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 사태→방탄소년단·블랙핑크 재계약, 대체로 ‘맑음’ [연말결산]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피프티 사태→방탄소년단·블랙핑크 재계약, 대체로 ‘맑음’ [2023 연말결산]
2023년도에는 ‘쇼킹’한 전속계약 이슈가 많았다.
데뷔 1년도 안 돼 영미권 차트를 휩쓴 신인 걸그룹의 반란부터,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센터’ 자리를 꿰찬 연습생의 갑작스런 이탈까지 전에 없던 ‘사건’들이 벌어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K팝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들의 재계약 체결은 가슴을 쓸어내릴 소식이었다. 재계약 여부 관련한 ‘설’ 하나에도 주가가 요동칠 정도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지만, 일단 긍정적 결론을 이끌어 냈다.
결론적으로 보면 올해 가요계의 전속계약 시장은 대체로 ‘맑음’이었다. 키워드를 ‘전화위복’(좋지 않은 일이 계기가 돼 오히려 좋은 일이 생김)으로 잡아도 될 정도로 위기가 기회가 됐다.
◆ 피프티 피프티의 변심, 사상 초유의 사태
‘피프티 피프티 사태’는 단연 올해 가요계의 최대 화두이자 이슈였다. 데뷔 1년도 채 안 된 걸그룹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자마자 소속사에 반기를 든 초유의 사태였다.
지난해 11월 데뷔한 피프티 피프티는 올해 2월 발매한 첫 싱글 ‘더 비기닝: 큐피드’(The Beginning: Cupid)의 타이틀곡 ‘큐피드’로 데뷔 4개월여 만에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 차트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후 순위를 높여가더니 최고 17위까지 올랐고, 무려 25주 동안 이 차트 상위권을 지켰다. 이를 통해 K팝 아이돌 사상 데뷔 최단일 진입과 걸그룹 역대 최장 진입 기록 두 가지를 세웠다.
걸그룹 최초로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10’에 진입하며 세를 넓히기도 했다. 96위로 해당 차트에 처음 진입해 9위까지 올라갔다.
말 그대로 ‘역대급’ 기록이었다. 기자회견을 여는 등 ‘자축’의 시간도 가졌지만 기쁨을 오래 누리지는 못했다. 지난 6월 멤버들과 소속사 어트랙트(대표 전홍준)의 전속계약 분쟁이 시작되며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소속사는 멤버들을 흔드는 외부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외부 세력을 피프티 피프티 프로젝트 관리를 전담해 온 용역업체 더기버스(대표 안성일)라고 지목했다.
이후 더기버스 임원 등을 업무방해, 전자기록등손괴, 업무상배임, 업무상횡령,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등의 혐의로 고소해 조사가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낸 상태다.
어트랙트와 더기버스의 분쟁은 진행 중이지만, 피프티 피프티 메멉들과 어트랙트 사이의 분쟁은 사실상 종결된 상태다. 법원이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이 어트랙트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며 희비가 엇갈렸다. 항고에서도 역시 어트랙트의 손을 들어주며 네 명의 멤버들은 어트랙트를 떠날 수 없게 됐다.
이런 가운데 멤버 키나가 돌아왔다. 지난 10월 법률대리인을 변경하고 항고 취하서를 제출, 어트랙트에 복귀했다. 새나, 아란, 시오는 지속적으로 대립각을 세웠고, 어트랙트는 이 셋에 대한 전속계약 해지와 키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담은 입장을 냈다.
피프티 피프티는 키나를 포함한 4인조 걸그룹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피프티 피프티 2기 격인데, 현재 멤버들을 물색 중이다. 복귀한 키나는 홀로 ‘2023 빌보드 뮤직 어워즈’ 등에 참석하며 ‘큐피드’로 낸 성과를 인정받고 있고, 전 피프티 피프티 멤버 3인은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피프티 피프티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최악의 상황을 막으며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이와 함께 불거져 나온 가요계의 고질적 병폐들은 여전히 거론되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가 ‘템퍼링’(전속계약 만료 전 사전접촉)이다.
발굴부터 트레이닝을 거쳐 세상에 내보이기까지 막대한 자본과 시간을 쏟아낸 제작, 기획사들의 노력을 짓밟는 이러한 행위가 근절돼야 한다는 것에 업계의 목소리가 모였다.
이를 두고 제작자들이 모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이하 연제협)는 최근 “기획업자와 연예인의 대등한 관계를 위해서는 현재의 산업 환경에 맞게 법과 제도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정부와 국회 등도 표준전속계약서 개정 등을 통해 이를 근절하겠단 방침이다.
◆ 판타지 보이즈, 데뷔 코앞에 두고 12인조→11인조
피프티 피프티 논란이 잊히기 전, 또 하나의 계약 분쟁이 터졌다. MBC 아이돌 서바이벌 ‘소년판타지’를 통해 결성된 판타지 보이즈의 센터 유준원이 데뷔를 목전에 두고 소속사 펑키스튜디오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펑키스튜디오가 부당한 내용의 계약 체결을 강요했다는 주장이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지어 소송 비용까지 유준원에게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이와 별개로 펑키스튜디오는 유준원을 상대로 3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계약 소송에서 패소한 유준원에게 민사 소송 역시 큰 부담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소년판타지’를 제작하고 판타지 보이즈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는 포켓돌스튜디오 김광수 대표는 “유준원이 잘못을 뉘우치고 복귀한다면 모든 소송을 취하하겠다”며 회유책을 썼지만, 유준원 측이 이에 응답하지 않으며 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K팝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 데뷔 기회를 얻은 참가자가 출연 계약서 내용 등을 문제 삼으며 활동을 거부한 첫 사례였다. 이를 두고 가요계에서는 방송 출연으로 유명세를 얻은 후 활동은 독자적으로 진행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았다. 남은 11인에게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힌 바, 국내외 K팝 팬들의 여론도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 방탄소년단·블랙핑크는 계속 간다
올해는 그룹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 통하는 초대형 그룹들의 재계약 여부도 업계의 큰 이슈였다.
아이돌들에게 ‘마의 7년’으로 통하는 데뷔 7주년에 접어들자마자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던 블랙핑크와 YG의 재계약이 마침내 성사됐다.
계약 만료 4개월여가 지난 시점까지도 별다른 ‘발표’가 없자 내리막길을 걷던 YG 주가가 발표 3시간여 만에 상한가에 다다랐을 정도로 ‘핫’한 이슈였다.
YG는 지난 6일 “블랙핑크와 신중한 논의 끝에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그룹 활동에 대한 전속계약을 체결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블랙핑크는 갱신된 계약 기간 동안 YG의 지원 속 신규 앨범 발매, 월드 투어 등을 돈다.
그룹 활동 계약은 성사됐지만, 지수, 제니, 로제, 리사 네 멤버 개개인과의 계약은 아직 협의 중이다. 멤버들이 1인 기획사를 설립하거나, 타 기획사로 이적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무한한 가치를 지닌, 블랙핑크란 브랜드를 지켜냈다는 점에 업계와 K팝 팬들 모두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블랙핑크는 지난 2016년 데뷔 후부터 K팝 걸그룹의 역사를 새로 써온, 걸그룹의 대명사다.
새 작업물을 낼 때마다 미국 빌보드 차트와 영국 오피셜 차트 등 팝 스타들의 전유물로 통하는 주요 차트들을 점령했다. 지난해 낸 정규 2집 ‘본 핑크’(BORN PINK)로 미국 빌보드 앨범차트 ‘빌보드 200’과 영국 오피셜 앨범차트 톱100에서 동시에 1위를 차지했는데, 해당 기록을 가진 K팝 가수는 블랙핑크와 그룹 방탄소년단(BTS) 밖에 없다.
블랙핑크는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로 통하는 ‘핫 100’에도 무려 9곡을 올리며 미국 현지 내 대중적 인기를 확인했다. 지난해부터 진행한 월드투어로 K팝 걸그룹 최다 관객인 180만 명을 동원했고, 이를 인정받아 최근 ‘2023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톱 K팝 투어링 아티스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팬덤도 확실하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9000만 명을 넘어서 전 세계 아티스트를 통틀어 1위에 올라 있다. 억대 뷰 영상만 총 43만 편에 해당하고, 콘텐츠 누적 조회수는 340억 회를 넘어섰다. 데뷔 직전인 2016년 6월 29일 개설 후 7년여 만에 이룬 성과다.
‘군백기’(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에 있는 방탄소년단 역시 지난 9월 재재계약 소식을 전했다. 하이브는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빅히트 뮤직이 오는 2025년 이후에도 방탄소년단과 함께할 것이라며 전속계약 관련 이사회 결정 내용을 공유했다.
‘완전체’ 활동 재개에 있어 첫 번째 숙제는 단연 멤버들의 군 복무였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모이는 시점까지 기다려야 했다. 또 하나의 숙제는 계약 문제였다. 군 복무를 마치더라도 현 소속사와의 계약 기간이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그룹 활동을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멤버들과 빅히트 뮤직은 재재계약을 통해 이 우려를 불식시켰다. 방탄소년단은 이르면 2025년 6월부터 다시 ‘완전체’로 그룹 활동을 이어간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티브이데일리DB,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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