위의 태업[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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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 1인당 출생률은 0.7명에 불과하다. 이 같은 인구 감소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 감소를 능가한다. 이 추세라면 훗날 한국은 스티븐 킹의 소설 '스탠드'에 나오는 가상 슈퍼 독감으로 인한 급속한 인구 붕괴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얼마 전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가 '한국은 소멸하는가(Is South Korea Disappearing)'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위기의 한국 출산율을 분석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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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 1인당 출생률은 0.7명에 불과하다. 이 같은 인구 감소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 감소를 능가한다. 이 추세라면 훗날 한국은 스티븐 킹의 소설 ‘스탠드’에 나오는 가상 슈퍼 독감으로 인한 급속한 인구 붕괴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얼마 전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가 ‘한국은 소멸하는가(Is South Korea Disappearing)’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위기의 한국 출산율을 분석한 내용이다. 그가 인용한 소설 ‘스탠드’는 치사율 99.7% 독감이 유행하면서 인류가 몰락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미국 유수의 신문이 한국 출산율을 조명한 건 그만큼 우리나라 인구 감소 문제가 지대하게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NYT 보도 후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이 바닥을 찍고 개선되기는커녕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정부 추계가 나왔다. 통계청은 14일 ‘2024년 합계출산율은 0.7명 선이 깨지며 0.68명을 기록한다’고 발표했다. 출산율이 오르지 않으면 10년 뒤엔 ‘5000만 대한민국’은 무너지고, 2072년 한국의 인구는 3622만 명 수준까지 줄어든다. 이때 노인 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47.7%)에 육박하는 ‘극단적 초고령 사회’를 경험하게 된다. 생산연령인구는 반 토막 나고, 2050년대부터 시작된 마이너스 경제성장률로 암흑기를 보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앞서 한국은 1980년 석유 파동과 1998년 외환위기, 2020년 코로나19 등 ‘단기 역성장’을 한 경험이 있다. 당시 어려운 경제 상황에 많은 사람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통을 분담해야 했다. 그런데 2050년대부턴 언제 빠져나올지 모르는 늪에서 갖가지 고통을 겪는 미증유의 삶을 살아야 할지 모른다. 이처럼 국가 소멸의 위험에도 국회와 정부는 ‘회색 코뿔소’를 외면하고 있다. 회색 코뿔소는 덩치가 커 잘 보이지만, 적당히 거리만 유지하면 괜찮을 것으로 방심하다 결국 사고가 난다는 뜻의 경제 용어다.
지난 10월 5일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 회의장. 이날 특위 소속 한 국회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고위 관계자에게 “지금 정부에서 저출산 정책을 수행하면서 출생에 대해 사회적 편익과 사회적 비용이 얼마인지에 대한 기준이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저고위 고위 관계자는 “출생아별 비용과 편익을 분석한 건 없다”고 했다.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제정 이후 2006년부터 2022년까지 332조 원의 천문학적 정부 예산이 저출산 문제에 투입됐지만,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통계·분석 자료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을 고백한 순간이다.
국회 인구특위는 지난해 12월 구성된 뒤 1년간 회의 4번 연 게 다다. 그중 한 번은 여야 간사를 뽑는 회의였다. 그것도 부처 업무보고에는 장관들이 대거 불참했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리당략에 빠진 국회와 정부가 미래세대를 저버린 것이다.
이미 인구 소멸은 시나브로 이어져 군대 갈 사람이 모자란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는 내년부터 고도비만도 현역 입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란 말이 있다. 지금이라도 국회와 정부가 행동하는 양심을 되찾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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