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쇼크 ‘진짜 이유’ 있었네…전기차 덜 팔리고 트럼프 당선되면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kdk@mk.co.kr) 2023. 12.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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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증시 전망] ③이차전지주 내년엔 반등할까
얼리어답터만 타는 전기차…실적 전망도 ‘뚝’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모습. [출처 : 연합뉴스]
이차전지주를 빼고 2023년 올 한해 증시를 이야기하기 힘들다. 특히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등 이차전지 소부장 종목들은 올해 8월까지 기록적인 주가 상승을 보였다. 이 때문에 한동안 ‘완성차보다 비싼 배터리, 배터리보다 비싼 배터리 부품’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고평가 논란이 심했던 지난 8월을 기점으로 이차전지주들은 일제히 우하향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실적 성장의 속도가 예상보다 둔화되면서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이 내년에도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익은 느는데…생각보다 덜 늘어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개인 순매수 1위 종목은 POSCO홀딩스로, 11조3555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어 2위 LG화학(1조9256억원), 3위 포스코퓨처엠(1조2066억원), 4위 SK이노베이션(1조1764억원), 5위 에코프로비엠(9452억원) 순이다. 개인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이 모두 이차전지 관련 종목이다.

6~10위를 봐도 삼성SDI(8653억원), 엘앤에프(7578억원), LG에너지솔루션(6613억원), LG생활건강(6083억원), 한화솔루션(5429억원)으로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8개 종목이 이차전지주다.

가솔린·디젤 차량을 점차 전기차가 대체하면서 배터리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란 믿음에 이차전지주를 집중적으로 담은 것이다.

실제로 실적 전망을 보면 배터리 관련주는 내년에도 큰 폭의 이익 성장이 기대된다. 코스닥 시총 1위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는 3245억원인데 내년 예상치는 4882억원으로 50.44% 증가할 전망이다. 코스닥 시총 5위 엘앤에프는 올해 684억원에서 내년 2465억원으로 이익이 3.6배나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피 시총 11위 포스코퓨처엠의 영업이익도 올해 1486억원에서 내년 3922억원으로 2.6배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데 주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지난 7월 말 58만4000원까지 올랐다가 현재 31만원선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엘앤에프도 41.44%, 포스코퓨처엠은 49.05% 빠졌다.

이는 이차전지주의 내년 실적에 대한 최근 시장의 기대감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비엠의 경우 지난 8월까지만 해도 내년 영업이익 예상치가 4829억원이었으나 넉달새 32.80%나 깎였다. 같은 기간 엘앤에프와 포스코퓨처엠의 내년 영업이익 예상치도 각각 50.99%, 33.41% 낮아졌다.

현재 배터리 산업은 판매단가 하락과 수요 부진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리튬 등 핵심 원자재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배터리 단가가 떨어지는데다 전기차도 예상보다 덜 팔리고 있다.

원자재 가격은 조만간 바닥을 찍을 것이란 게 증권가의 예상이다. 배터리의 핵심 부품인 양극재에서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 1년 1개월 동안 80% 넘게 폭락했다. 양극재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과 연동해 판가를 산정하는데 시차가 있다보니 높은 가격에 산 원자재를 낮은 판매가격으로 팔아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제는 원자재 가격이 거의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낮아지면서 조만간 안정화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에코프로의 최근 1년간 주가 추이. [출처 : 구글 파이낸스]
얼리어답터 한대씩 뽑고 나니 전기차 안 팔려…美 대선도 변수
진짜 문제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스의 자료를 보면 지난 2021년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123%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판매량 증가율이 70%로 낮아졌고 올해는 28% 수준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23%, 오는 2025년에는 16%로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질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로의 전환을 서두르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GM이 내년 중반까지 전기차 40만대 생산 목표를 포기했고 포드는 전기차·배터리 3공장 가동을 연기했다. 폭스바겐은 독일 전기차 신공장 건설 계획을 접었고 테슬라는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고통의 시간을 겪을 것”이라며 “전반적인 시장 수요가 정체되는 모습보다는 시장의 예상대비 성장 속도가 더뎌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보조금 대상 축소, 고금리 등에 따라 수요 부진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기차가 갑자기 수요 절벽을 만난 것은 주소비자층의 변화 때문으로 설명된다. 얼리어답터 성향의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대거 구매한 이후 고금리에 따른 높은 이자비용, 내연기관차 대비 비싼 가격,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가 부각되면서 다수의 대중들은 전기차 구매를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근본적인 이유는 전기차 시장의 주소비자 층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며 “초기시장에서 주류시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요 공백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혁신수용가와 얼리어답터는 높은 가격과 불편에도 신기술을 적극 받아들이는 반면 주류시장에 속하는 소비자들은 보수적인 편”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11월에 치뤄지는 미국 대선의 결과도 내년 이차전지주의 주가 흐름을 좌우할 요소로 꼽힌다.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친환경 정책에 부정적인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이차전지주의 주가는 하방압력을 받을 수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IRA법이 폐지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나 전기차 할인 정책, 첨단생산제조 세액공제(AMPC) 등 정부의 인센티브 규모가 예산안 편성에 대폭 축소될 수 있다”라며 “특히 기업평균 연비규제(CAFE)나 차량배출규제 등을 완화시킬 경우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완성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전환에 적극적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전기차 전환 속도가 지연될 수 있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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