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기준판매비율 도입에 “참이슬 출고가 10.6% 낮춘다”

지난달 9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소주의 가격을 확인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하이트진로가 내년부터 소주 제품의 출고가를 인하하기로 했다. 정부가 소주를 비롯한 국산 증류주에 세금 인하 효과가 있는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하지만 식당과 주점에서의 소줏값이 내려갈지는 미지수다.

하이트진로는 내년 1월1일 출고분부터 인하된 출고가를 적용한다고 18일 밝혔다. 희석식 소주 참이슬과 진로는 기존 출고가에서 10.6% 낮아진다. 과일리큐르 출고가는 10.1%, 증류식 소주인 일품진로는 10.6% 내려간다. 공장출고가가 약 1247원인 참이슬 360㎖ 1병은 132원 인하된 1115원에 출고된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초 원부자재 가격, 물류비 등 원가상승 압박을 견디기 힘들었다며 참이슬 출고가를 평균 6.95% 인상했다. 참이슬 1병의 공장출고가는 1166원에서 1247원으로 81원가량 올랐다. 주류도매업체와 식당 마진까지 포함해 5000~6000원에 팔리는 소줏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이에 정부는 소주 등 종가세(가격을 기준으로 부과)가 적용되는 국산 증류주의 세금 부과 기준(과세표준)에 일종의 할인율인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하는 데 속도를 냈다. 이 비율이 높아지면 과세표준이 작아서 결국 세금이 줄어든다.

지금까진 국산 소주의 경우 제조원가에 판매관리비, 마진 등이 포함된 금액에 세금을 매겼다. 그러나 앞으로는 해당 금액에서 기준판매비율만큼 뺀 나머지 금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키로 해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하면, 판매관리비와 이윤이 빠진 ‘수입 신고액’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수입주류와의 역차별을 해소할 수 있다. 또한 소주 공장출고가의 절반을 차지했던 세금이 낮아지는 만큼 출고가가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전날 국세청은 주세 기준판매비율심의회를 열고 내년 1월1일부터 적용할 국산 소주의 기준판매비율을 22%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산 소주의 과세표준이 22% 할인되면 공장 출고가는 현행 기준으로 10% 정도 싸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튿날인 이날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출고가 10.6% 인하’를 알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다만 식당이나 주점에서 파는 소주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물가 속에서 음식점들이 인건비와 재료비, 전기료 상승 부담 등을 술값으로 보전하려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대다수 주류업체들이 최근 출고가를 인상한 상태다. 자영업자들이 출고가 인하를 체감하기 어려워 ‘현행 가격 유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날 롯데칠성음료는 내년 1월1일부터 처음처럼과 새로 360㎖ 1병의 ‘반출가격’(제조원가·판매비·이윤 포함)을 각각 6.8%, 8.9% 인상한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반출가격 인상 이후에도 기준판매비율 적용으로 (세금을 포함한) 출고가는 이전 대비 처음처럼 4.5%, 새로 2.7% 인하된다”고 설명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