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사고위험 큰데 법개정 손놓은 국회

2023. 12. 1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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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안전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데도 관련 논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유지보수 관리 독점을 깨기 위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철산법) 개정안은 1년째 제대로 된 검토 없이 국회에 잠들어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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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보수 관리 독점 전환 필요
19일 교통소위 상정 여부 촉각
국토부도 ‘개정 필요’ 입장 명확
지난 2022년 11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인근 무궁화호 탈선 사고현장에서 관계자들이 선로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2022년 11월 6일 오후 8시 52분. 용산발 익산행 무궁화호 열차가 영등포역 진입 중 궤도를 탈선, 승객 80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레일의 분기기에서 길을 바꿔주는 텅레일이 부러지며 발생했다. 사고 6개월 전부터 텅레일 표면 결함이 여러번 발견됐는데도 교체·정비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고 사흘 전에는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로 철도안전 비상대책 회의가 열렸다. 사고로 인해 다음 날까지 KTX와 서울 1호선 등 열차 178편이 지연됐고, 21억8000만원 상당의 차량·시설 손해액이 발생했다.

철도 안전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데도 관련 논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유지보수 관리 독점을 깨기 위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철산법) 개정안은 1년째 제대로 된 검토 없이 국회에 잠들어 있는 상태다.

오는 19일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교통소위)가 열리는데, 이날 철산법 개정안이 상정되지 못하면 내년 총선정국을 앞두고 사실상 개정안이 폐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21대 회기 계류 중인 철산법 개정안은 총 8건이다. 이 중 지난해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올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개정안이 철도 운행 안전 제고와 관련이 크다. 현행 철산법 제38조는 ‘시설유지보수 시행 업무는 철도 공사(코레일)에 위탁한다’고 명시해 사실상 코레일의 독점적 업무 지위를 보장한다.

이들 개정안은 모두 단서 조항을 삭제하는 방향이다. 조응천 의원안은 코레일 외 국가철도공단 등 다른 기관 등이 유지보수 업무를 할 수 있게 하는 게 골자다. 심상정 의원안은 철도사업자(운영사)가 각 시설 유지보수관리를 맡는 내용이다.

현행 안전체계는 국가철도 중 진접선 등 코레일이 운영하지 않는 노선까지 코레일이 유지보수를 맡고 있다.

이는 안전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많다. 이에 지난 9월 열린 국회 교통소위에서는 국토교통부가 시행한 ‘철도안전체계 심층진단 및 개선방안 연구’ 컨설팅 용역이 완료되면 교통소위를 열어 결론을 내기로 했다. 당시 야당 간사인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드시 21대 국회에서 처리한다. 11월 용역 직후에 열리는 법안 심사에서 결론 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용역 결과가 나왔음에도 이달 5일 교통소위에서는 안건이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만약 19일 교통소위에서도 논의에 밀려나면, 국회의 무관심 속 개정안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추진된 개정안에 정치권 반응이 미적지근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1만여명의 철도노조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철도노조는 철산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철도 민영화 또한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보며 개정안에 반발해왔다. 특히 지난 9월 총파업에 이어 개정안 논의 시 12월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다만 정부는 법 개정과 민영화는 무관하고, 유지보수 현장에서 빚어지는 혼선을 풀기 위해 법을 바꾸려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SR 수서고속선, 진접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등 코레일이 운영하지 않아도 유지 보수를 수행하는 국가철도 구간이 계속 늘어, 철도 안전 강화를 위해선 개정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철도노조, 국회 설득을 마지막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시행한 철도안전체계 컨설팅 용역에서도 철산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결론났고, 정부도 철도안전체계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며 “올해 다 통과된다던 최인호 위원장의 발언이 공염불이 되면 안 된다. 이제는 국회가 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고은결 기자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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