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었더니 글로컬 DNA 꿈틀…'34개의 혁신요람' 5년 성과는
지역 혁신요람 자리매김, 특구기업도 고성장
내년 '글로벌 혁신특구'로 '글로컬' 육성 촉진
5년간 누적 투자유치 11조원, 매출액 1680억원, 고용창출 5500명.
2019년 문을 열어 올해까지 전국 34곳이 지정된 규제자유특구의 성적표다. 규제자유특구는 올해까지 5년에 걸쳐 해마다 매출액, 사업화 성과 등 지표를 새로 써왔다. 고용창출 규모는 2022년까지 3800명, 올들어 1700명 늘어난 5500명을 기록했다.
18일 중기부에 따르면 유방암 진단기기를 개발하는 대전 소재 A사는 일일이 임상검체를 확보하는 게 숙제였다. 앞으로는 전국의 병원들이 운영하는 '인체유래물은행'에서 다양한 혈액샘플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가 대전 '바이오메디컬특구' 실증 결과를 토대로 전국 인체유래물은행 간 공동위원회를 운영해 인체유래물 '분양'이 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급성장중인 체외진단산업을 비롯해 바이오헬스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경북 포항의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재활용)특구'에 참여한 B사는 전기차의 사용후 배터리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개발했다. 하지만 기존 법령에 따르면 제조한 지 6개월 이내인 ESS만 안전성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 일정기간 사용한 배터리를 쓰는 B사는 아예 인증대상이 될 수 없었다. 당국은 재사용 전기용품 안전검사에 대한 근거를 마련, B사 등 관련업계의 숨통을 틔웠다.
A사의 경우 대전 바이오메디컬 특구에 소재하면서 해외수출에 나선 '글로컬'(글로벌+로컬) 기업이다. B사 또한 베트남 등 전기 오토바이 수요가 많은 동남아시아로 자사 제품을 수출할 계획이다. B사가 입주한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특구는 2019년 제1차 특구로 지정됐으며 에코프로를 비롯, GS건설의 자회사 에네르마 등이 자리했다. 이곳은 해당 업체들에게 사업실증 기회 등을 제공해 올해까지 4년 연속 우수 특구로 지정됐다.
이는 정부지원사업 효과 측정을 위해 많이 쓰이는 PSM-DID 방식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다. 특구 참여기업 중 201개를 고른 다음 대조군으로 특구 미참여기업 중 1980개를 추려서 양측의 '성장성'과 '안정성'을 비교했다. 그 결과 고용·매출·순이익 등 성장성 면에서 특구 참여기업이 미참여기업보다 돋보였다.
안정성의 경우 특구 참여기업의 부채율은 미참여기업 대비 감소세이고 이자보상비율은 상승세였다. 중기부 관계자는 "특구참여기업의 재무적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걸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특구 참여기업들의 고용·매출·영업이익·총자산 등 4개 항목을 지수화했더니 특구 참여 이전을 100점으로 봤을 때 2022년 평균 156점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평균 매출액 72.8%, 고용인원은 29.4% 각각 증가한 걸로 조사됐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복합성장지수로 분석한 결과다.
국내 최초로 도입되는 네거티브 규제특례는 특정 산업에 명시적으로 열거된 금지사항을 제외하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식이다. 물론 안전성 인증 등을 거쳐 최소한의 안전과 품질 확보를 보장한다. 이렇게 하면 기준이나 규격, 요건 등 '규제가 없어서' 사업을 못 하는 사례는 줄일 것으로 업계는 기대했다.
글로벌 혁신특구에 대한 지자체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중기부에 따르면 비수도권 14개 광역지자체가 모두 글로벌 혁신특구를 유치하려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기부 관계자는 "이달 말부터 평가를 시작해 늦어도 내년 상반기면 지정 절차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부는 글로벌 혁신특구가 시행되면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대책'의 핵심과제인 지역 창업생태계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글로벌 혁신특구가 혁신 분야 글로컬 기업들이 탄생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과 지역 창업생태계 활성화의 두 과제를 모두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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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고석용 기자 gohsy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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