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고체추진 ICBM 발사…미 확장억제 강화에 ‘반발’

유새슬·유설희 기자 2023. 12. 1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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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한·미·일 공동 대응 적극 추진하라”
3국, 조만간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 가동
올해 들어 5번째 ICBM 발사…전날 밤엔 SRBM
일본 방위성 “73분 비행…최고고도 6000㎞ 이상”
확장억제 강화-북한 도발, 연쇄적으로 고조될 가능성
북한 조선중앙TV는 7월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전날 발사한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시험발사 영상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 화면]

북한이 18일 고체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발사했다. 전날 밤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한 지 약 10시간 만에 단행한 군사 도발이다. 미 핵 추진잠수함 미주리함(SSN-780)의 국내 입항과 한·미 핵협의그룹(NCG) 논의 결과에 대한 고강도 반발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한·미·일 공동 대응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이날 “우리 군은 오늘 오전 8시24분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장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며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돼 약 1000㎞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했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이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ICBM, 즉 화성-18형이라고 밝혔다. 올해 들어 5번째 ICBM 발사로 한 해 기준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화성-18형의 성능이 지난 7월12일 시험 발사 당시에 비해 개선됐을지 주목된다. 당시 북한은 미사일이 정점 고도 6648.4㎞, 비행 거리 1001.2㎞, 비행 시간 74분51초를 기록했다며 “모든 신기록을 확증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일본 NHK 방송 등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미사일이 약 73분간 1000㎞를 비행했고 최고 고도 6000㎞ 이상에 도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고체연료 ICBM은 액체연료보다 운반과 투입이 쉽고 연료를 장기간 투입한 상태로 대기할 수 있어 사전 탐지가 까다롭다.

북한의 잇단 도발은 미국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반발성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전날 밤 10시38분쯤 동해상으로 SRBM 1발을 발사했다. 같은 날 미주리함이 입항한 부산과 평양 순안 사이의 직선 거리는 SRBM 비행거리(약 570㎞)와 비슷한 약 550㎞다. 북한이 미사일을 남쪽으로 발사하면 미주리함을 타격할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한 셈이다.

그로부터 약 10시간 뒤 ICBM을 발사한 것은 지난 15일(현지시간) NCG 2차 회의가 열린 미국 본토를 겨냥한 경고성 메시지로 분석된다. 고각으로 발사해 1000㎞를 날아간 미사일은 정각으로 발사하면 최장 사거리가 1만500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 본토 전역이 사정권에 든다.

앞서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전날 밤 SRBM을 발사한 뒤 담화를 내고 NCG 회의 결과에 대해 “유사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기정사실화하고 그 실행을 위한 작전 절차를 실전 분위기 속에서 검토하려는 로골적(노골적)인 핵대결 선언으로 된다”고 비난했다. 한·미는 NCG 2차 회의에서 내년 한·미 연합훈련 을지자유의방패(UFS)에 핵 작전 시나리오를 포함하기로 했다. 내년 중 미국 핵 전력의 기획·운용 가이드라인도 완성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관련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임석해 상황 보고를 받고 대응 방안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조치와 북한의 고강도 도발은 당분간 연쇄적으로 점증할 가능성이 있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NCG 회의 후 워싱턴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ICBM 발사 시) 한·미 간 필요한 조치, 한국과 미국이 각자 할 수 있는 조치, 한·미·일이 공동으로 할 수 있는 조치를 (NCG에서) 함께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한·미·일은 조만간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북한은 앞서 3국의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에 대해 “위험천만한 군사적 망동”이라며 “(미국이) 괴뢰들(한·일)을 부추겨 정세를 극도로 악화시키고 기회를 보다가 북침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달려는 음흉한 속심(속셈)”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 NSC 상임위원회에 임석해 “우리 영토와 국민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즉시, 압도적으로 대응하라”며 “이를 위해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굳건하게 유지하고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를 활용해 한·미·일의 공동 대응을 적극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이승오 합참 작전부장은 이날 오후 대북 경고 성명을 내고 “한반도와 역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북한의 무모한 도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우리 군의 거듭된 경고에도 북한은 위협적 도발을 지속 감행하고 있다. 이후 발생하는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음을 다시 한번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MBN에 출연해 ‘김정은 위원장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참수작전 훈련이나 전략자산 추가 전개를 할 수 있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참수(작전 훈련)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두 가지 다 옵션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주한미군 홈페이지에 한·미 특수전 부대 훈련이 공개됐다”며 “이번 주에 한·미 특수전 부대는 공중기동, 핵심시설 습격, 내부소탕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18일 이승오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관련해 대북경고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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