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민심, ‘尹에 경고’ ‘野 심판’ 어느 쪽이냐에 달렸다 [최병천의 인사이트]
‘朴 탄핵’ 이후 보수 분열했지만 ‘野 지지’ 늘지 않아
(시사저널=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부산의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는 실패했다. 엑스포 유치는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 과정과 결과가 사뭇 충격적이었다는 점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119표, 부산 29표였다. 개최지 선정 투표 직전에 일부 언론에서는 대통령실 발언을 빌려 아슬아슬한 '박빙' 상황까지 온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애초에 박빙 상황은 없었다. 어떤 이유든 명백하게 정부의 오판이었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엑스포 유치를 명분으로 많은 해외순방을 했다. 그런데 고작 29표에 그쳤다.
2024년 총선에서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의 민심은 어떻게 반응하게 될까?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몇 개의 의석을 가져가게 될까?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다. 다만 '과거의 패턴 분석'을 통해 미래의 근사치에 접근해볼 수는 있다. 역대 선거 결과에 기반한 부·울·경 정치구도의 특징은 3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첫째, 1987년 이후 최근까지를 3개 국면으로 나눌 수 있다. [표1]은 1987년 민주화 이후 부·울·경 지역의 의석수 추이다. 3개 국면은 ①3당 합당 국면 ②노무현 국면 ③탄핵 국면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국회의원 총선은 총 9번 있었다. 첫 번째는 3당 합당 국면이다. 1988년, 1992년, 1996년, 2000년 총선이 해당한다. 이때 민주당 계열 의석은 4번 모두 0석이다. 1988년에는 김영삼의 통일민주당이 가장 많은 의석을 가져갔고, 1990년 3당 합당 이후에는 민주자유당과 당명을 바꾼 신한국당이 의석 대부분을 가져갔다. 이 시기에 민주당 계열은 '김대중당'이었고, 다른 한편으로 '호남당' 취급을 받았다. 1988~2000년의 기간 동안 민주당 계열이 매번 0석을 얻었던 이유다.
'부산 사람' 노무현이 불러온 변화
두 번째는 노무현 국면이다. 부·울·경 지역에서 민주당 계열이 당선자를 배출한 것은 2004년부터다. 2004년에는 두 가지 변화가 있었다. 하나는 2002년 12월 부산이 배출한 정치인 노무현이 대선후보로 나와 대통령에 당선됐다. '부산 사람' 노무현이 대통령이 됐다. 부산 시민 일부는 민주당을 '호남당'으로 생각하지 않고, '노무현당'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다른 변화는 2004년 3월 국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의결된 것이다. 노 대통령을 쫓아내려 한 것이다. 부산 시민들은 이게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부·울·경 지역 41석 중 민주당 후보가 4명 당선됐다. 4명 당선은 생각하기에 따라 초라할 수 있지만, 1988년 이후 2004년까지 무려 16년간 당선자가 0명이었던 것을 생각하며 큰 변화였다. ①국면이었던 3당 합당 국면이 ②국면인 '노무현 국면'으로 넘어간 분기점이다.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배출했지만, 부·울·경 시민의 압도적 다수는 민주당 지지에 인색했다. 2008년 2석, 2012년 3석에 불과했다. 부산 지역은 조경태·문재인 후보가 당선됐고, 경남 지역은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갑에서 민홍철 후보가 당선됐다.
세 번째는 '탄핵 국면'이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은 격렬한 내전을 겪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승민 원내대표를 찍어내고, 김무성 대표에게 압력을 가했다. 김무성 대표가 영도다리에서 저항하는 '옥새 파동'이 있었던 총선이다. 박근혜는 임기 4년 차였고, 유승민과 김무성은 차기 대선후보였다. 임기 4년 차 대통령이 차기 대선후보 두 명을 강제로 쫓아낸 경우였다. 부·울·경 표심이 움직였다. 부·울·경은 보수적이지만, 동시에 권위주의에 비판적인 DNA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역사적으로 민주화운동의 한 축이었던 곳이다. 2016년 총선과 2020년 총선은 '탄핵 국면'의 연장선에서 총선이 치러졌다. 민주당은 2016년에는 8명, 2020년에는 7명의 의원을 이 지역에서 배출했다.
부·울·경 정치구도의 두 번째 특징은 이 지역의 민주당 역대 평균 의석수를 뽑아서 살펴볼 수 있다. 부·울·경의 특성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3가지 방식으로 뽑아볼 수 있다. 1987년 이후 9회 평균은 2.7석이다. 2000년 이후 6회 평균은 4.0석이다. 2016~20년 2회 평균은 7.5석이다. 9회 평균은 지금 시점에 부적절하다. 합리적인 예측은 6회 평균과 2회 평균의 중간쯤에 해당할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민주당의 예상 의석은 4~7석 정도로 전망해볼 수 있다.
'박근혜 탄핵' 이전과 이후가 다르다
세 번째 방법은 '탄핵 이전'의 부·울·경과 '탄핵 이후'의 부·울·경 득표율을 비교하는 것이다. [표2]는 2002년부터 최근까지 부산 지역에서 국민의힘 계열과 민주당 계열의 대선후보 득표율 추이다.
2012년 대선은 양자 대결이었다. 부산 지역에서 박근혜 후보 60%, 문재인 후보 40%가 나왔다. 2017년 대선은 다자구도였다. 홍준표 후보 32%, 문재인 후보 39%가 나왔다. 다시 2022년은 양자구도였다. 윤석열 후보 58%, 이재명 후보 38%였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2012년, 2017년, 2022년 모두 민주당 후보의 득표력은 40%→39%→38%로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계열도 유사하다. 60%→32%→58%였다.
이러한 수치는 무엇을 시사하는가? 두 가지를 말해 준다. 하나는 2016~17년에 벌어졌던 '탄핵 국면' 시기에 부산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층은 확대되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형식적으로 보였던 지지율 변동은 '보수의 분열' 때문이었다. 보수는 60%→32%→58%로 다시 복원됐다.
보수의 복원은 부·울·경의 2024년 총선 역시 '2016년 이전 상태'로 돌아갔을 가능성이 높음을 암시한다. 실제로 2021년 4·7 재보궐로 치러진 부산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62.7%, 민주당 김영춘 후보는 34.4%를 얻었다. 둘의 격차는 28.3%포인트였다. 2배 가까운 격차로 벌어졌다.
부·울·경 정치지형이 '2016년 이전'으로 회귀한 것이 맞는다면, 2024년 총선에서 민주당 의석은 지금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부산 3석, 울산 1석, 경남 3석으로 총 7석이다. 물론 다른 가능성도 있다. 유권자의 세대교체가 상당 수준 이뤄졌고,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대해 부산 시민들도 '정부에 대한 경고투표'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부·울·경의 선택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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