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IPO '자진 철회' 잇따라…올해만 8번째

박미리 기자 2023. 12. 1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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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솔바이오, 거래소 심사철회 권유설 부인
소문 부인 2개월만에 결국 '자진 철회' 결정

신약개발 기업 엔솔바이오사이언스가 '코스닥 이전상장' 꿈을 접었다. 이로써 올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다가 접은 바이오 기업은 8곳으로 늘었다. 업계에선 "기업가치 평가에 대한 시장과 기업 간 큰 괴리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뻥튀기 상장 논란을 일으킨 파두 사태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코넥스 상장사인 엔솔바이오사이언스는 "대표 주관사(하나증권) 등의 동의 하에 이번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예비심사는 해당 업체가 상장 자격을 갖췄는지 평가하는 절차다. 엔솔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2월 28일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기업가치 제고, 원활한 자금조달, 주식의 유동성 확보"가 엔솔바이오사이언스가 밝힌 사유다. 보통 예비심사 청구 후 결과가 나오기까지 45영업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엔솔바이오사이언스는 상당 기간 심사 리스트에 올라가 있던 상황이었다. 비슷한 시기, 이유로 코스닥 이전상장을 추진했던 유투바이오, 프로티아(구 프로테옴텍) 등도 이미 코스닥 이전상장을 완료했다.

이로 인해 지난 10월 시장에선 거래소가 엔솔바이오사이언스에 심사 철회를 권유했단 소문이 돌기도 했다. 당시 엔솔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까지 거래소로부터 심사 철회를 권유받은 바가 없고, 심사 철회에 대한 계획이 없다"며 "바이오 기업들 중 임상 진도가 빠르고, 기술이전 실적이 있는 유망 바이오 벤처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부인했다. "거래소 상장위원회가 11월 말쯤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늦어도 올해는 넘기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도 했다.

엔솔바이오사이언스는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조절하는 펩타이드를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IT 전문가로 20년 가까이 일한 김해진 대표가 2001년 설립했다. 코넥스 시장에는 2018년 상장했다.

주요 파이프라인은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P2K), 골관절염 치료제(E1K), 삼중음성유방암 항암제(C1K), 비만 치료제(H1K) 등이다. 기술이전, 수출 성과도 다수 냈다. 심사에서 주요 평가 기준으로 알려진 사안이다. P2K는 앞서 유한양행과 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에 기술이전했다. 현재 스파인바이오파마가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E1K와 H1K 원료는 이란에 수출이 결정됐다. 그런데도 코스닥 이전상장 도전을 접기로 한 것이다. 단 구체적인 사유, 재추진 계획 등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이로써 바이오 업계에선 올해만 8곳이 코스닥 예비심사 철회를 결정했다.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3월 31일), 글라세움(4월 6일), 에이비메디컬(5월 15일), 한국의약연구소(5월 26일), 메디컬아이피(5월31일), 레보메드(8월9일), 쓰리메디비젼(9월27일)에 이어 엔솔바이오사이언스다.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글라세움, 에이비메디컬, 한국의약연구소, 메디컬아이피 등도 지난해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이들 역시 6개월 이상 절차상 진전을 보이지 못하다 심사 철회를 결정했다.

투자자문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 투자 심리가 예년 같지 않음에도 기업들에서 호황이던 시점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고집해 상장을 강행하는 경우가 있다"며 "기업, 시장, 거래소 간 생각하는 가격이 일치되지 않다 보니 심사 철회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욱 현앤파트너스 대표는 "최근 파두 사태 등으로 기술특례상장을 둘러싼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예상보다 공모가가 하단을 훨씬 하회하는 수준에서 결정될 수 있단 우려가 반영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투자기관에서 조금 더 기업가치를 높여 내년 장이 좋을 때 하자고 제안했을 수도 있다"며 "최근 법인세차감전순손실 이슈 등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편을 감안해 기업공개를 추진하기로 결정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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