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오진 날' 이성민, 이름 석 자만으로도 믿고 본다!
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말해 뭐해." 정말이지 설명이 필요 없다. 배우 이성민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이 그렇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다는 것도 거추장스러울 정도다. 그냥 이성민이라는 이름 석 자로 충분하다.
아무리 명배우여도 사람들의 호불호가 있기 마련인데, 이성민에 대해서는 이러한 감정의 구별조차 불필요한 느낌이다. 그간 그가 보여온 캐릭터들이 그에 대한 마음을 그렇게 만들었다. 그의 연기는 곧 개연성이 되어서 제아무리 완고한 독불장군 같은 캐릭터여도 그를 이해하고 응원하게 한다. 딱 1년 전, 작년 이맘때 종영한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양철 회장 역으로 안방극장을 평정했을 때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신들린 연기에 압도됐을 뿐 아니라 그런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하고 기뻐하는 마음들이었다.
하물며 그가 선한 웃음을 지을 때는 더더욱 마음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그가 무참히 당하는 꼴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다. 얼마 전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운수 오진 날'(극본 김민성, 연출 필감성)이, 그중에서도 파트1(1~6회)이 특히 그랬다.
'운수 오진 날'에서 택시기사 오택 역으로 나선 이성민은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소시민의 모습으로 단번에 팬들의 마음을 얻었다. 동료의 꼬임으로 사업체의 대표로 이름을 올렸다가 사기를 당하고 빚을 잔뜩 진채로 가족과 떨어져 고시원에서 지내는 중인 오택이 서글서글한 웃음으로 자신의 고달픈 인생사를 애써 지우는 듯한 모습에 애잔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팬들을 애틋하게 만든 오택인데, 연쇄살인마를 만나면서 끝을 알 수 없는 공포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니 팬들 역시 견딜 수 없는 감정에 빠지게 됐다.
'운수 오진 날'은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을 패러디한 아포리아 작가의 웹툰 '운수 오진 날'을 또다시 리메이크한 드라마다. 파트2부터는 원작 웹툰과는 완전히 다른 전개를 펼쳤지만, 기본적으로는 '운수 좋은 날'처럼 비극적인 인생의 아이러니를 큰 줄기로 하는 만큼 오택의 서사는 팬들의 마음을 한없이 아프게 했다. 더욱이 인생이 꼬이고 꼬이다 살인마까지 만나 갖가지 고초를 겪는 오택을 이성민이 연기하니 과몰입하게 되는 게 당연했다.
무엇보다 오택이 겪는 비참한 감정들이 이성민의 뛰어난 흡입력으로 시청자들에게 오롯이 전달됐다. 연쇄살인범의 광기로 인해 불안감이 엄습할 때면 이성민이 송아지 같이 큰 눈동자에 지진을 일으켜 팬들을 덩달아 불안에 떨게 했다. 좌절하고 낙담하는 순간 절규하고 울분을 토하는 모습으로는 형용할 수 없는 아픔으로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극 초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난 트럭운전사로 인해 모멸감을 느끼는 장면에서는 팬들까지 극도의 수치심을 생생하게 경험하게 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오택을 연기하는 이성민을 보며 팬들 역시 무력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성민의 탁월한 연기력이 아니었다면 알 수 없었을 인생의 참담함이다. '운수 오진 날'이 파트1까지 그런 식으로 오택을 몰아치니 팬들이 분개할 만도 했다. 법 없이도 살 착한 사람인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도무지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듯한 삶의 오택을 이성민이 너무나 실감 나게 그려 속이 상할 대로 상한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운수 오진 날'이 이성민을 통해 팬들에게 좌절만 맛보게 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지난 8일 최종회인 10회까지 공개가 된 파트2를 통해서는 회심의 미소를 지을 수 있게 해줬다. 파트2에서 이성민은 흑화하는 오택을 통해 파트1과는 또 다른 눈빛을 보여주고, 잔혹하고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파트1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이성민의 강력한 액션과 판타지 같은 전개가 팬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했다.
그러면서도 '운수 오진 날'은 냉혹한 피의 응징으로 끝이 나는 게 아니라 '운수 좋은 날'의 비극적이면서도 애잔한 정서를 마지막까지 붙들 수 있었다. 이 역시 이성민이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오라 덕분이었다. 파트2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오택이 똑같이 되갚아 주겠다며 핏발을 세웠다가 끝내 독기를 빼고 스르륵 선한 본모습으로 돌아오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인간미 넘치는 이성민이 연기했기에 가능했다. 또한 드라마 엔딩에서 보여주는 옅은 미소에서는 안도감과 함께 처연한 슬픔이 동시에 느껴게 하며 인생의 아이러니를 새삼 곱씹게 했다.
결국 이성민을 얼마나 알차게 활용했는지 확인하게 되는 파트2였다. 또 이성민이 변주하는 오택의 감정선을 따라 보는 이 역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게 되는 '운수 오진 날'였다. 파트1에서 무능한 오택이 싫었다면 그 자체로 이성민의 연기에 몰입했다는 의미였다. 파트2에서 오택의 맹활약에 희열을 느꼈다면 그것도 이성민의 타고난 흡입력의 증거다.
이성민의 캐릭터 연기를 보면서 늘 캐릭터 그 자체가 되는 이성민을 발견하게 되곤 한다. 이제는 크레디트에 오르는 이성민의 이름 석 자만 봐도 화면을 꽉 채우는 그의 존재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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