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형 "'노량: 죽음의 바다', 한국인이라면 꼭 봐야죠"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가 작품에 대해 애정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배우 이규형에게 '노량: 죽음의 바다'는 애정 그 이상의 존재감이다.
이순신 3부작의 최종장인 '노량: 죽음의 바다'(연출 김한민·제작 빅스톤픽쳐스)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김윤석)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이규형은 완성본 감상 소감에 대해 "중간중간 울컥하는 부분이 많더라. 아무래도 대한민국, 조선의 영웅을 꼽으라고 하면 그중에 뽑히는 성웅이시니까"라며 "이순신 장군님께서 돌아가시는 내용이고, 역사가 스포일러라고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굉장히 장엄하고, 묵직했다. 계속 북이 제 가슴을 때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특히 '노량: 죽음의 바다'는 촬영을 마친 지 약 2년 반이 넘어서야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끝냈다. 이규형은 "2년 반이 넘었다. 오래 기다렸다. 시사회 풀버전을 봤는데 배우들이 늘 그렇듯 아쉬운 지점이 많았다"며 "저의 언어가 아닌, 처음 접해보는 외국의 언어로 연기하다 보니 열심히 하긴 했지만, 아쉬운 부분이 드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규형은 극 중 왜군 아리마 하루노부 역을 맡았다. 아리마 하루노부는 순천왜성 총대장 고니시 유키나가(이무생)의 부하다. 이에 이규형은 작품 내 모든 대사를 일본어로 소화했다.
일본어 연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규형은 "일본어 선생님 네 분이 붙어서 알려주셨다. 일본어 연기를 하시는 분들과, 중국어 연기를 하시는 선배들 다 굉장히 열심히 하시고, 선생님들께도 좋은 평가를 내려주셨다"면서도 "근데 아무래도 일본말을 하는 것과 연기를 하는 지점은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직업병으로 제 연기를 모니터링하다 보면 아쉬운 점이 보인다. 다른 나라 언어를 하다 보니까 스스로 연기에 대한 불안함이나 조급함이 있지 않았나 싶다"고 이야기했다.
동시에 대사량 역시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이규형은 "전에 '한산: 용의 출현'에 나왔던 변요한도 자다가 '툭' 치면 일본어가 나올 정도로 연습을 했다더라. 저도 그 정도가 기본이었다. 사실 일본어 연기를 처음 해보는 거였다. 전에 뮤지컬 작품을 할 때 짧게 대화하는 장면 정도였지, 이 정도 분량은 아니었다"며 "당시엔 코로나19 시국이라서 화상회의로 3~4일씩 선생님들과 함께 했다. 더 이상 할 것이 없을 정도로 하고 현장에 갔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규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하다 보니 생각지 못한 변수들이 생겼다. 촬영장에서 갑자기 새로운 대사가 추가되기도 했다. 감독님이 넣으시는 거였는데 그럴 때마다 '저한테 왜 그러세요'라는 마음이었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그래도 감독님이 연기하게 편하게 잘 이끌어주셨다. 현장에서 일본어 선생님이 모두 상주해 계셨고, 명나라와 찍는 장면에선 일본어 선생님 세 분, 중국어 선생님 세 분이 계셨다. 중국어 선생님 중 한 분은 정재영 선배의 통역관으로도 출연하셨다"고 전했다.
특히 이규형은 극 중 명나라의 도독 진린(정재영)과 각자의 언어로 대면하는 장면을 소화했다. 해당 장면이 언급되자 이규형은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할지 배우들은 다 알고 있지 않냐. '배우 이규형'으로선 제가 얘기하는 타이밍이 정확히 알 수 있고, 한국어로 연기하면 상대방의 연기에 대해 들리는 순간대로 리액션을 할 수 있지만 이번엔 중국어로 연기를 하다 보니 대충 짐작으로만 분위기를 연기해야 하는 단계가 있었다"며 "거기에 통역을 해주고, 의미가 전달됐을 때 또 리액션이 있어야 했다. 두 단계에 걸쳐서 통역을 거쳐서 당연히 한국말로 연기할 때 보다 쉽지 않았다. 게다가 제가 중국어까지 외울 순 없지 않냐. 뜻은 알고 있지만 현장에선 제가 일본어로 연기하다보니 '슛' 들어가면 한국말로 연기할 때 보다 어려운 지점들이 있긴 했다"고 고백했다.
인물의 내면을 쌓아 올린 뒤엔 외면의 순서였다. 극 중 이규형은 일본식 상투의 하나인 '존마게(丁髷,ちょんまげ)' 분장으로 등장한다.
이에 대해 이규형은 "일본식 변발인데, 사무라이 투구를 쓰고 전투를 할 땐 열이 빠져나가야 하니까 거기(정수리)를 밀었다고 하더라"며 "작품 속 상황을 봤을 땐 순천에 잔존 병력들이 남아있고, 고니시의 부대는 독 안에 든 쥐처럼 갇혀있고, 물량이 떨어져 나가고 버틸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초췌하거나 날렵해 보여야 오랜 전쟁으로 지친 모습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했고, 존마게 분장은 특수분장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규형은 "첫 촬영 때까진 7~8㎏ 정도를 감량했다. 10㎏ 가까이 뺐다. 필요하다면 해야 하는 부분이었다"며 "순천 앞바다에서 겨우 탈출해서 미친듯이 뛰어서 시마즈(백윤식) 진영에 도착하는 장면이 영화에선 삭제됐다. 그때 신발은 망가지고, 온몸이 땀에 젖어있는 것이 제 첫 촬영이었다. 백윤식 선생님에게 도와달라고 울부짖어야 하다 보니 더 초췌하고, 사선을 넘어온 사람의 모습이어야 했기 때문에 체중 감량을 더 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대한민국의 성웅 이순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만큼,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도 남다른 각오로 임했다. 이규형 역시 "모든 배우들이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있었다. 당연히 모든 작품에 임하는 배우들이 그렇겠지만, 이순신 장군님의 이야기고, 장군님의 3부작 10년 여정의 마지막이다 보니 더더욱 그런 무게감을 느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던 이규형은 "전통 사극을 꼭 해보고 싶었다. 제가 왜군으로 나오긴 했지만 참여하게 돼서 너무 좋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김한민 감독님이라는 거장과 일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이었고, 많이 배웠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감독님이 저를 많이 예뻐해 주시고 많이 챙겨주셨다"며 "감독님은 임진왜란 7년 전쟁학 박사님처럼 너무 많은 에피소드들과 바다 위에서 일어났던 일들뿐만 아니라 그 당시 임진왜란 중 조선 외교관들이 어떻게 전쟁을 막기 위해 애썼는지 그런 히스토리를 말씀해 주셔서 너무 재밌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규형은 "'노량: 죽음의 바다'는 한국인이라면 꼭 봐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순신이 영웅이었다는 말만 들었지, 어떻게 나라를 지켰고 어떤 고뇌와 아픔을 갖고 버텨냈는지는 잘 모르지 않냐"며 "그분의 마지막이 담긴 영화니 많은 분들이 꼭 보셨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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