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털기·온라인 혐오…폭력이 번창하는 '게임'[기자의눈]

박소은 기자 2023. 12. 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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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바람의 나라'에는 W 단축키가 있었다.

동시 접속 중인 유저를 확인할 수 있는 키다.

많아봐야 동시 접속자 수십명이던 1990년대말 넥슨 개발자들은 유저들과 동고동락했다.

유저 권익, 특정 혐오 방지를 명목으로 게임 관련자와 개발자를 괴롭히는 문화가 쉽게 정당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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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을 빚은 메이플스토리 엔젤릭 버스터 리마스터 영상 일부. 10배속 이하로 느리게 돌린 버전이다. (영상 갈무리)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넥슨 '바람의 나라'에는 W 단축키가 있었다. 동시 접속 중인 유저를 확인할 수 있는 키다. 많아봐야 동시 접속자 수십명이던 1990년대말 넥슨 개발자들은 유저들과 동고동락했다.

유저들은 불편이 생기면 개발자에게 직접 얘기했고 이는 즉각 반영됐다. 업데이트 서버 재부팅을 앞두고 5분가량 게임을 나가달라는 협조 요청에 반론은 없었다. 게임은 작은 사회였고 소통과 협조의 미덕으로 균형을 찾았다.

사회가 발전해 나가는 공식이 작은 세상에서 이뤄졌다.

그런데 이 작은 사회의 질서가 최근 무너졌다. 소통 요구는 폭력이 됐고 혐오가 번창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좌표를 찍어 관련자를 색출해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는다.

유저 권익, 특정 혐오 방지를 명목으로 게임 관련자와 개발자를 괴롭히는 문화가 쉽게 정당화되고 있다. 부당함과 불편함이 잘못됐다고 알리는 공정한 소통과는 결이 다르다.

국내만 이런 건 아니다. 소니인터렉티브 자회사 번지(Bungie)는 게임의 과도한 PC주의를 이유로 커뮤니티 담당자를 괴롭힌 유저에게 소송을 걸었다. 1심 재판부는 유저에게 50만달러(약 6억5950만원)의 손해배상액을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괴롭힘 수준이 그만큼 심각했다는 의미로 정당한 소통과 폭력에는 뚜렷한 경계가 있다.

유저와 게임사는 게임을 통해 철학을 공유한다. 불특정다수와 끊임없이 경쟁을 하고 싶은 유저들은 리니지·리니지 라이크 MMORPG 세계를 택한다. 유년 시절 얼음땡 놀이가 그리운 유저들은 크레이지 아케이드로 찾아간다.

애정을 가질수록 사람은 작은 일에 예민해한다. 그렇다고 신상 털기와 인격모독이 허용되는 건 아니다. 게임에 특정 혐오가 발견됐으니 원인 제공자는 신상 털기든 댓글 테러든 어떤 책임도 감수해야 한다고 여긴다면 분명하게 경고해주고 싶은 게 있다.

그게 폭력이다. 많은 연예인을 자살로 내몬 악성 댓글이 그랬다.

sos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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