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로는 밴드다…음악으로 증명하는 날들” [인터뷰]
새 보컬 영입으로 재정비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화려한 귀환’이었다. 밴드 장미여관의 해체 (2018년 11월) 이후 1년. ‘숨고르기’를 마친 두 멤버 배상재(기타), 윤장현(베이스)은 새 출발을 준비했다. 배상재는 당시를 떠올리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크고 작은 부침은 있었지만, 도약을 위한 준비는 완벽히 마쳤다.
“우리가 만든 음악, 결과물이 말해준다고 생각했어요. 음악으로 다시 증명하자는 생각이었어요.” (배상재)
2019년 연말 발표한 ‘노래하자’는 이전의 색채를 지우고 ‘하이브로’라는 3인 밴드의 시작을 알리는 곡이었다. 멤버들 모두 ‘슈퍼 귀환’이라고 입을 모은 등장이었다. 지상파와 케이블 음악방송도 모두 섭렵했다. “자, 일어나 소리 질러, 사라진 우리를 위해”라는 노랫말은 이들의 지난한 시간을 담은 듯한 여운을 남겼다.
2020년 2월 첫 EP(‘굿모닝’)를 냈지만, 타이밍이 좋진 않았다. 누구도 예기치 못했던 감염병이 전 세계에 당도했기 때문이다. 밴드로 설 수 있는 대다수의 활동이 중단됐다. 하이브로 역시 코로나19의 습격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 때는 “인생의 쓴맛을 두 번째로 마주한 시기”(배상재)였다. “음악에서 로그아웃을 해야 하는데, 로그아웃을 할 수 없는 때”(배상재)였고, “잠시 다른 걸 생각하더라도 결국 다시 음악을 해야하는 사람들”(윤장현)이기에 ‘버티기’가 쉽지 만은 않았다. 그 사이 드라마와 영화 작업으로 음악계에서 존재감을 보여줬다. 리더 배상재는 내년 개봉 예정인 조정래 감독의 영화 ‘초혼’의 음악감독도 맡았다. 간간이 싱글도 냈다.
이번 컴백은 무려 1년 11개월 만이다. 더 특별한 ‘귀환’인 것은 그간 ‘객원 보컬’ 체제를 유지했던 하이브로가 마침내 정식 보컬을 영입했기 때문이다. 새 멤버 순명은 “하이브로는 다시 간다”는 말로 출발을 알렸다.
순명에게 하이브로는 “꼭 한 번 같이 해보고 싶은 밴드”였다. 그는 “장미여관 때부터 늘 지켜봐왔다. 워낙 공연에서 발산하는 에너지가 커 우리가 만나면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하이브로에 어울리는 사람은 나라고 생각해 먼저 제안했다”며 웃었다.
새 보컬이 들어오며 하이브로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배상재 윤장현이 순명을 새 보컬로 발탁한 것은 “탁월한 퍼포먼스”와 “탄탄한 보컬” 실력을 두루 겸비했기 때문이다.
“우리 음악이 워낙 고음이긴 하지만, 사실 곡을 소화할 보컬 실력이 제일 중요한 것은 아니에요. 무엇보다 음악에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역량이 중요했죠. 단지 프론트맨으로 뻐꾸기처럼 노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노래를 할 수 있는 친구예요.” (윤장현)
두 사람은 무엇보다 밴드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멤버를 뽑았다. 윤장현은 순명에 대해 “밴드 마인드가 좋다”고 했고, 배상재는 “순명이 들어온 이후 팀 분위기가 좋아졌다. 앞으로 5년, 7년 이상 함께 할 수 있는 멤버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순명의 적응도 빨랐다. 배상재를 보고 하이브로에 오게 됐다는 그는 “상재 형은 지금껏 만난 뮤지션 중 가장 인성이 좋고 책임감을 가진 리더”라고 했고, “장현이 형은 하이브로의 아빠 담당이다. 아버지처럼 이해해주고 존중해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지금의 하이브로는 어느 때보다 ‘밴드’ 전열을 갖춘 상태다. 서로를 향한 존중과 신뢰는 밴드로의 ‘지속가능한 내일’을 기대하고 있다.
“하이브로는 밴드예요. 정식 보컬이 들어오며 이제 우리 밴드도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동안 곡을 만들 때 코어가 없어 밴드의 방향성을 고민하던 때가 많았는데 순명이와 함께 중심을 잡게 돼 이젠 우리 음악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상재)
하이브로가 최근 내놓은 신곡 ‘월화수목금토일(7days)’은 고단한 날들을 딛고 선 사람들을 위한 희망가다. 리더 배상재는 “90년대 사랑받은 8비트 록 스타일의 복고풍 음악”이라고 했다. 1990년대를 향유한 세대에겐 추억을 나눌 수 있고, 그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겐 새로움을 주는 음악이다.
윤장현은 “우리에겐 레트로이지만, 1020 세대에겐 뉴트로이기에 익숙함과 신선함이 공존하는 듣기 편한 음악”이라고 말했다. 듣기는 편하지만, 부르기도 쉬운 곡은 아니다. 하나의 곡 안에서 노래의 키가 두 번 바뀌고, 전조가 되니 어지간한 보컬 역량으로는 소화가 쉽지 않다.
특히 이 곡은 배상재가 순명의 ‘보컬 컬러’를 고려하며 쓴 ‘맞춤곡’이다. 순명은 “현재 메이저 밴드들이 하는 음악과 비슷한 스타일을 해서는 하이브로의 음악을 알릴 수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한국적 밴드 음악으로 우리 세 사람의 시너지가 묻어날 수 있는 곡이 나왔다”고 했다.
하이브로의 방향성은 이번 음악에 묻어난다. 이번 신곡은 “나 자신을 더 사랑하자는 의미에서 매일을 나를 위해 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리의 이야기를 하면서 공감하고 위로하는 음악을 하는 것이 하이브로의 방향성이에요. 그 이야기를 낯선 그릇에 담지 않으려고요. 모두가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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