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비둘기' 연준 등장에 국채 랠리 연료 고갈 위험[신기림의 월가프리뷰]

신기림 기자 2023. 12. 1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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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 내부 객장 트레이더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뉴욕 금융시장에서 주식과 국채가 동반 상승하며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도가 높아졌지만 추가 상승여력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그동안 시장을 견인해 온 금리인하 기대는 경제가 심각하게 약해지지 않는 한 더 이상 커지기는 힘들다. 이로 인해 시장을 견인해 온 탄력적인 성장 스토리가 뒤흔들릴 수 있다는 비관론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주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으로 기조를 전환하면서 국채 랠리가 급물살을 탔다. 벤치마크 10년물 수익률이 7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0년물 수익률은 3.93%로 지난 10월 기록한 16년 만에 최고치 대비 거의 110bp(1bp=0.01%p) 하락했다.

국채 수익률의 하락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추고 금융 여건을 느슨하게 만든다. 덕분에 투자자들을 주식 및 기타 위험 자산으로 돈을 밀어 넣으면서 채권 시장을 훨씬 넘어서는 파급 효과를 가져왔다. 뉴욕증시 간판지수 S&P 500 지수는 10월 저점 이후 15% 가까이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는 23% 가까이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은 연준의 비둘기파적 기조 변화가 이미 국채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가 급격히 둔화되어 연준이 양적완화를 가속화할 경우 더 큰 폭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는 최근 몇 달간 주가를 끌어올린 '연착륙' 전망과 상반되는 결과라는 점에서 금융 시장 전반에 악재로 둔갑할 수 있다.

티로우프라이스의 스티븐 바톨리니 미국 핵심채권 전략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로이터에 "시장은 연착륙을 위한 완벽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는 대부분 완료됐고 여기서 수익률이 더 오르려면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연준의 새로운 점도표에 따르면 내년 금리는 75bp 인하가 예상되며 그러면 금리는 4.5~4.75% 수준으로 낮아진다. 하지만 선물시장에서는 금리가 150bp 하락할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다.

기술적 요인도 채권 랠리의 지속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빠른 움직임은 거래가 과밀하다는 우려로 인해 일부 차익 실현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BofA 글로벌 리서치의 전략가들은 메모에서 말했다.

일부 연준 관리들도 완화 정책으로 전환이 임박했다는 견해에 반발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현재 금리 인하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것조차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밝혔다.

타이푼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제임스 쿠툴라스 최고경영자(CEO)는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이 이미 이뤄졌다"며 "국채의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안전자산에 대한 투매를 촉발하는 성장 공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가 실질적으로 더 약해질 때까지 (수익률) 곡선의 앞부분에서 약간의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이번주 연준의 인플레이션 전망을 좌우할 수 있는 개인 소비지출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등 경제지표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BMO캐피털, 오펜하이머 자산운용을 비롯한 월가 큰손들은 연착륙을 기본 시나리오로 상정하고 있다. 일부는 채권 수익률이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본다. 지난주 수익률 급락은 연준의 정책전환에 당황한 약세 베팅이 풀렸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브랜디와인 글로벌의 잭 매킨타이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적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데이터에 따르면 2년물 국채에 대한 숏(약세) 베팅은 이달 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단기적으로는 수익률이 이러한 움직임의 일부를 축소할 수 있지만, 맥킨타이어는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면서 하락세가 재개되어 내년 중반에는 10년물 금리가 3.5%에서 3.7% 사이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라퍼 텡글러 인베스트먼트의 사장인 아서 라퍼 주니어는 국채에 대해 덜 낙관적이다. 그는 수익률의 급격한 하락으로 이미 금융 여건이 완화되고 있으며, 잠재적으로 연준이 인플레이션 급락 위험없이 내년에 금리를 인하하기가 더 어려워 질 수 있다고 말했다.

라퍼는 애틀랜타 연준의 GDPNow 추정치와 같은 데이터를 예로 들며 4분기 GDP가 11월 중순보다 1% 포인트 이상 높은 2.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랠리가 과도하고 시장이 너무 빨리 움직였다"고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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