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혁신 입고 진화하는 로펌 서비스 최고는 ‘율촌’[2023 베스트 로펌&로이어]
[스페셜 리포트 : 2023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로이어-서비스 부문]
로펌은 인적자원을 판다. 전문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하고 골치 아픈 송사 과정을 대신 해결하며 고객을 법적 문제에서 구조해내는 것이 로펌의 존재 이유다.
변호사 개개인의 능력과 로펌의 전문성이 가장 중요하지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의 고객 경험 역시 로펌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국내에서만 1400여 개 로펌이 한정된 수요를 두고 경쟁하기 때문이다.
선택의 폭이 넓은 만큼 전문성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법률시장의 수요자는 곧 자본시장의 소비자다.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기업만 살아남는 시장의 생존전략과 로펌의 생존전략이 크게 다르지 않다.
갈등과 압박의 연속인 송사 과정 속에서 어떤 로펌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2023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 서비스 평가에서는 법무법인 율촌이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경비즈니스는 올해 로펌 서비스를 소송비용의 합리성, 담당 변호사의 친절도, 담당 변호사의 전문성, 수임 업무에 대한 적극성 및 책임감, 법률 사무원의 성실성, 업무의 신속성 등 6개 항목으로 나눠 평가했다. 법률서비스 시장의 수요자인 사내변호사와 기업 법무팀 1479명이 조사에 응했다.
그 결과 율촌이 6개 항목 중 4개 항목에서 1위를 거두며 2년 연속 ‘서비스 평가 대상’을 거머쥐었다. 율촌은 소송비용의 합리성(3242점), 담당 변호사의 친절도(3221점), 수임 업무에 대한 적극성 및 책임감(3177점), 업무의 신속성(3155점)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고, 담당 변호사의 전문성, 법률 사무원의 성실성은 김·장 법률사무소에 밀렸지만 2위에 안착했다. 하지만 2개 항목에서도 3000점 넘는 점수를 받았다. 6개 항목에서 모두 3000점 넘는 점수를 기록한 건 율촌이 유일하다.
율촌은 신산업에 대한 수요 예측과 규제 대응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양한 현안이 얽힌 법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로펌의 팀워크, 시대의 변화와 새로운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발 빠른 움직임 역시 서비스의 일환이다. 율촌은 올해에만 가상자산·블록체인팀, 금융규제팀, 회계감사대응팀, 토큰증권 태스크포스(TF), IRA-Chips Act 대응센터 등 신산업 대응을 위한 새로운 조직이 생겨났다.
율촌은 리걸테크 분야에서도 국내 선두주자다. 2015년 리걸테크 솔루션인 ‘e율촌(eYulchon)’을 설립해 △제약회사 영업담당자의 리베이트 관련 규정 준수 여부를 판단해주는 앱 ‘Sunshine Act eCompliance’ △상표모니터링 서비스 앱 △국제 건설분쟁에서 계약 위반 리스크를 사전에 진단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 ‘Project Genie’ △조세자문 앱 ‘Treaty Finder i7’ △해외 왕래가 잦은 투자자들이나 기업인들의 거주자성 판단에 도움을 주는 앱 ‘Tax Residency Assessment’ 등을 통해 법률서비스의 편의성을 높였다.
최근엔 생성형 AI 챗봇 ‘챗GPT’를 활용한 앱을 개발하고 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해외 로펌 등과 협업해 변호사 업무에 활용되는 챗GPT의 신뢰성과 보안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파격 대우가 혁신으로 이어진 세종 2위
최우수상은 법무법인 세종이 차지했다. 부문별로는 소송비용의 합리성, 담당 변호사의 친절도, 수임 업무에 대한 적극성 및 책임감, 업무의 신속성 등 4개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2위에 올랐다. 담당 변호사의 전문성, 법률 사무원의 성실성 부문에서는 3위를 차지했다. 세종의 가장 큰 경쟁력은 내부 혁신이다.
세종은 2021년 5명의 운영위원 중 2명을 40대 변호사로 구성하는 등 파격적인 인사 결정을 내렸다. 보수적인 로펌업계에서 젊은 변호사들이 인재 채용 및 전략마케팅과 같은 중요한 경영 업무에 참여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분야별 그룹의 그룹장, 팀장도 보다 젊은 리더들이 맡아 신속하게 결정하고 책임지도록 했다. 이로 인해 내부 토론이 보다 활발해졌으며, 변화에 대한 수용성 역시 높아졌다.
오종한 세종 대표는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는 시장 상황에서 젊은 리더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솔루션 도출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었다”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세종은 시장에 대한 신속한 정보 수집, 빠른 의사 결정을 추진해 나갔다. 세종이 최근 2년 사이 출범시킨 신규 팀·센터만 10개가 넘는다. 또 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제도와 보상체계를 정립하기 위해 젊은 변호사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파트너 진입장벽을 낮추고, 먼저 기회를 준 뒤 성과로 실력을 증명할 수 있도록 했다. 두 차례에 걸쳐 주니어 변호사들의 급여도 인상했다.
그 결과 로펌업계에서 역량 있는 변호사들에게 빠른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로펌으로 알려지며 인재를 빨아들였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법률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세종은 올해 초 ‘생성형 AI TFT’를 선도적으로 발족하고, 변호사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생성형 AI 기반의 맞춤형 법률서비스를 개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광장, 로펌 업계 디지털 전환 최강자
우수상은 법무법인 광장이 차지했다. 전문성 평가에서 김·장-율촌-세종이 ‘톱3’였다면 서비스 평가에서는 율촌-세종-광장이 고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광장은 소송비용의 합리성, 담당 변호사의 친절도, 수임 업무에 대한 적극성 및 책임감 등 3개 부문에서 3위에 오르며 높은 점수를 받았다. 광장은 최근 몇 년간 적극적으로 리걸테크를 도입하며 업무 효율성과 편의성, 정확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모든 사건에 로봇 기반의 데이터 솔루션을 도입하고 AI 번역 솔루션을 구축하는 등 변호사들의 업무 편의성을 높였고 이는 곧 신속하고 차별화된 고객경험으로 이어졌다.
광장은 2019년 하반기부터 송무 사건 검색, 뉴스 모니터링, 타임키퍼 관리 등의 업무를 RPA 솔루션으로 자동화하는 시스템 개선을 검토해 왔고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RPA 솔루션을 도입했다. RPA는 로봇이 자동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석해 업무에 활용하는 기법이다. 특히 일부 사건 검색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RPA 솔루션을 도입하고 있는 타 법인과 달리 광장은 법인이 수행하는 모든 사건에 대해 RPA 솔루션을 도입했다.
또 광장만의 법률서비스 전문 AI 번역 솔루션을 구축해 전사 차원에서 업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파파고, 구글 번역과 같은 범용 번역 솔루션은 일상적인 수준에서는 사용할 수 있지만 정확하고 특화된 용어 사용이 필요한 법률 실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이에 광장은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업무 노하우 및 전문성을 기반으로 심층 학습된 광장만의 AI 번역 모델을 개발해 정확도가 높은 번역 결과물을 도출했다.
변호사 비용처리도 디지털로 전환했다. 광장은 빌링 시스템 디지털화 솔루션 또한 자체 개발해 시행 중이다. 국내외 대형 법무법인의 경우 일반적으로 전문가별로 시간당 요율이 정해져 있고, 사건별로 각 전문가가 일한 시간을 기입해 이를 토대로 산출된 보수를 청구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빌링 시스템 디지털화 솔루션은 여기에 반복적 작업이 필요한 부분 기타 관련 비용 처리 업무를 로봇을 통해 자동화함으로써 업무처리 과정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서비스 평가에서 종합 4위를 차지했지만 담당 변호사의 전문성(3519점), 법률 사무원의 성실성(3012점)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로펌의 존재 이유와 핵심 경쟁력인 인적자원 측면에서 최강자의 자존심을 지킨 것이다.
5위는 법무법인 태평양, 6위는 법무법인 화우가 차지하며 전문성 평가에 이어 서비스 평가에서도 ‘6대 로펌’ 체제를 공고히 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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