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님, 소풍 가지 마시죠”… 교사들, 학부모 민원 공포에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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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로부터 이같은 요구가 나온 것은 개교 이래 처음이었다.
체험학습 과정에서의 학부모 민원을 우려해 내년도 교육과정 확정에 앞서 체험학습 폐지를 요구하고 나서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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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학습 없애자” 학내 갈등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내년도 교육과정 편성이 한창인 이달 초,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 A씨는 교사들로부터 “현장체험학습을 없애달라”는 건의를 받았다. 교사들로부터 이같은 요구가 나온 것은 개교 이래 처음이었다. A씨는 “학부모와 학생 대다수는 체험학습을 더 늘려달라고 말하지만, 교사들은 체험학습 과정에서 교사를 보호할 장치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교사들이 최근 교육활동에 대한 의지를 많이 잃어버린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학교 현장에서 ‘소풍’이 사라질 위기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학교 일선에선 내년도 체험학습 시행 여부를 두고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체험학습 과정에서의 학부모 민원을 우려해 내년도 교육과정 확정에 앞서 체험학습 폐지를 요구하고 나서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올해 교사들 사이에서 ‘교권침해’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데다 노란버스 사태 여파가 계속되면서다.
12월은 각 학교가 내년도 교육과정 일정을 편성하는 ‘교육과정수립위원회’가 열리는 기간이다. 각 학교장은 교사와 학부모 등의 의견을 수렴해 교육과정을 편성한 뒤 2월까지 각 지방교육청 허가를 받아 시행한다.
올해 이 기간 학교들 사이에선 ‘체험학습’이 화두가 됐다. 서울 소재 한 초등학교 교사 최모(35)씨는 “1박2일 이상 체험학습을 갈 경우 아이들을 관리하는 부담도 크고, 체험학습 내용에 대한 민원도 많아 교사들 피로도가 높다”며 “이런 목소리를 모아 이번에 체험학습을 가지 말자는 의견을 교육과정 편성 때 전달했지만 교장은 ‘체험학습을 없앨 수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학교 일선 갈등이 늘자 노조 차원에서 나서기도 했다. 서울교사노조는 최근 서울시교육청에 ‘체험학습 시행에 대한 지침을 만들어달라’는 내용의 제안을 보냈다. 지역청 차원에서 체험학습을 막을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서울교사노조 관계자는 “체험학습 때 발생하는 사고로 교사들이 학무보로부터 고소를 당할 수 있다는 부담에 폐지를 원하는 건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실제 이미 적지 않은 학교들이 내년 체험학습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교사들 사이 체험학습 폐지 요구가 잇따르게 된 주된 계기는 최근 ‘노란버스’ 사태다. 노란버스란 13세 미만 어린이 전용 통학버스를 이른다. 지난해 10월 법제처가 체험학습에 전세버스가 아닌 노란버스만 이용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학교 일선에선 전국 5만여대에 불과한 ‘노란버스 구하기’ 대란이 일며 체험학습 취소도 잇따랐다. 결국 교육부가 체험학습 때 전세버스 이용도 허가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내놓으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그 여파가 학교 현장에서 계속되는 분위기다. 교사 B씨는 “올해 체험학습을 취소한 것을 계기로 아예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교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험학습에 대한 교사들의 부담은 실제 적지 않은 수준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이 지난 9월 노란버스 사태 당시 전국 유치원·초등학교 교사 1만2154명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 97.3%(1만1828명)은 체험학습으로 인한 학부모 고소·고발이 걱정된다고 답했다. 또 이중 30.6%(3725명)은 실제 본인이나 동료가 민원이나 고소·고발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각 기관에선 체험학습 시행 여부는 원칙적으로 학교의 ‘자율’이라는 입장이라, 당분간 체험학습을 둘러싼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체험학습 관련 내용은 각 학교에서 정하는 것이고, 지역교육청에서 나서서 금지할 명분이나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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