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의 배반, '범도3'·'서울의 봄' 신드롬…5대 뉴스 [2023 총결산-영화]①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팬데믹 이후 시작된 극장가의 위기는 4년째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나 중국 극장은 이미 팬데믹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우리나라 극장은 유독 위기가 끝나지 않아 극장 및 제작 관계자들의 우려가 더 깊어지고 있다. 팬데믹의 여파로 상승한 티켓 값과 극장의 대체제로 부상한 스트리밍 서비스의 발달, 그리고 그로 인한 관객들의 관람 패턴 변화를 국내 극장 위기의 이유로 보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지나친 상업화와 다양성 부족, 시나리오 작가의 역할 부재 등 기존 한국 영화가 갖고 있던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위기를 더 심화시켰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도 올해 한국 영화는 '천만 영화'를 한 편 배출했으며, '밀수' '콘크리트 유토피아' '서울의 봄'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수작들이 흥행하는 성과가 있었다. 더불어 일본과 미국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의외의 성공을 거두는 경우들 역시 있었다. 한편으로 흥행이 보장돼 있다고 여겨졌던 마블 영화나 디즈니 실사 영화 등은 큰 빛을 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마약 스캔들로 대중에 실망감을 안긴 스타들이 있는가 하면, 오랫동안 한결 같은 모습으로 책임을 다해 박수를 받는 배우도 있었다. 산업이 어렵다고 이슈 없이 조용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던 올 한 해, 영화계의 5대 뉴스를 정리해봤다.
◇ 극장 심폐 소생한 영화들…'범죄도시3'·'밀수'·'서울의 봄'
지난 5월31일 개봉한 '범죄도시3'는 개봉 32일째 만인 7월1일에 천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다. 막강한 무력을 자랑하는 형사 마석도(마동석 분)의 활약을 담은 이 영화는 이로써 세 편이 연속으로 흥행하는 기록을 냈다. 앞서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이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었던 '범죄도시'(2017)는 687만9841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15세 관람가로 등급을 낮춘 '범죄도시2'(2022)는 약1269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천만 돌파에 성공한 바 있다. 이로써 '범죄도시' 시리즈는 두 편의 천만 영화를 배출하는 한국 영화 역사상 최고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등극하게 됐다.
'범죄도시3'가 7월 초 일찌감치 천만을 돌파하면서 여름 성수기 영화들은 흥행 가도를 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4대 배급사에서는 올여름 이른바 '빅4'라고 불린 네 편의 영화들을 여름 영화로 내놓았는데 '밀수'(NEW) '비공식작전'(쇼박스) '더 문'(CJ ENM) '콘크리트 유토피아'(롯데컬쳐웍스)가 해당 작품이었다. 기대와 달리, 여름에 또 한 번의 천만 영화가 나오지는 않았다. 다만 개봉 전부터 호평을 받은 류승완 감독의 '밀수'는 514만명 이상을 동원, 손익분기점(약400만명)을 넘기는 데 성공했다. '빅4'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밀수'가 유일했기에 기록적인 흥행은 아니었으나 의의를 남긴 성적이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380만명 이상의 관객과 만나며 나름대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밀수'의 흥행 이후 한국 영화는 그야말로 암흑기를 지나왔다. 추석 영화 삼파전은 '거미집'과 '1947 보스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까지 세 편의 작품이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해 사실상 흥행 실패를 경험했다. 9월에 개봉한 '잠'과 10월에 개봉한 '30일'이 각각 손익분기점 80만명, 160만명을 넘기며 막간 흥행에 성공했지만 소규모의 작품이었던 만큼 '범죄도시3'에 비견할 만한 흥행은 아니었다. 그러던 중에 지난달 22일에 개봉한 '서울의 봄'의 인기가 심상찮다. 이 영화는 16일 8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다. 12.12사태를 최초로 영화화한 이 작품은 스펙터클한 연출과 황정민, 정우성 등 배우들의 호연과 앙상블에 힘입어 개봉 전부터 압도적인 호평을 받아왔으며, 개봉 후에도 관객들의 뜨거운 지지 속에 '천만 가도'를 달리고 있다.
◇ 유아인·이선균 마약 투약 혐의…믿었던 스타들의 배반
영화계 두 명의 톱스타가 올해 마약 관련 혐의로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유아인과 이선균이다.
유아인의 마약 혐의는 지난 2월 불거졌다. 지난해 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프로포폴 상습 투약이 의심되는 51명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유아인에 대한 수사도 시작됐다. 이후 지난 2월10일 소변 검사 결과 유아인의 소변에서 대마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이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정밀검사를 위해 국과수에 모발 검사를 요청한 결과 소변 검사에서 음성이었던 프로포폴 양성 반응이 나왔다. 유아인의 모발에서는 프로포폴과 대마뿐 아니라 코카인과 케타민까지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코카인은 필로폰, 헤로인과 함께 3대 마약으로 꼽힌다. 유아인은 현재 프로포폴 상습 투약, 타인 명의 수면제 불법 처방 매수, 대마 흡연 및 교사, 증거 인멸 교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지난 12일 열린 첫 공판기일에 참석한 유아인은 대마 흡연 혐의는 인정했지만 흡연 교사 및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유아인의 마약 투약 혐의로 공개 및 개봉을 준비 중이던 그의 차기작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넷플릭스 '승부'와 '종말의 바보', 영화 '하이파이브' 등이 해당 작품이다. 특히 넷플릭스 공개 예정이었던 '승부'의 경우 극장 개봉이 논의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으나 투자배급사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측은 뉴스1에 '승부'의 공개가 잠정보류된 상태이며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이선균은 마약 투약 혐의가 전해진 것은 10월 말이다. 경찰은 지난 9월 첩보를 입수하고 유흥업소 실장 A씨(29·여)를 검거 후 구속 송치한 데 이어 이선균을 입건했다. 대마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이다. 경찰은 이선균에 대해 지난 10월28일 1차 조사, 지난 4일 2차 조사를 진행했으며 1차 조사 당시 이선균은 진술을 거부했다. 소변에서 확인된 간이 시약 검사와 2차 소환 조사 하루 전인 3일에 국과수로부터 전달받은 신체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이어 2차 조사에서 이선균은 범행의 고의성을 부인했다.
이선균이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되면서 그의 출연작들에도 불똥이 튀었다. 개봉을 앞두고 있었던 영화 차기작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과 '행복한 나라'는 개봉이 불투명해졌다. 또한 애플TV '닥터 브레인' 시즌2는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기도 전에 사실상 제작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더불어 이선균이 출연 확정 후 첫 촬영을 앞두고 있던 STUDIO X+U의 새 시리즈 '노 웨이 아웃'은 갑작스럽게 새로운 주연 배우를 찾아야할 상황에 처했다. '노 웨이 아웃'은 이선균 대신 조진웅이 출연을 결정했다.
◇ '더 퍼스트 슬램덩크'부터 '스즈메'·'엘리멘탈' 등 애니 열풍
전반적으로 한국 영화는 부진했던 반면, 그 틈새를 타고 도드라진 활약을 보여준 작품들이 있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 '엘리멘탈'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등 애니메이션들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은 상반기를 그야말로 꽉 잡은 흥행작들이다. 1월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누적 468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고, 3월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은 551만명 이상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미국산 애니메이션들도 흥행에 성공했다. 유명 일본 게임을 영화화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4월에 개봉해 누적 239만명 이상의 관객과 조우했다. 또한 한국계 감독 피터 손이 연출한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은 169만명 이상의 누적관객을 기록했고, 10월 개봉한 일본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누적 199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명성에 맞는 성적을 냈다.
◇ 의외의 부진 속출…디즈니도 마블도 CJ ENM도 못 피했다
의외의 성공을 거둔 작품들의 반대 편에 예상을 깬 흥행 실패작들이 있었다. 성공이 보장됐다 여겨졌던 이들 작품은 극장에서 의외로 힘을 쓰지 못했다. 디즈니 실사 영화 '인어공주'의 실패가 대표적이다. '인어공주'는 개봉 전부터 떠들썩한 이슈들을 몰고 온 화제성에 비해 누적 관객 64만7706명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얻었다. 1989년 개봉해 성공한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이 영화는 캐스팅 단계에서 주인공 에리얼 역할을 흑인 배우인 핼리 베일리로 낙점한 뒤 끊임없이 논쟁거리가 돼왔다. 가장 뜨거운 논쟁은 주인공의 피부 색에 대한 부분이었다. 핼리 베일리가 캐스팅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낫마이에리얼'(NotmyAriel)이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캐스팅 반대 운동이 펼쳐졌다. 반대하는 이들은 대부분 핼리 베일리의 외양이 원작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와 상반된 것에 불만을 표출했다. 디즈니가 최근 들어 지나치게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한다는 반감도 작용했다. 이 같은 논란은 국내에서도 이어졌고, 흥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의외로 부진한 영화 중에는 '바비'도 있다. 할리우드 스타 마고 로비가 주연과 제작을 맡고, 마텔사의 히트작 바비 인형을 소재 한 이 영화는 미국에서는 비슷한 시기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와 함께 '바벤하이머'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쌍끌이 흥행을 했으나 국내에서는 58만5403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심지어 이 영화는 지난 8월에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제치고 올해 미국 내 가장 흥행한 영화 1위에 오르기까지 했으나 국내에서는 323만명 이상을 동원한 '오펜하이머'보다 못한 성적을 냈다.
마블 영화의 부진과 '기생충'을 비롯한 다수의 흥행작들을 배출한 국내 배급사 CJ ENM 작품들의 부진도 뼈아팠다. 한때 천만 영화들을 여러 편 배출하며 '마블민국'이라 불렸던 우리나라지만 올해 개봉한 마블 영화들은 큰 인상을 남긴 작품이 없었다. '가이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3'가 그나마 420만명 이상의 누적관객을 동원하며 자존심을 살렸으나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약155만명, '더 마블스'는 약69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페이즈3에서 페이즈4로 넘어오며 인기 캐릭터들의 빠지고, 디즈니+를 통해 같은 세계관의 시리즈들이 우후죽순 나오면서 방대해진 세계관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CJ ENM은 올해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설 대목을 노리고 개봉한 '유령'은 약 66만명의 관객과 만났다. 2월 개봉한 '카운트'는 약 39만명을 모았으며 여름 텐트폴 '더 문'은 손익분기점(약640만명 추정)에 크게 못 미치는 약 51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11월에 개봉한 정지영 감독의 '소년들' 역시 약 47만명의 관객수를 기록한 뒤 조용히 퇴장했다.
◇ 청룡 떠난 김혜수, 부국제 내홍·대종상 파산…이별과 갈등, 위기
영화제와 시상식 등 한국 영화를 지탱하는 또 다른 축에서도 변화와 갈등이 있었다. 5월에는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영화제를 불과 5개월 앞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해 논란이 됐다. 일각에서는 허 집행위원장이 조종국 운영위원장의 위촉에 대해 반발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후 부국제 측에서는 허 집행위원장과 영화제 복귀를 놓고 소통하던 중에 그와 별개로 허 집행위원장에 대한 부국제 직원A씨의 성폭력 피해 주장이 있었다. A씨는 허 위원장이 성적인 농담을 자주했고, 수고한다며 양팔을 주무르거나 추가 업무를 부탁하며 자신을 껴안는 등 불필요한 스킨십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허 위원장은 "믿기지 않는 상황으로 감정제어가 몹시 힘들었지만, 저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성심껏 설명드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종적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으며,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그의 사표를 수리하고 성폭력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진상 규명을 약속했다.
말 많고 탈 많았던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에도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대종상영화제의 주최권을 가진 사단법인 한국영화인총연합회가 파산을 선고받은 것. 대종상영화제는 지난 2015년 영화인 보이콧 사태와 공정성 논란 등을 겪으며 그 위상이 무너진 바 있다. 당시 대종상영화제는 불참자에는 상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가 영화인들로부터 보이콧을 당했으며 이후에도 방송 사고와 대리 수상 논란 등의 홍역을 치렀다. 2020년에 수상 주인공이 다수 부재한 제56회 시상식을 치른 후 지난 2022년 제58회 대종상 영화제 때 혁신안을 발표하고 변화를 예고했고, 이 같은 노력은 올해에도 계속됐다. 하지만 주최권을 가진 단체가 파산하면서 또 한 번 불투명한 미래를 맞이하게 됐다.
대종상영화제와 비교되며 국내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으로 성장한 청룡영화상은 올해 30년간 MC로 진행을 맡아온 배우 김혜수와 아쉬운 작별인사를 해야했다. 김혜수는 지난 1993년 청룡영화상 진행자로 발탁된 이래, 1998년 한 차례 심혜진이 진행을 맡았던 것을 제외하고 총 30번, 30여년간 청룡영화상의 진행을 이끌어왔다. '청룡의 여신'이라는 수식어로 불리며 능숙하고 안정적인 진행과 함께 영화 배우로서의 품위와 자존심을 보여줬던 김혜수는 지난달 24일 제4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배우 김혜수라는 서사에 청룡이 함께한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자부심을 느낀다"라면서 "그동안 여러분이 보내주신 박수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라고 인사했다.
eujene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성관계 안한지 몇년"…전현무, 결혼 관련 숏폼 알고리즘 들통
- 홍준표 "이재명에 징역 1년 때린 대단한 법관, 사법부 독립 지켜" 극찬
- 생후 30일 미모가 이정도…박수홍, 딸 전복이 안고 '행복'
- 서점서 쫓겨난 노숙자 부른 직원 "다 못 읽으셨죠? 선물"…20년 후 반전
- "제일 큰 존재"…'사혼' 박영규, 54세 나이차 막둥이 딸 최초 공개
- '이나은 옹호 사과' 곽튜브, 핼쑥해진 외모 자폭 "다른 이유 때문"
- 실종됐다는 5세 아동, 알고 보니 진돗개 숭배 사이비 단체 범행
- 배다해, ♥이장원과 결혼 3주년 자축 "지금처럼만 지내자 여보" [N샷]
- "로또 1등 당첨돼 15억 아파트 샀는데…아내·처형이 다 날렸다"
- "자수합니다"던 김나정, 실제 필로폰 양성 반응→불구속 입건(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