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얼굴 대거 가세…LPGA에 ‘한국 바람’ 다시 불까

김경호 기자 2023. 12.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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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했던 미국 무대 도전, 증가세로 전환
2024년 25명 이상 활동…파리올림픽도 기대

[주간경향] ‘2019년 15승, 2020년 7승, 2021년 7승, 2022년 4승, 2023년 5승….’

최근 5년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거둔 한국선수들의 연도별 우승 횟수다. 박인비, 박성현, 고진영, 김세영 등 ‘올해의 선수상’을 휩쓴 주축선수들을 중심으로 2015, 2017, 2019년에 각각 15승씩 합작하는 등 LPGA 투어를 호령했던 한국선수들은 공교롭게 코로나19 대유행을 기점으로 선수공급이 줄어들며 침체기로 빠졌다.

2024년에는 그러나 확실한 상승세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지난해 4승에서 올해 5승으로 늘었다고 해서 단순하게 ‘바닥을 찍었다’는 게 아니다. 최근 수년간 주춤했던 한국선수들의 미국 무대 도전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우선 새 얼굴이 대거 가세한다. 지난 12월 6일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의 로버트 트렌트 존스 골프장에서 끝난 2023 LPGA 투어 Q시리즈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강자들인 이소미, 성유진, 임진희가 합격해 내년 시즌 풀시드를 획득했다.

이소미가 12월 6일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의 매그놀리아 그로브 골프 코스에서 열린 LPGA Q 스쿨 6라운드에서 네 번째 티샷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국내 투어 5승을 거둔 이소미는 6일 동안 치러진 LPGA Q시리즈에서 2위를 차지했다. 올 시즌 2승을 비롯해 통산 3승의 성유진이 공동 7위, 올해 국내 최강자(4승) 임진희는 공동 17위로 합격선(20위)을 넘었다. 공동 45위로 1, 2부 투어 병행카드를 얻은 홍정민은 현실적으로 내년에 LPGA를 주무대로 뛰긴 어렵지만 일단 미국 활동의 발판을 마련했다. 여기에 LPGA 2부 투어(엡손 투어) 상금 10위 진입으로 내년 풀시드를 받은 전지원과 강민지가 합류하고, 올해 성적 부진으로 다시 Q시리즈를 치러 자격을 획득한 루키 장효준도 가세해 선수층을 두텁게 했다.

LPGA 투어 Q시리즈는 한국선수들의 미국행 관문이다. 박세리가 1997년 Q스쿨 수석합격을 거쳐 LPGA 투어에 입성한 뒤 통산 25승을 거둔 스타로 발돋움했다. Q시리즈로 명칭과 선발방식이 바뀐 2019년 이후 이정은6(같은 이름을 가진 다른 한국 LPGA 골퍼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6이 붙음), 안나린, 유해란이 수석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전성기를 이끈 한국선수들은 대부분 Q시리즈를 거쳐 LPGA 투어에 연착륙했다.

LPGA로 직행 3명 ‘2019년 이후 최다’

이번에 KLPGA 투어에서 LPGA 투어로 직행하는 합격자 3명은 2019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 진출을 꺼리던 분위기에서 다시 도전과 경쟁심을 키우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내년엔 올해보다 더 많은 선수가 LPGA를 노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5승을 합작한 기존 선수들은 저마다 의미 있는 수확을 하며 새 시즌의 희망을 키웠다. 고진영은 HSBC 여자 월드챔피언십(2월)과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5월)에서 시즌 2승을 거두며 7년 연속 우승(통산 15승) 행진을 이어갔다. 비록 세계 1위에서 내려오긴 했지만, 손목 부상으로 1승밖에 올리지 못했던 2022년 말의 불안감을 완전히 씻어낸 부활의 시즌이었다.

유해란은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10월)에서 데뷔 시즌 첫 우승을 달성했다. 김효주도 볼룬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10월)에서 우승컵을 들고 3년 연속 우승(통산 6승)을 이뤘다. 유해란은 첫 우승을 계기로 KLPGA 투어에 이어 LPGA 투어에서도 신인왕의 꿈을 이뤘다. 한국선수가 LPGA 투어 신인왕 계보를 다시 잇게 됐다는 사실은 의미가 매우 크다. 한국은 1997년 박세리 이후 김미현, 한희원, 안시현, 이선화, 신지애, 서희경, 유소연, 김세영, 전인지, 박성현, 고진영, 이정은6에 이어 14번째 LPGA 신인왕을 배출했다. 2015년 김세영부터 2019년 이정은6까지 5년 연속 신인왕을 차지한 이후 태국선수들에게 밀렸던 한국이 신인왕을 되찾은 것은 신인 강호의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기 시작한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LPGA 투어 16년차 베테랑 양희영은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상금 200만달러(약 26억원)를 거머쥐는 ‘대박’을 터뜨렸다. 2019년 혼다 LPGA 타일랜드(2월) 이후 4년 9개월 만에 통산 5번째 우승컵을 든 양희영은 2년 연속 4승에 묶일 뻔한 한국선수들의 체증을 뚫었다. 지난해 전인지의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제패 이후 올해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어 아쉬워하던 한국 팬들은 양희영이 최고상금이 걸린 메이저급 대회를 제패하고 단숨에 상금랭킹 2위(316만5834달러)로 뛰어오르자 환호했다. 양희영의 우승으로 한국선수들은 1988년 구옥희 이후 LPGA 통산 210승을 기록했다.

25명 이상의 한국선수들이 2024 LPGA 투어에서 뛰게 된다. 기존 선수들이 저력을 지키고, 영파워가 대거 가세하는 2024시즌은 2010년대의 영광을 되살리는 출발점이 되리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파리올림픽 세계 15위 이내면 최대 4명 참가

2024 파리올림픽은 한국여자골프 선수들 사이에 선의의 경쟁을 끌어낼 좋은 자극제다. 골프가 100여 년 만에 정식종목으로 부활한 2016 리우올림픽에서 박인비가 금메달을 따낸 이후 올림픽 출전은 모든 선수에게 꼭 이루고픈 꿈이 됐다. 남녀 60명이 겨루는 올림픽 골프에는 내년 6월까지 세계랭킹에 따라 각국당 2명씩 대표로 출전할 수 있다. 강자들의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세계 15위 이내 선수들이 있다면, 2명을 추가해 최대 4명까지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2023시즌을 모두 마친 현재 한국은 고진영(6위), 김효주(7위), 신지애(15위)가 올림픽 출전이 가능한 랭킹에 올라 있다. 양희영(16위), 유해란(30위), 박민지(32위), 이예원(34위), 최혜진(35위) 등이 뒤따르고 있다. 내년 상반기 동안 우리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거듭한다면 2016 리우올림픽과 2020 도쿄올림픽에 연속 4명씩 출전했던 한국여자골프의 위세를 다시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베테랑 신지애의 활약은 특히 눈에 띈다. LPGA 투어에서 통산 11승(메이저 2승)을 거두고 일본으로 무대를 옮겨 뛰고 있는 신지애는 올해 호주에서 1승, 일본에서 2승을 거두며 전 세계 프로통산 64승을 거뒀다. US여자오픈 2위, AIG 여자오픈 3위 등 메이저대회에서도 빼어난 성적을 거둬 세계 15위까지 치솟았다.

양희영도 시즌 최종전 우승을 발판삼아 16위로 뛰어 2016 리우올림픽 이후 8년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노리고 있다. 양희영은 당시 1타차로 4위에 그쳐 아쉽게 메달을 따지 못했다. 2024년 상반기에 LPGA 투어에서 우승한다면 세계랭킹은 금세 끌어올릴 수 있다. 세계랭킹 포인트가 많이 반영되는 메이저대회를 제패한다면 금상첨화다.

일본, 한국 투어에서 뛰는 다른 선수들도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다면 판도를 뒤집을 기회가 남아 있다. 신지애, 양희영뿐 아니라 유해란, 박민지 등 국가대표 후보군에 근접한 강자들은 하나같이 2024년 파리올림픽 출전을 새해 목표로 삼아 동계 강훈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제 바닥은 충분히 다졌다. 2024년 LPGA 투어에서 들려올 한국선수들의 승전보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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