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예산안 내팽개친 여야…줄줄이 잡힌 청문회 기세싸움에만 몰두
인사 정국에 예산안 논의 실종
법정시한 2일 이미 한참 넘겨
역대 최악 ‘지각처리’ 우려 증폭
여야가 20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협상이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사청문회까지 겹치면서 국회가 역대 최악의 예산안 ‘지각 처리’ 기록을 세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국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단행한 장관급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18일부터 일주일 내내 이어진다. 18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시작으로 19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20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21일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번 개각이 총선용이라며 대대적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후보자 등 경제부처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아직 예산안 협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책임자 교체에 나섰다는 비판과 함께 “경기 침체와 민생 위기를 초래해 경질해야 할 인사들을 도리어 총선에 출마시키겠다고 자리를 깔아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같은 야당 공세에 “더 이상의 낙마는 없다”며 방어 전선을 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여야 간 충돌이 격화될 경우 가뜩이나 꽉 막혀 있는 예산안 협상이 더욱 심각한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합의한 예산안 처리 기한인 20일도 지키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측은 새만금,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등 쟁점 항목에서 서로 양보 없는 벼랑 끝 전략으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예산안 협상이 쟁점별로 감액과 증액이 맞물려 있다 보니 어느 한두 곳에서 협의가 안 되면 모든 후속 논의가 막혀버리는 구조다.
여당 측에선 지역사랑상품권 법안 등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생색내기용 예산’이라며 합의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에선 대통령실·법무부·감사원 등 권력기관 업무추진비와 특수활동비 등을 대폭 삭감하고 야당이 요구한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대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20일 처리가 불발될 경우 여야가 합의한 28일 본회의에서 최대한 처리를 시도한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최장 지각 처리라는 오명을 쓰게 된다. 가장 늦은 기록은 지난해 예산안을 처리했던 12월 24일이다. 반면 민주당은 여야 합의가 안 되면 당초 ‘데드라인’으로 잡은 20일 본회의에서 민주당의 자체 예산안이라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예산안 협의 상황에 대해 “예산안 협상이라는 게 서로 주고받는 게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상당히 답답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약 본회의 날인 20일 당일에라도 협상이 이뤄진다면 본회의를 열어 놓고 시트 작업(예산명세서 작성)을 기다릴 마음까지 있다”며 “그래도 협의가 안 된다면 20일 민주당 예산안으로 반드시 처리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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