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청부사' 요청에 같이 군대 미뤘는데…엇갈린 1년, KS 우승 투수와 중계로 지켜본 거포 유망주

신원철 기자 2023. 12. 1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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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이정용(왼쪽)과 이재원은 지난해 상무 지원을 취소하고 '염경엽 1기'로 우승에 도전했다. ⓒ 곽혜미 기자
▲ 이정용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하고 18일 국군 체육부대에 입대한다. ⓒ곽혜미 기자
▲ 이재원은 내년 상반기 상무 입대를 목표로 비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1년 전 찾아온 '우승 청부사' 감독의 요청에 같은 선택을 내렸던 선수들, 그러나 1년 뒤의 상황은 엇갈렸다. 지난해 11월 국군 체육부대 지원을 취소하고 2023년 우승에 도전했던 LG 트윈스 이정용과 이재원이 다른 처지로 겨울을 보낸다.

이정용은 18일 구창모(NC 다이노스) 배제성(kt 위즈) 윤산흠(한화 이글스) 허윤동(삼성 라이온즈) 조민석(NC 다이노스) 등과 함께 입대해 국군 체육부대 상무 소속이 된다. 27살 꽉 찬 나이에 입대한다.

이정용은 1996년생으로 성남고와 동아대를 거쳐 2019년 1차 지명으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첫 시즌 팔꿈치 수술을 받고 2020년 1군에 데뷔했다. 원래 지난해 상무에 지원해 올해 1월 입대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염경엽 감독의 요청에 계획을 바꿨다. 대졸 신인으로 입단해 나이의 압박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감독의 의견을 따르지 않을 수도 없는 처지였다. 결국 이 판단은 이정용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LG에는 선수층을 두껍게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시즌 초반에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비 과정에서 부상으로 이탈한 고우석 대신 마무리를 맡았다. 그러나 결과가 따라오지 않았고, 이후 셋업맨으로 돌아온 뒤에도 경기력이 살아나지 않으면서 기로에 놓였다. 입대를 1년 미룬 효과가 없었다. 그런데 LG의 선발 공백과 맞물려 뜻밖의 기회를 잡았다. 염경엽 감독은 이정용이 포크볼만 던지면 선발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봤고, 이정용도 이대로는 반전이 어렵다고 판단해 선발 보직에 도전했다.

▲ 이정용 ⓒ곽혜미 기자

이정용은 선발로 나온 첫 4경기에서 한 번도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첫 2경기까지는 빌드업 과정이라고 볼 수 있었지만 그 뒤로 2경기는 3이닝 6실점 5자책점, 4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다. 이정용은 이때 또 한 가지 결심을 한다. 팔꿈치 부상 재발 우려로 쉽게 시도하지 못했던 포크볼을 던져보기로 했다. 여기서 '대박'이 터졌다. 이정용은 5번째 선발 등판에서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에서는 6⅓이닝 무실점으로 개인 최다 이닝을 책임졌다.

불펜 경험이 풍부한 이정용이 선발로도 가능성을 보이면서 LG의 한국시리즈 투수 운영 계획도 달라졌다. 이정용이 선발 대신 불펜으로 들어가 셋업맨부터 롱릴리프, '탠덤(두 번째로 나와 긴 이닝을 책임지는 투수)'까지 모든 보직을 준비했다. 그래서 이정용의 한국시리즈 등판 상황은 모두 달랐다. 1차전은 6회 1사 후 등판해 ⅔이닝을 막았고, 2차전은 1회 1사에서 선발 최원태 뒤에 나와 1⅔이닝을 던졌다. 3차전은 8회 등판한 고우석에 이어 9회 제2의 마무리로 ⅔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기록했다. 4차전은 7회 1이닝 셋업맨을 맡았다.

이정용은 한국시리즈 5차전을 마치고 "군대 가기 싫은 게 아니고 동료들과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많이 힘들었다"고 얘기했다. 약 2주 뒤 2일 러브기빙페스티벌 행사에서는 "시간이 더 가기 전에 팬들과 인사할 수 있어서 뜻깊었다고 생각한다. (팬들을)못 보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이런 행사를 통해 뵐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밝혔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이제는 입대의 아침이 밝았다. 이정용은 풀타임 선발투수로 경험을 쌓은 뒤 내후년 6월 곧바로 1군 합류를 기대하고 있다.

입대 전에는 배제성 등과 여행을 다녀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17일 인스타그램에 근황 사진을 올리자 먼저 군대에 다녀온 선수들이 놀리는 댓글을 잔뜩 달았다.

▲ 선물해주신 팬들께 감사하다며 포즈를 취한 이정용. ⓒ 신원철 기자

#구단별 2023년 12월 상무 입대 선수

LG 이정용(투수)

kt 배제성(투수)

SSG 없음

NC 구창모 조민석(이상 투수) 박성재(포수) 오태양(내야수) 오장한(외야수)

두산 없음

KIA 김선우(포수) 한승연(외야수)

롯데 없음

삼성 허윤동(투수) 조민성(내야수)

한화 윤산흠(투수) 박정현(내야수)

키움 없음

▲ 이재원 ⓒ곽혜미 기자

반면 이재원은 거듭된 부상으로 상무 재지원조차 하지 못한 채 1년을 마무리했다. 한때 메이저리그급 타구속도로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다시 부상이 찾아왔다. 이정용이 상무 재지원 후 합격하면서 '취소 불이익'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한국시리즈 엔트리 진입도 실패했다. 왼손 불펜투수가 없는 kt가 한국시리즈 상대가 되면서 LG 코칭스태프는 대타 자원보다 대수비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재원 대신 김범석이 그 한 명의 대타로 선택받았다. 야수 마지막 자리는 유틸리티 내야수 손호영의 몫이었다.

이재원은 한국시리즈 기간 개인 훈련과 나홀로 여행으로 마음을 추스르려 노력했다. 요즘은 홍창기 백승현 문성주와 함께 트레이닝센터에 다니면서 다시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상반기 상무 지원이 목표다.

이재원은 지난 12일 한국시리즈 중계방송을 모두 지켜봤다면서 "나도 저 자리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좋았겠다 하는 생각을 했다.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그래도 아쉬운 것 아쉬운 대로 끝난 거고 이제는 또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훌훌 털어버리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시리즈 기간 동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구단에서 한국시리즈 기간에는 이천에서 훈련할지 개인 훈련할지 물어보셔서 따로 운동을 했다. 감독님은 혼자 여행 한 번 다녀오라고 하셨다. 혼자서 생각할 시간도 가져봤다. 다녀와서 생각 정리가 많이 됐다. 감독님 덕분이다"라고 했다.

LG는 이재원을 내년 상반기에 입대하게 한 뒤 내후년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재원은 "퓨처스에서 잘 준비하기 위해 지금 이렇게 운동하고 있다. 가기 전까지 잘 준비해야 돌아와서도 다시 보여드릴 수 있는 거니까, 그런 마음으로 운동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 이재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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