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남았는데, 마킹 중에 종 울려”…수능 수험생 39명, 2000만원 배상 요구

수능시험장 모습.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아직 1분이나 남았는데 답안지를 왜 걷어가요” 수험생들의 다급한 목소리에도 시험 감독관들은 종쳤다며 마킹 그만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지난달 16일 서울 경동고 고사장. 1교시 국어영역 시험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정상보다 1분 빠른 오전 9시 59분에 울렸다.

1분 먼저 종료된 시험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수험생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경동고등학교에서 수능을 본 수험생 39명은 이날 정부를 상대로 1인당 2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이 학교에서 수능을 치른 수험생만 400여명인 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집단소송 제기할 사람들을 찾는다’는 게시글이 올라와 있어 참여 인원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피해 학생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명진에 따르면 수능이 치러진 지난달 16일 1교시 국어과목 시험 종료 종소리가 1분 먼저 울렸다. 타종을 담당하는 교사가 시간 확인용 휴대기기 화면을 다시 켜는 과정에서 시간을 잘못 확인해 수동으로 1분 먼저 타종하게 됐다.

이에 따라 감독관들은 1분 먼저 학생들의 답안지를 수거했다. 감독관이 학생들의 항의에도 시험지를 걷기 시작하자 시간에 쫓긴 수험생들은 급하게 ‘일자로 죽 그은 마킹’을 하거나 찍거나 아예 공란으로 둔 채 펜을 내려놓았다. 일부 교실에서는 고성과 항의가 오갔다. 쉬는 시간 몇몇 수험생들은 엎드려 흐느꼈다. 교무실에는 항의가 빗발쳤다. 절망한 나머지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간 수험생도 있었다.

타종 방법은 수능 시험장 학교의 재량으로 자동, 수동으로 선택할 수 있다. 상당수 학교는 시험장 방송 시스템 오류를 우려해 수동 타종을 선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석 명진 대표 변호사는 “타종 사고로 피해 학생들은 추후 치뤄진 수학·영어·탐구 시험 일정에 피해를 입었다”며 “타종 사고 수습 조치로 인해 점심시간 역시 25분 정도 뺏겨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경동고 수능사고와 관련해 교육당국의 원인·경과 등 공식 발표는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