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록] 터줏대감 '대우건설' vs 신흥 강자 '포스코이앤씨' 맞대결

김노향 기자 2023. 12. 1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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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록/ 안산주공6단지

[편집자주][정비록]은 '도시정비사업 기록'의 줄임말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해당 조합과 지역 주민들은 물론, 건설업계에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도시정비계획은 신규 분양을 위한 사업 투자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장을 직접 찾아 낡은 집을 새집으로 바꿔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중앙주공6단지' 아파트. 오는 12월23일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입찰에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김노향 머니S 기자

국내 건설업계 3위인 대우건설과 7위인 포스코이앤씨가 총 공사비 3000억원 규모의 경기 안산시 중앙주공6단지(이하 '안산주공6단지') 재건축사업 시공권을 놓고 격돌하고 있다. 양측은 3.3㎡(평)당 500만원 후반의 낮은 공사비를 제안하고 상대 측 제안서에 대해 적정성 문제와 금품 제공 의혹 제기 등 상호 비방전을 펼칠 정도로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며 수익성 하락을 우려한 건설업체들이 최근 들어 재개발·재건축과 같은 정비사업 입찰에 소극적인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대우건설의 경우 아웃소싱(OS) 직원이 일부 주민(소유자)에게 식료품을 전달해,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금지한 조합원 금품 제공 의혹에 휘말리기도 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OS 직원의 일탈 행위일 뿐, 시공사가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밝혔다. 공동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신탁도 "금품 수수는 아니다"라고 밝혀 대우건설 주장에 힘을 실었다.

메이저 브랜드 '푸르지오'를 내세운 대우건설은 그동안 안산 재건축시장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 왔지만 포스코이앤씨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수 년 간 수도권 정비사업에 적극 나서며 업계 내 관련 수주 실적 1·2위를 다툴 정도로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공사비 3000억원대, 수익성 높을 전망


안산주공6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위원회는 지난 12월4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한 결과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각각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시공사 선정 총회는 오는 12월23일로 연내 시공사를 선정하게 된다.

지난 12월12일 찾은 안산주공6단지 곳곳엔 시공사 총회 안내문이 게시돼 있었다. 단지 인근에 위치한 정비사업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대형건설업체인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참여를 희망했지만 다소 과열된 양상이 좋지 만은 않다"며 "현재 모든 OS 직원들의 소유자 개별 접촉을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산주공6단지는 1986년 준공, 올해로 37년차에 접어든 590가구 규모의 아파트다.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안산주공6단지의 사업성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5층 단지의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은 87%로 낮다. 재건축 시 36층 1017가구로 탈바꿈해 일반분양률이 42%에 달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추정 공사비는 2800억~3000억원대로 예상된다.

대우건설 을지로 본사 사옥 /사진 제공=대우건설



3.3㎡당 500만원대 공사비, 현실성은?


두 건설업체 모두 인지도 면에선 밀리지 않아 주민들의 선택은 결국 공사비에서 판가름날 것이란 예측이다. 최근 시공사들은 계약 시점에 이르러 입찰 당시 제안서보다 많게는 40~50% 올린 공사비를 요구하며 소유주들과 분쟁을 벌이고 있다. 안산주공6단지 소유주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공사비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우려를 토로하고 있다.

두 회사가 시공비로 제시한 금액은 3.3㎡당 599만원(대우건설)과 578만원(포스코이앤씨). 대우건설은 이주비 5억원, 분담금 납부 유예, 공사비 검증실시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가구당 7억2000만원의 개발이익과 사업비·이주비 책임 조달을 약속했다.

입찰 제안서가 공개되자 양쪽은 공방을 주고받았다. 포스코이앤씨는 대우건설이 지하층 세대 창고 면적을 연면적에만 포함하고 3.3㎡당 공사비 계산 시 제외해 공사비가 낮아 보이게 하는 꼼수를 썼다고 지적했다. 대우건설은 세대 창고 면적을 포함한 전체 공사비를 3062억원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3.3㎡당 공사비로 환산 시엔 창고를 포함하지 않아 599만원으로 표시했다. 창고 면적을 반영 시 3.3㎡당 공사비는 613만원으로 치솟는다.

포스코이앤씨의 전체 공사비는 대우건설보다 281억원 더 낮아 3.3㎡당 공사비는 578만원으로 책정됐다. 문제는 최근의 추세를 볼 때 이 같은 공사비가 본계약과 착공 시점에 이르러 폭등할 요소가 많다는 점이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제안서의 공사비는 입찰 공고에 따른 것으로 본계약이 몇 개월 후에 이뤄지느냐에 따라 현재보다 상승할 수 있고 소유자가 특화설계 등을 원할 경우 공사비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안 보기 어려웠던 금품 살포 의혹도 제기됐다. 일부 소유자가 대우건설 OS 직원으로부터 달걀과 샤인머스캣 등을 선물로 받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다만 주장의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달걀과 샤인머스캣 등이 불법 금품에 해당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비사업 입찰 과정에 특정 회사의 편을 들어 상대 회사에 흠집을 내려는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행사인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달걀과 샤인머스캣은 당연히 불법 금품에 해당하고 OS 직원들의 소유자 개별 접촉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면서 "다만 해당 건의 경우 과열 경쟁으로 인해 벌어진 오해일 수 있고 정비사업위원회 등에 신고되지 않아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이앤씨 송도 사옥 /사진 제공=포스코이앤씨



정비사업 침체에도 경쟁 과열 '왜'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포스코이앤씨는 안산주공6단지 수주 시 창사 이래 첫 정비사업 수주 1위를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회사는 올해에만 정비사업에서 4조3150억원을 수주했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정비사업 수주 1위를 기록한 현대건설은 현재까지 수주금액이 3조2518억원으로 단독 입찰한 3곳의 계약을 연내 완료할 경우 수주액이 4조4000억원대로 증가한다. 포스코이앤씨가 안산주공6단지 수주에 실패할 경우 1위가 바뀔 수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1조1154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5조원 이상 수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낸 것과 대조된다. 대우건설은 지난 7월 무궁화신탁에 지분을 투자해 주주로 참여하면서 이번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안산주공6단지 이전에 2016년과 2018년 '안산 레이크타운 푸르지오', '안산 파크 푸르지오', '안산 센트럴 푸르지오' 등을 공급했고 현재 안산은 중앙동을 비롯해 성포동·호수동·초지동·고잔동·선부동 등에 20~30년 넘은 구축 아파트가 많아 향후 정비사업 수주전이 예상된다.

안산주공6단지는 2014년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D등급) 판정을 받아 2015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용적률과 건폐율은 각각 269.99%, 17.17%로 계획됐다. 지난해 안산시는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을 취소하고 한국토지신탁·무궁화신탁을 공동사업시행자로 지정했다. 계약서상 신탁보수는 매출의 1.95%로 알려져 약 108억원이 추정된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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