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주 칼럼] 장관님, SW 수출액은 얼마입니까?
(지디넷코리아=방은주 기자)최근 과기정통부와 산업부가 공동으로 11월 우리나라 정보통신산업(ICT) 수출액과 수입액을 발표했다. 수출은 178억8천만 달러(23조 2440억원), 수입은 114억 4천만 달러(14조8720억원)였다. 64억 4천만 달러(8조372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 핵심 품목인 반도체가 10% 이상 증가하는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반도체 외에 디스플레이와 휴대폰도 각각 3.7%와 12% 상승하며 무역수지 흑자를 견인했다. 반면 컴퓨터·주변기기와 통신장비는 각각 20% 이상 줄었다. 이번 발표에서 소프트웨어(SW)는 빠졌다. 이번 뿐 아니다. 두 부처가 매달 발표하는 ICT 수출액에는 SW가 제외돼 있다. 지금은 SW시대인데 왜 그럴까. 예전 과기정통부에서 SW를 담당하는 과(科)의 구호가 '소세지'였다.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약어다.
넷스케이프를 창업했고 미국 투자자로 활동하고 있는 마크 안데르센은 2011년 '소프트웨어(SW)가 세상을 삼키고 있다(Software is Eating The World)'는 제목으로 칼럼을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후 SW가 세상을 삼키는 속도는 가속화됐고, 미중 충돌에서 보듯 SW는 기술패권 시대의 핵심축으로 자리잡았다. 세계 톱10 시총 기업도 대부분 SW기업이다. 예전엔 HW의 덤으로 SW를 끼워줬지만 지금은 반대로 HW가 SW의 덤이 됐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수출은 늘 대한민국의 화두다. 10년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10년후에도 그럴 것이다. 땅 덩어리가 작고 부존자원이 적은 나라의 숙명이다. 이달초 코엑스에서 열린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은 "수출 진흥이 곧 민생"이라면서 "지난 60년간 우리 무역의 역사는 대한민국 경제발전 역사 그 자체였다. 1970년대 오일쇼크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수출로 돌파했다"며 무역인을 응원했다. 이어 "여러분의 뛰어난 역량과 도전 정신이라면 세계 수출 6대 강국에서 그 이상의 도약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위기를 돌파하려면 우리 수출이 다시 한 번 저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수출은 내년에도 관련 부처의 1순위 아이템이다. 과기정통부도 예외가 아니다. SW는 통신과 함께 과기정통부가 절대적으로 영향을 갖고 있는 산업이다. 과기정통부가 SW수출에 보다 집중해 성과를 내야 하는 이유다. 그러자면 우서 '현황'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페인포인트(약점) 파악은 이후다. 올 11월말 현재 한국의 SW수출액은 얼마인가? 과기정통부 장차관은 이를 정확히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물론 SW는 그 특성상 관세청서 파악하기 어려워 바로 수출 실적을 집계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깜깜이 SW수출 규모'는 문제가 있다.
현재 SW수출 통계는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스프리)가 맡아 하고 있다. 몇년전 통계청에서 공식 통계로 승인도 받았다. SW정책연구소 홈페이지에 가보면 SW수출액이 지난해 기준 201억3000만달러(2616억9000만원)로 나와 있다. 시기가 늦는 데다 어느 제품을 어느 나라에 얼마나 수출했는 지 알 수가 없다.(*그래프로 보여주는 수출통계 숫자가 이상하다. 마침표가 제대로 안찍힌 듯하다). 각 나라별 수출 정보도 부족하다.
SW수출 규모 산출 방식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기업에 개별적으로 물어 이를 더해 산출한다. 주먹구구 인상을 준다. 보다 정교히 산출해야 한다. SW수출 품목에 패키지SW와 IT서비스 외에 게임SW를 넣어야 하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게임을 수출하는 기업은 SW기업에 비해 숫자가 턱없이 적다. 하지만 덩치가 커 수출액이 크다. 전통적인 SW기업은 반대다. 숫자는 많지만 기업별 수출액은 미미하다. 자이언트와 난장이를 합치니 난장이를 덩치가 큰 것 처럼 착각하게 할 수 있다. 미약한 SW수출액이 게임에 가리워질 수 있는 것이다. 통계가 갖는 함정이다. 촌철살인 유머로 유명한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이런 통계의 허점을 "세상에는 세가지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과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고 꼬집었다. 세계 최고 컴퓨팅 분야 컨설팅기업인 미국 가트너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SW시장 규모에는 패키지SW와 IT서비스 두 분야만 들어 있고 게임은 빠져 있다.
이번주 과기정통부 차관은 디지털수출 간담회를 열어 현장을 점검하고 기업인들을 격려한다. 이런 자리는 많을수록 좋다. 그보다 먼저 지역별, 품목별 최신 SW수출액과 수출 정보를 정기적으로 공개했으면 한다. 가능하면 두 부처가 매달 발표하는 ICT수출액처럼 매달 알려달라.
방은주 기자(ejbang@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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