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엔티파마’, 심정지·뇌졸중·치매 3대 질환 치료의 길 연다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과 뇌졸중은 세계인의 사망과 장애의 주원인으로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가 되고 있다. 심정지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질환의 치료제로는 아직까지 뚜렷한 것이 없다.
이런 가운데 국내 한 벤처기업이 이들 질환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신약 개발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경기도 용인시에 소재한 지엔티파마다. 뇌과학, 약리학, 안과학, 세포생물학 분야 교수 8명이 1998년에 설립한 이 회사는 세계적으로 치료제가 없는 뇌졸중, 알츠하이머 치매, 심정지 치료제 등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의 곽병주 대표이사(연세대 생명과학부 겸임교수)를 만나 신약 개발의 현재 상황을 묻고 내일의 가능성을 들었다.
-심정지, 치매. 뇌졸중 모두 치료가 쉽지 않은 질환이다. 오랫동안 신약 개발을 연구한 것으로 아는데, 현재 어디까지 와 있나.
△국내 최초의 심정지 치료제 ‘넬로넴다즈’는 임상 2상을 모두 마치고 조건부 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심정지는 환자의 생존율이 극히 낮은 데다 세계적으로 치료제가 없는 질환이어서 신약이 출시되면 국내외에 반향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심정지 환자는 얼마나 되나.
△질병관리청의 ‘급성심장정지조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한 해 동안 확인된 국내 심정지 환자 수는 3만 3235명이었다. 이는 인구 10만명당 64.7명에 해당한다. 조사가 시작된 2006년 39.8명에서 2020년 61.6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남성의 발생률이 82.4명으로 여성(47.5명)보다 높다.
-심정지 환자가 4~5분 이상 방치되면 신체 각 부위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환자 대부분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맞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심정지 환자 1만 7668명 중 생존 상태로 퇴원한 환자(생존율)는 7.3%에 불과했다. 이 중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뇌 기능을 회복해 퇴원한 환자는 4.6%로 극히 낮았다. 현재 심정지 환자 치료는 심폐소생술과 환자의 체온을 32~34도 낮추는 저체온 치료법이 유일한데, 효과가 미약하고 제한적이어서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엔티파마가 개발해 출시를 눈앞에 뒀다는 넬로넴다즈는 어떤 약인가.
△과학정보통신부 등 정부 지원을 받아 개발한 약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뇌졸중이나 심정지 후 발생하는 뇌세포 손상의 주원인인 글루타메이트 신경독성과 활성산소 독성을 동시에 제어하는 세계 최초의 다중표적 뇌신경세포 보호 약물이다.
-안전성이나 효능은 어느 정도 입증됐나.
△삼성서울병원과 전남대학교병원 등 5개 대학병원에서 심폐소생 후 코마(혼수) 상태의 심정지 환자 105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 2상에서 약효와 안전성이 입증됐다. 임상 2상을 완료하는 데 무려 6년이 걸렸다. 임상 2상 결과 약물 투여 90일 후 장애 없이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자의 비율이 현저히 높아졌다. 환자에게 마지막 약물 투여 후 48시간 이내에 MRI DWI(확산강조영상)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뇌의 신경전달통로인 백질에서 손상이 감소한 영역들이 확인됐다. 반면 투약과 관련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럼 다음 행보는 어떻게 되는 건가.
△미국과 중국에서 16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1상에 이어 이번에 진행한 임상 2상에서 약효와 안전성이 확인된 만큼 새해 1~2월경에 식약처에 희귀의약품으로 조건부 허가를 신청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임상 3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심정지 치료제의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는가.
△예상이 아니라 이미 통계가 나와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데이터엠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 세계 심정지 치료 시장 규모는 2021년 162억 3000만달러(21조 2937억원)였으며, 연평균 9.21% 성장해 2030년까지 246억 9000만달러(32조 3932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심정지 치료제가 없는 만큼 넬로넴다즈가 본격 출시되면 국내 최초로 연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참, 세계 최초로 반려견 치매 치료제를 이미 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반려견 치매 치료제는 어떤 약인가.
△알츠하이머 치매는 물론 루게릭병과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을 치료할 목적으로 개발한 크리스데살라진을 성분으로 한 ‘제다큐어’다. 크리스데살라진은 염증과 활성산소를 제거하도록 고안한 다중표적 합성 신약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21세기 뇌프런티어 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지원을 받아 개발했다. 이후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을 앓고 있는 반려견에서 약효와 안전성이 입증돼 지난 2021년 2월 국내 최초로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동물용의약품 합성신약 품목허가를 받았다.
-반려견도 치매에 걸린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는데, 그 증상이 사람과 유사한가.
△그렇다. 반려견의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은 사람의 알츠하이머 치매와 매우 유사한 병리를 보인다. 뇌에서 치매의 바이오마커인 아밀로이드 플라크, 타우 단백질 병증, 신경세포 사멸이 모두 관찰된다. 또한 주인을 몰라볼 뿐 아니라 방향감각 상실, 밤과 낮의 수면 패턴 변화, 잦은 배변 실수, 식욕 변화 등의 증상을 보이며 9세 이상의 반려견 중 22.5%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 효과는 어떻게 입증했나.
△인지기능장애증후군에 걸린 반려견 48마리를 대상으로 제다큐어가 효과가 있는지 4~8주간 허가용 임상을 진행한 결과 인지기능이 크게 개선되고 치료효과도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임상은 서울대학교 동물병원 등 6곳에서 진행됐다. 이후 우리와 업무협약을 맺은 유한양행이 전국 1700여 동물병원을 통해 제다큐어를 판매하고 있으며, 재구매율이 60%를 웃돌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반려견 치매 치료제라면 해외에서도 반응이 있었을 것 같다.
△실제로 제다큐어를 구매하려는 해외 반려인과 동물병원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최근까지 미국을 비롯한 21개국에서 200여 건의 구매 요청이 들어왔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92곳으로 가장 많고 브라질 13곳, 영국 9곳, 멕시코 7곳, 일본 6곳 등의 순이다.
-해외의 경우 구매 요청이 왔다고 해서 바로 판매할 수는 없지 않나.
△그렇다. 나라마다 허가 기준이 다르다. 이에 따라 제다큐어의 해외 판매를 위해 FDA(미국 식품의약국)와 EMA(유럽 의약품청)의 기준에 부합하는 해외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동물용 의약품 임상 경험이 축적된 해외 CRO(임상연구 위탁 전문기관)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제다큐어가 해외 시장에 출시되면 이것 역시 블록버스터 동물용 의약품이 될 것 같다.
△우리 연구진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전체 반려견 수는 약 8970만 마리이고, 인지기능장애증후군 환견 수는 979만 마리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다큐어를 미국 시장에 판매할 경우 연간 최대 631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유럽을 비롯해 러시아,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일본, 대만 등의 시장 규모도 작지 않다. 특히 제다큐어는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2022 동물용 의약품산업 종합지원(수출혁신품목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돼 해외 진출 전망이 밝다.
-크리스데살라진 성분이 치매 반려견에게 효과가 있다면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을 수 있지 않나.
△당연한 얘기다. 이에 따라 사람의 알츠하이머 치매 임상시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크리스데살라진 임상 1상에서 노인을 포함한 건강한 성인 72명에게 투약해 안전성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 시험계획서(IND)를 신청했다. 임상시험 책임자는 인하대병원 신경과 최성혜 교수이며, 국내외 10여 곳의 치매 임상기관이 참여한다.
-얘기를 들을수록 더 흥미진진해진다. 끝으로 뇌졸중 신약 개발에 대해서도 짧게 설명해 달라.
△앞에서 얘기했듯이 심정지 치료제로도 쓰일 ‘넬로넴다즈’는 뇌졸중 치료와 관련해서는 현재 국내와 중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아 진행된 임상 3상은 12시간 이내에 동맥 내 혈전제거술을 받는 중증 뇌졸중 환자에게서 넬로넴다즈의 장애 개선 효과를 검증하는 것으로, 지난 4월 초 목표 환자 496명의 등록을 마쳤다. 임상 3상은 전국 24개 대학병원 뇌졸중 센터에서 진행됐다. 중국 전역 39개 대학병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넬로넴다즈 임상 3상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과 함께 신약 개발에 나선 것이 이색적이다.
△넬로넴다즈는 지난 2017년 한국과 중국이 사드 배치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상황 속에서도 중국 저장성 정부로부터 과학기술혁신프로젝트로 선정돼 연구개발비 6050만위안(약 111억원)을 지원받았으며, 중국 과학기술부로부터 중대신약창제 과제로도 선정됐다.
-아무쪼록 모든 개발 과정을 순조롭게 마치고 신약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길 바란다.
△오랜 연구의 결실을 곧 거둘 전망이다. 기대해도 좋다.
■인류의 난제 뇌질환 치료제 개발 외길 25년… 지엔티파마는?
㈜지엔티파마는 인류의 난제인 뇌질환의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1998년에 설립된 1세대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이미 수행한 11건의 정부 과제를 기반으로 치료제가 없는 심정지, 뇌졸중, 알츠하이머 치매 질환 등의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지엔티파마의 주요 파이프라인은 △심정지 및 뇌졸중 치료제 ‘넬로넴다즈’ △알츠하이머 치매, 루게릭병,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크리스데살라진’ △차세대 염증 및 통증질환 치료제 ‘플루살라진’ 등이다. 이와 함께 신약 개발 기술력을 바탕으로 피부의 노화를 막아 주는 기능성 화장품을 개발해 국내는 유한양행, 해외는 아마존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지엔티파마 측은 “정부는 2027년까지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2개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약 개발에는 최소 2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지엔티파마는 25년간 뇌졸중 및 알츠하이머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 연구에 매진해 왔고 정부과제를 수행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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