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증권가 10대뉴스] (上) 주가조작으로 얼룩진 韓증시, CEO 교체까지
리스크 관리 부실·금융당국 중징계로 CEO 교체 바람
2023년 5월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을 선언했다. 다사다난한 한해였다. 특히 금융투자업계엔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았다. 라덕연 사태, 영풍제지 주가조작, 라임·옵티머스 징계를 비롯해 부동산 PF 부실 우려, 공모주 상장일 등락폭 확대(60~400%), 공매도 금지 등 아이뉴스24가 올해 금융투자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편집자]
[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2023년 국내 증시는 불명예스러운 사건, 사고들이 반복되며 몸살을 앓았다. 지난 4월 '라덕연 사태'를 시작으로 잇따라 주가조작 사건이 대중에 공개됐다. 이와 관련해 리스크 관리 부실 논란에 휩싸인 키움증권은 결국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코스피 지수는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집중적인 매수세에 힘입어 2차전지 대표주인 에코프로가 여름 한 때 '황제주'로 등극하기도 했다.
◇ 4월 라덕연→6월 바른투자연구소→10월 영풍제지, 끊이지 않는 주가조작
지난 4월 24일 서울가스와 대성홀딩스, 삼천리 등 8개 종목이 돌연 하한가를 맞았다. 해당 종목의 공통점은 매도 창구가 외국계 증권사인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이라는 점이다. 사건의 배후에는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가 있었다. 라 전 대표 일당은 차액결제거래(CFD)를 활용해 주가를 조종하고 있었으나, 당국이 조사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일당 중 일부가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서 대규모 하한가 사태가 시작됐다.
4월 라덕연 사태로 인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6월, 또 다시 일제히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들이 나왔다. 방림, 동일산업, 만호제강, 대한방직, 동일금속 등 5개 종목이었다.
2개월 만에 또 다시 무더기 하한가가 나오자 제2의 라덕연 사태가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그러나 해당 종목들이 바른투자연구소에서 꾸준히 추천 종목으로 거론돼 왔다는 게 드러나면서 바른투자연구소 강기혁 소장과 카페 회원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어 10월엔 영풍제지와 대양금속이 하한가로 직행했다. 갑작스러운 하한가였지만, 업계에선 영풍제지가 1년간 주가 상승률이 600%, 최대 730% 상승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또 다시 주가조작에 무게를 뒀다. 이후 검찰은 영풍제지 시세 조종에 가담한 일당을 체포했으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 '또, 또' 연루된 키움증권, 리스크관리 부실 도마 위
올 한 해 발생한 세 번의 주가조작 사태에서 키움증권의 이름은 두 번이나 등장했다.
4월 '라덕연 사태' 때는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주가조작 의혹에 휘말렸다. 다우데이타의 주가가 폭락하기 전 김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팔아치워 60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이에 내부정보를 이용해 폭락 직전 매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를 부인하던 김 회장은 결국 차익 금액을 모두 사회에 환원한다고 밝히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키움증권은 10월에도 곤욕을 치뤘다. 10월 영풍제지 주가조작 일당이 키움증권의 계좌를 집중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다른 증권사들은 영풍제지의 주가 상승률이 비정상적이라고 판단,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했지만, 키움증권은 하한가 사태 당일까지도 40%의 종목 증거금률을 유지해 주가조작 세력의 레버리지 활용에 도움을 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사태로 키움증권은 약 4333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고 손실액은 4분기에 반영될 예정이다.
한 해에만 두 번의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되면서 키움증권은 '리스크 관리 부실', '작전세력의 놀이터'라는 오명을 썼다. 결국 키움증권을 이끌던 황현순 대표는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자리에서 물러났고 엄주성 부사장이 새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 여의도에 부는 세대교체 바람…미래에셋→키움 수장 교체
내부통제 부실로 수장이 교체된 키움증권을 비롯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 삼성증권 등이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며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
미래에셋증권은 창업 멤버인 최현만 회장이 퇴진하고 그 자리에 1968년생인 김미섭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다음 달 7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김 대표와 동갑인 허선호 부회장과 전경남 사장 중 1명을 또 다른 각자 대표로 선임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회사를 5년간 이끈 정일문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김성환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경영 성과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이어가면서도 금융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성장 전략의 변화를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메리츠증권은 최고리스크책임자(CRO) 경험이 있는 장원재 사장을 대표로 선임했으며 삼성증권은 박종문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 사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KB증권의 박정림 사장, 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도 라임·옵티머스 판매사 CEO에 대한 금융당국의 중징계 영향으로 대표이사 교체 가능성이 커졌다.
CEO 교체 바람이 중소형사까지 확산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BNK투자증권은 차기 대표로 신명호 전 유안타증권 대표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김신 SK증권 대표, 박봉권 교보증권 대표,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대표, 곽봉석 DB금융투자 대표,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 등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연임 성공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 박스권에 지친 개미, 2차전지만이 살길? 뜨거웠던 에코프로 열풍
수차례 발생한 주가조작 사태와 박스권에 갇힌 코스피 지수, 과잉 재고로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던 반도체 업황 등의 영향으로 개인 투자자들은 2차전지 종목에 뜨겁게 반응했다.
지난 3월부터 불기 시작한 2차전지 투자 열풍에 에코프로의 주가는 한 때 100만원을 돌파하며 황제주에 등극했다. 연초(10만6000원) 주가와 비교해 고점(153만9000원) 기준 상승률은 무려 1351.88%다. 에코프로를 비롯해 에코프로비엠, POSCO홀딩스, 포스코퓨처엠 등도 주가가 급등했다.
에코프로 주가 급등세는 개인 투자자가 주도했다. 주가가 80만원, 90만원을 넘기던 때에는 일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매수 인증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 밸류에이션 대비 주가가 과도하게 오르자 증권가에선 2차전지 종목의 가치 평가를 중단했다. 하나증권에선 이례적으로 '매도' 의견 리포트를 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허위 리포트도 등장해 투자자를 교란시켰다. 미국 대형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사칭한 해당 문서는 '지구상에서 실적을 초과하는 유일한 주식'이라는 제목으로, 에코프로의 목표주가를 1870달러(약 244만8765원)로 제시했다. 내용, 형식엔 허점이 많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해당 보고서를 믿은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 확산 당일인 4일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5.36% 상승해 32만3000원에 거래됐고 개인은 홀로 149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허위 문서까지 등장하자 금융감독원은 BOA에 직접 확인한 결과 조작된 문서였다며 "투자자들은 유튜브, SNS 등을 통한 근거 없는 루머 등에 현혹되지 말고 신중하게 투자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당부했다. 더불어 "SNS 등을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매매거래를 유인하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유의해 달라"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jy1008@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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