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재투자자 많은데'…투자횟수 따라 배상비율 줄어드나
ELS 재투자자 상당수가 조기상환 후 재가입
당국 배상기준안에 '특수성' 반영 놓고 고민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투자자들 대부분이 재투자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완전판매 확정 시 배상 비율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판매사들은 '투자 횟수'를 기준으로 배상비율을 차감했던 파생결합펀드(DLF) 등의 배상기준으로는 배상비율이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투자자들은 동일 상품에 대한 조기 상환이 이뤄지면서 재투자 횟수가 늘어난 것이기 때문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이 내놓을 배상기준안에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DLF 배상기준 적용땐 감점 불가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의 내년 홍콩 H지수 ELS 상품 월별 만기 금액 규모는 △1월 8000억원 △2월 1조4000억원 △3월 1조6000억원 △4월 2조6000억원 △5월 1조3000억원 △6월 1조5000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이 중 상당부분의 손실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같은 손실 일부에 대해 금융당국이 어떤 배상기준안을 내놓을지다.
업계는 홍콩 H지수 ELS의 배상비율 산정기준이 앞서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가 제시한 DLF 투자손실 배상기준안과 비슷한 구조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DLF 배상기준안을 살펴보면, 판매사는 투자자별로 손해액의 40~80%를 배상해야 한다. 기본배상비율(적합성원칙 및 설명의무위반) 30%에 내부통제 부실책임(20%)과 초고위험상품 특성(5%)를 정해 55%를 기본 배상비율로 하고, 여기에서 투자자별 가감조정을 통해 최소 40%, 최대 80%까지 배상비율이 책정된다.
DLF 배상기준안에 따르면 ELS 투자자 대부분은 배상비율 차감이 불가피하다. 투자 경험이 많은 투자자들은 투자자 자기책임사유에 따라 배상비율에서 5~10%포인트를 차감한다.
최근 10년 이내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3회를 초과하면 5%포인트가 차감되고, 투자 경험이 10회를 초과하거나 파생상품 손실경험이 있을 경우 배상비율에서 10%포인트를 차감하는 식이다.
재투자, 예금처럼? vs 상품 이해도↑
판매사인 은행들은 이번 홍콩 H지수 ELS 투자자 중 재투자자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배상비율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 횟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ELS 투자자들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ELS 투자자 대부분이 6개월마다 조기상환을 받고 동일 상품에 재가입한 투자자들인 만큼 단순히 '투자 횟수'를 기준으로 배상비율을 차감하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ELS는 DLF 등과 비교해 개발된 지가 오래됐고, 다른 파생상품 대비 안전하다는 인식이 많아 6개월마다 조기상환을 통해 약정 이자를 받고 같은 상품에 재가입해 왔던 투자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여러 차례 ELS에 재가입했던 투자자의 경우 오히려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더욱 면밀히 따져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초자산 주가가 큰 변동이 없던 시기에는 6개월마다 조기상환이 가능했고, 예금 대비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손실 위험에 대한 별다른 인식 없이 재가입하는 투자자들이 많았을 것이란 점에서다.
특히 이번 ELS 투자자들 중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고령 투자자들의 경우, 여러 차례 조기상환한 경험을 바탕으로 ELS상품을 단순히 예금 대비 2~3배 많은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으로 이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국 배상기준안 어떻게 마련할까
ELS 투자자들의 투자 횟수를 배상비율 차감 요인으로 반영할지, 혹은 재투자자들이 많다는 특성을 감안해 새로운 배상 비율을 세울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결국 배상기준안을 마련하는 당국에 달려 있다.
실제 분조위는 과거 DLF와 라임펀드에 대해 투자 횟수에 따른 배상비율 차감 수치를 다르게 책정했다. DLF의 경우 금융투자상품 투자경험 횟수에 따라 배상비율에서 5~10%포인트를 차감하도록 했지만, 라임펀드 당시에는 이를 2~5%포인트로 낮췄다.
투자 횟수에 대한 기준 또한 달랐다. DLF 배상비율 산정기준에 따르면 금융투자상품 경험이 10회를 초과할 경우 배상비율에서 최대치인 10%포인트를 차감받는다. 반면 라임펀드의 경우 배상비율에서 5%포인트를 차감하기 위해서는 금융투자상품에 31회 이상 가입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투자자의 투자 경험은 DLF나 사모펀드 사태 등의 배상비율 산출 시 기본적으로 고려해 왔던 부분이고, 사건의 특성에 따라 (차감 정도는) 조정해 왔다"라며 "불완전판매 판단이 우선이겠지만 ELS 투자자들의 조기상환 재투자 횟수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등의 세부적이고 특수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논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강지수 (jisoo@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알리 대공습에 국내 셀러들 "사업 접어야 하나"
- 사우디와 '원팀' 이룬 LS…핵심 계열사들 날개 단다
- 아프리카TV도 "트위치와 협의중"…네이버와 격돌 예고
- 재고 '한파' 몰아친 동박업계, 혹독한 겨울나기 언제까지?
- 컬리 판매량 1위는 '가정 간편식'이 아니었다
- "1000원짜리는 옛말"…다이소, 이젠 '이커머스'도 노린다
- 일본 지운 다이소, 진짜 '국민기업' 될까
- 하이브에 1500억 투자한 미래에셋, BTS 돌아오면 웃을까
- 서울 부동산 시장 '한파'…강남 집값 한달새 6억 내려
- "좀비 소상공인도 지원할 수밖에요" 상생금융에 눌린 은행의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