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호텔 주차타워 화재로 54명 부상…“소방관들 객실 문 열어 40명 구조”
한밤중 인천 도심 호텔 주차타워에서 불이 나 5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불이 나자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화재 진압과 함께 호텔 마스터키로 객실 문을 열어 투숙객들을 대피시켜 인명피해를 최소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소방본부는 지난 17일 오후 9시 1분쯤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한 호텔 주차타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호텔은 지하 3층, 지상 18층짜리로 203개의 객실이 있다. 불이 난 주차타워는 높이 48m로 최대 76대까지 차량을 주차할 수 있다. 주차 타워 화재로 바로 인근에 있는 호텔 투숙객들이 대피하는 과정에서 5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남성 1명이 대피 과정에서 추락해 골절상을 입었으며 중국인 여성 1명은 전신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또 52명이 연기를 흡입하거나 허리·발목 통증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이 중 단순 연기흡입환자 39명은 진료 후 귀가했다.
현재 중상자는 2명, 경상자는 13명이다. 다행히 부상자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차타워에 주차된 차량도 불에 탔다.
화재 당시 호텔 객실 203실 중 외국인 8명을 포함해 131실에 투숙객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출동한 소방관들은 방송을 통해 대피를 유도하는 것은 물론 산소통을 매고 호텔 비상계단을 오르내리면서 마스터키로 일일이 객실 출입문을 열어 투숙객을 옥상과 지상층으로 대피시켰다.
대피 과정에서 인근 호텔의 한 투숙객은 레이저 불빛으로 미처 대피하지 못한 투숙객이 있는 객실을 알리면서 소방당국의 구조를 도왔다.
소방당국은 불이 난 후 투숙객과 호텔직원 등 44명을 직접 구조했다. 또 30명은 대피를 유도했고, 70명은 스스로 호텔 밖으로 대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차타워 외부 마감재에서 불길과 연기가 빠르게 치솟자 소방당국에는 화재 신고 111건이 잇따라 접수됐다. 호텔 관계자는 “1층 기계식 주차장과 연결되는 외부 천장에 불꽃이 있다”며 119에 처음 신고했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17분 만인 9시 18분쯤 인접한 5∼6곳의 소방서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이후 소방관 등 404명과 장비 129대를 투입해 1시간 30분 만인 오후 10시 31분쯤 불을 완전히 끄고 경보령을 하향했다.
소방당국은 주차 타워에 있던 차량이 불에 타면서 화재가 빠르게 확대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인천 논현경찰서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불이 난 호텔에서 현장 합동 감식을 벌였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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