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소부장株 ‘훨훨’
美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최고치
HBM·CXL 관련주 상승세 뚜렷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 ‘챗(Chat)GPT’ 열풍으로 시작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반도체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차세대 기술인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로 이어지면서 관련 소부장(소재·부품·장비)주의 고공 행진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여기에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까지 연일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AI 반도체 소부장주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12월 11~15일) ‘KRX 반도체’ 지수는 3.5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거래소(KRX)가 도출한 총 28개 ‘KRX 산업지수’ 가운데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 주 국내 반도체 관련주가 보여준 질주의 뒤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강세가 버티고 있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4,117.00을 기록하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인텔이 뉴욕에서 개최한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새로운 AI 칩 ‘가우디3’ 시제품을 공개한 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우디3는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을 휩쓸고 있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과 출시를 앞둔 AMD의 최신 AI 반도체 ‘MI300X’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글로벌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AI용 반도체 HBM에 대한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소부장주 가운데서도 뚜렷한 수직 상승 곡선을 그리는 종목은 AI 반도체 관련주다. ‘KRX 반도체’ 지수 내 종목 중에서도 지난 한 주간 상승세가 눈에 띈 종목은 고영(33.01%), SFA반도체(15.53%) 등 HBM 관련주였다. 하이투자증권은 “반도체 검사장비 사업을 영위하는 고영은 온디바이스 AI, HBM 검사수요가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혜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HBM과 달리 아직 상용화 단계까지 가지 못한 차세대 AI 반도체 기술 CXL과 관련된 종목들의 주가 상승세 역시 두드러졌다.
지난주 반도체 소켓 제조·테스트 업체인 오킨스전자 주가는 이틀 연속(13~14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총 70.74%나 뛰어 올랐다. 오킨스전자는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메모리용 인터페이스를 개발했는데, CXL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DDR5 기반 서버용 D램(RAM)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사자’ 주문이 몰렸다.
이 밖에도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검사장비 글로벌 점유율 1위 업체 네오셈(55.34%), CXL 관련 제품을 개발 중인 코리아써키트(23.28%), 차세대 인터페이스 규격인 PCle 6.0 파이 기술을 개발한 퀄리타스반도체(19.45%)의 주가 상승세도 지난주 눈에 띄는 수준이었다.
CXL은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에서 서로 다른 기종의 제품을 효율적으로 통신·연결할 수 있는 차세대 인터페이스다. 일반적으로 중앙처리장치(CPU) 1개당 사용할 수 있는 D램 모듈이 제한돼 있는데, 데이터 처리량을 늘리기 위해선 CPU를 늘려야 한다. CXL을 활용하면 이들 인터페이스를 하나로 통합해 장치 간 직접 통신을 가능하게 하고 메모리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증권가에선 상대적으로 HBM 시장에서 덜 주목받은 삼성전자가 CXL 시장 선점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서면서 관련주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5월 업계 최초로 CXL 2.0을 지원하는 CXL D램을 개발한 삼성전자는 인텔과 협력해 CXL D램을 개발하고 있다. 관련 제품 상표를 잇따라 내고 ‘메모리 초격차’를 더욱 확대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AI 서버 응용처 확대에 최적화된 CXL, 프로세싱인메모리(PIM) 반도체 생산을 시작하는 가운데 온디바이스 AI에 특화된 LLW(Low Latency Wide) D램 양산도 기대한다”고 설명했고,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의 핵심 사용처가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PIM, HBM, CXL 등 다양한 기술은 중용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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